원초적 기운의 응집과 확산-김유섭의 '검은 그림'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5-01-20 20:32 조회8,665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 김유섭 <검은 그림-화가의 정원>, 2005, .캔버스에 혼합재 원초적 기운의 응집과 확산 - 김유섭의 ‘검은 그림’ 화폭 가득한 태초의 흑암 소리존재와 회화본질에 관한 성찰근원과 현상, 회화와 철학 결합 세상의 변화와 문화현상이 그렇듯 우리시대 미술도 끊임없는 분화와 확장, 회귀, 융합, 실험작업들로 분주하다. 표현매체와 형식이 무한대로 확장되고 뒤섞이는가 하면, 더러는 복고풍을 보이기도 하고, 일부는 재료나 형식보다는 의미전달을 우선한 시각 이미지의 연출에 집중하기도 한다.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에서 중견작가 김유섭 초대전이 2월 1일까지 열리고 있다. ‘원초적 풍경’이라 이름한 이 전시는 알 수 없는 깊이의 블랙홀 같은 흑암 화폭들과, 심연의 기운이 빛으로 드러나 휘몰이를 일으키는 원색화면들, 지극히 단순화된 회화적 흔적들로 우주자연을 함축시키는 먹색 드로잉들로 구성되어 있다. 김유섭 회화작업은 존재와 근원에 대한 성찰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그것은 상당히 긴 시간 유랑을 계속했던 작가 자신에 관한 화두이면서, 동시에 업이기도 한 회화의 본질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후 떠난 독일 유학과 석·박사 학위과정, 열일곱 차례의 개인전을 비롯한 전시활동들로 한국과 베를린을 수시 오가는 동안 그의 삶도 창작활동도 닻을 내릴 곳에 대한 자문자답이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을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 미하엘 슐츠 관장의 말대로 ‘경계인’인 그는 드러난 현상보다는 정신적으로 보다 더 깊은 뿌리와 원초적 세계에 더 천착하게 된 것 같다. 이번 전시에서 ‘검은 그림’ 연작은 김유섭 회화의 본류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 검은 화폭들은 태초의 고요만이 가득한 흑암의 세계다. 그의 회화에서 ‘고향성’이거나 ‘모태’이기도 한 ‘검은 그림’들은 두텁고 거친 화폭들의 들끓는 침묵과 더불어 장엄한 카오스의 파동을 만들어낸다. 거대한 기운이 응축된 화폭들은 절대적 고요 속으로 침잠된 어둠이면서 동시에 불가해한 기운으로 스며나는 태초의 소리들을 담고 있다. 그의 작업구상 중에는 크고 작은 화폭들로 일궈진 회화의 밭에 난무하는 세상의 언어와 소음들을 ‘사운드 스프링클러’로 흩뿌려 놓으려는 설치방식도 있다. 그래서 게르하르트 찰스 럼프는 “서양의 화면 위에 동양의 경험이 재구성되어 있다”며 ‘소리의 서예’라고 평하기도 했다. 작가는 “명멸하는 수많은 이슈와 쏟아지는 개념의 홍수, 치열한 경쟁과 선택되어진 몇몇 주류 미술의 흐름(속에서)… 불필요한 형식이나 습관들을 제거하는 정신적인 지우개를 동원하여 ‘검은 그림’ 형태가 나타나게 되었다”고 말한다. 김유섭의 회화 본연의 세계에 관한 성찰은 ‘화가의 정원’에서 엿볼 수 있다. 독립된 작은 전시실 바닥에 검은 그림 캔버스들과 뭉툭하게 말린 캔버스 천 묶음이 너부러져 쌓여있고, 그와 대비되게 눈부신 빛이 가득한 두 화폭이 벽면에 걸려 있다. 한정된 사각의 화폭 안에서 거칠고 집요하게 계속되던 빛의 소멸과 삭힘 작업들이 3차원의 전시공간에 의식과 물질을 중층으로 던져 놓음으로써 고요한 흥분과 팽팽한 긴장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철학과 회화의 결합’ ‘내적 이미지와 물체화된 회화 사이에 개입’하는 그의 작업은 근원에 대한 탐구이면서 ‘자기해방의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잡다한 색이 배제된 그 절대어둠의 공간, 그 속에 언뜻 비치는 잔잔한 반짝임과 그로부터 포착되는 스펙트럼 같은 빛의 분화로 ‘Energy Field’ ‘Piece of Paradise’ 연작 화폭들을 병행하기도 한다. 침묵의 검은 그림들과 대조적으로 현란한 원색의 화폭들은 내재되어 있던 태초 에너지의 약동을 그대로 드러낸 듯 색채나 필치에서 활달하기만 하다. 더러는 매끄러운 화면에 번질거리는 반사와 거칠게 중첩되는 색층들로 이루어진 빛과 에너지의 공간 연작은 검은 그림과 마찬가지로 비정형 추상의 원형은 유지하면서 생명력이 분출되는 무한 자유의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이 ‘빛과 색’ 작업들은 “에너지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창조의 영역… 비어 보이지만 그것들에 대한 접근으로 빛을 투입하고 쌓아 세상에 보여지게 만들려고 한” 것이었다. 이번 김유섭의 ‘원초적 풍경’은 그동안 유랑 중에 드문드문 보여 온 작업의 실체를 훨씬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아울러 시대의 표피를 따라 겉도는 여린 화업들에 보다 진중한 회화의 근원을 환기시켜 주면서, 한편으로는 체질처럼 탐닉하고 있는 비정형추상으로 시대를 초월할 수 있을지 물음을 남기기도 한다.- 조인호의 미술이야기 (전남일보. 2015.1.21)▲ 김유섭 <검은 그림>, 1996-2005 연작 중, 캔버스에 혼합재. 135x180cm▲ 김유섭 <검은 그림>, 1996-2005 연작, 캔버스에 혼합재. 각 135x180cm▲ 김유섭 <희망>, 2011, 캔버스에 아크릴릭. 200x180cm▲ 김유섭 <Drawing from Project 1>, 1995-2013. 각 90x110cm 18점, 종이에 연필,목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