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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기,양양 意氣,洋洋 - 청년의 미덕을 바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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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5-03-07 16:29 조회8,7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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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기,양양 意氣,洋洋-청년의 미덕을 바라다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 기획초대전
    2015. 2. 28 - 4. 26


    누구라도 의기양양(意氣揚揚)하게 힘찬 출발을 해야 할 새 봄이다! 광주시립미술관의 올해 첫 기획전인 <의기, 양양>(意氣, 洋洋)전은 지역미술계에서 활동을 펼쳐가기 시작한 신진작가들을 초대한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그야말로 청년의 푸른 뜻과 장한 기운이 우리 사회에 양양(洋洋)하길 바라며, 청년작가들 또한 굽힘없이 의기양양(意氣揚揚)하게 작업을 위해 전력하길 바라는 마음을 은유적으로 담고 있다. 어려운 작업환경에도 불구하고 경직되지 않고, 작품을 통해 가감 없이 현상을 읽어내는 작가들은 청년의 미덕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참여작가들은 요즘 세간에 오르내리는 80년대 세대이다.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삼포세대(三抛世代)란 지칭이 생겨날 정도로 사회의 갈등 구조를 온 몸으로 느끼는 세대군이다. 하지만 젊은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물리적인 환경에 휘둘리지 않은 유연한 감성과 사고를 드러낸다. 긴 꼬리의 러시아산 고양이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비좁은 작업실에 동거 하거나 간만에 구입한 연탄난로에 기뻐하며 추위를 녹이지만, 웹사이트를 매개체로 소통의 메신저 역할을 자청하고 지구 온난화 등 전 인류적인 고민을 함께 하기도 한다. 지극히 내밀한 자기 독백을 하는가 하면 관심사가 삶터에 국한되지 않고 경계 없이 확대되어 있음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자주 작품의 소재로 등장하는 이국적 풍경이 바로 그 한 예이다. 이처럼 다양한 작가의 관심사에 따라 전시 구성은 청년의 힘’, ‘새로운 탄생’, ‘푸른 사유’, ‘유년의 기억이라는 4개의 장()으로 구분하였다.

    청년의 힘

    김명우, 박인선, 서영기, 엄기준의 작품으로 구성하였으며, 현실에 대한 발언을 직간접적으로 하는 젊은 작가들의 용기를 느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엄기준은 거대한 문명 세계의 물질 더미 속에 끼어 있는 작은 존재인 소녀 도로시(DOROTHY)를 통해 현대 사회의 혼란스러운 모습들을 드러낸다. 급속도의 산업 발전은 편리함과 파괴를 동시에 유발하고, 행복을 찾아 헤매지만 가치관의 혼재는 자신을 비롯한 현대인의 삶을 표류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낯선 곳에 떠밀려 와서도 당황하지 않는 도로시의 모습에서 희망의 불빛을 보거나 또는 어떻게 대입해 읽어내는 가는 보는 이의 몫으로 남겨둔다.

    서영기는 도시의 폐허 위에 커다란 사탕을 대비 시킨 화면으로 이중적인 의미를 내포시키는 작업을 해왔다. 위안처일 수도 있는 달콤한 사탕이 반대로 문명을 파괴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다의적 해석을 가능케 하는 <IRONY>작업이다. 최근에는 백령도의 유휴지 내에 남아있는 병원이나 공원 등을 모티브로 하는 백령도 시리즈를 작업한다. 이곳도 한 때는 사람들을 위한 일상의 공간으로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단지 유물로만 남겨지게 된 공간이다. 작가는 필요했던 이 공간의 과거 역사가 무가치함으로 바뀌어 버린 현재 상황을 모순된 모습으로 재구성함으로써 가치의 아이러니를 유발시킨다.

    김명우는 공간에 대한 흥미로 영상작업을 시작했다. X세대라 불린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과도기 세대에 속한 작가는 동일 세대군이 오감으로 느끼는 다양한 감성을 관찰자적 시선으로 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엇이 이 세대군의 관심사인지, 어떤 욕구를 갖고 있는지, 생활주변 이야기를 소재로 함축적인 영상을 만든다. 광주의 역사적 공간인 양림동, 영향을 받은 예술가, 정보 세대의 소통 방식 등, 자신을 둘러싼 직접적인 공간에서 동일 세대군의 시대적 공간으로 작업을 확장시켜 가고 있으며, 동시대적 소통을 중점에 두고 있다.

    박인선은 도시의 공간을 통해 삶의 실체를 느낀다. 비좁은 골목길에 터 잡은 집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여기 저기 손을 본 흔적들이 덧남겨지는데, 마치 물건들이 여기 저기 쌓여가는 오래 묵은 안방처럼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런데 도시의 난개발로 마당을 가로질러 길이 나고, 동네가 사라지는 풍경을 보고 심한 통증을 느꼈으며, 이를 계기로 동네 골목의 모습들을 촬영한 사진 꼴라쥬 위에 드로잉 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쉽게 세워지는 만큼 쉽게 사라 지는 건물의 효용처럼 인간의 관계가 일회적이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변함없지만, 이제는 도시의 공간이 세상사를 반영한 시대의 자화상으로 느껴져 도시를 분해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으로 묵묵히 인간사의 현주소를 조명하고 있다.




    ▲◀
    엄기준. If and Somewhere_PN6. 2015. 71x90cm, 캔버스에 유화
    ▲▶ 서영기. Irony-Healing. 2014. 61x90.90cm, 캔버스에 유화
    ▼◀ 김명우. Build-Tower of Life. 2015. 3채널 비디오
    ▼▶ 박인선. 뿌리(연작)01,02. 2014. 91x72.7cm, 혼합재료



    새로운 탄생

    김경란, 김세진 작가는 폐비닐과 폐의류 및 용품으로 순환하는 생명을 일깨우는 설치작업을 보여준다.

    김경란은 버려지는 플라스틱 일회용품, 괘종시계, 포장용 바구니 등 일상의 재활용품을 자르고 덧붙이고 색칠해서 새로운 사물로 변신시킨다. 이번에는 페트병을 가지고 꽃으로 피어나게 했다. 천정에 매달린 수 십 개의 줄에 줄줄이 꿰어 있는 화려한 꽃들은 공중화원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꽃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김경란은 작업을 통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의미를 깊이 깨달으면서 하나의 끝은 또 하나의 시작이 된다는 순환의 철학을 마음 중심에 두게 되었다.

    김세진 또한 버려지는 물건으로 리싸이클(recycle) 작업을 한다. 의류나 운동화, 침대, 거울 등 재활용품을 소재로 그 위에 프린트 된 한지를 붙여 새로운 느낌의 물건으로 탈바꿈시킨다. 작품 <널기 좋은 날>은 색한지로 아름답게 변신한 옷과 모자가 빨랫줄에 매달려 늘어진 모습이다. 그 빨래 사이사이로 봄바람이 느껴지고, 외출을 기다리는 주인의 모습까지 떠올려 지게 한다. 누군가 사용했던 물건들에 새로운 패턴을 덧입힘으로써 이전의 흔적 들을 지우고 새롭게 시작해 보길 권하는 동안 작가 자신도 반복된 일상에서 벗 어나게 된다.

     김경란. 시작과 끝 사이. 2015


    푸른 사유

    김계진, 성혜림, 안지현의 작품은 희망을 통해 불안정한 심리를 극복해내거나 애매모호한 심리상황을 드러낸다.

    김계진은 푸른색의 카라 꽃을 그린다. 화면 가득 꽃이나 줄기를 빼곡히 그리거나 크게 확대된 꽃 한줄기를 그려 놓기도 한다. 카라 꽃을 본 느낌은 깨끗하고 아름다웠고, 그리고 행복했다. 카라 꽃을 그리는 이유가 되었다. 카라 꽃을 확대시켜 그리다 보면 안 보이는 부분이 드러나는데, 사람들의 드러난 모습과 감춰진 감정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였다. 집중한 카라 꽃작업은 형상을 넘어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게 만들었으며, 작업을 통해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본질이 순수(INNOCENCE) 임을 깨달았다.

    성혜림은 무언가 열중해 있는 아이를 그린다. 대부분 눈을 감고 있어서 표정을 잘 읽을 수가 없다. 오히려 내면의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 애매모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아이는 치열한 경쟁만을 요구하는 사회 속으로 발을 내딛기가 두려운 작가 자신의 자화상일 수도 있고, 현 젊은 세대의 공통된 모습이기도 하다. 어른이 되기를 미룬 체 어정쩡한 모습으로 불안한 떨림과 고민을 감추려는 무표정한 아이는 우리 사회의 답답한 현실을 느끼게 한다.

    안지현은 방(room)을 그린다. 방황과 불안감을 거두어들일 수 있었던 공간이 자신의 방이었다. 그 방은 공부를 위해 떠났던 프랑스라는 낯선 곳에서의 힘든 경험과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했으며, 안도감을 느끼게 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방은 다시 꿈을 꾸게 만들었다. 안지현에게 푸른 숲을 배경으로 한 은 치유의 공간이자 이상세계로 나갈 수 있는 출구와 같은 곳이다. 현실 속에 이상이 공존한다는 것을 알려 주는 그녀의 작품은 우리의 20대 청년들의 희망을 대변하는 것 같다.



    성혜림. 자꾸, 어디론가 숨고 싶어. 2014. 91x116.8cm, 캔버스에 유화
    안지현. 꿈의 틈입. 2014. 130x162cm, 캔버스에 유화


    유년의 기억

    김혜철, 박소화, 박화연 작가가 각자의 기억의 단편으로 남은 이미지들을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거나 유머러스하게, 혹은 반대되는 이미지를 한 화면에 보여줌으로써 잠재된 기억의 환기를 의도한다.

    김혜철은 최근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에 사로 잡혔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린 시절의 장난이나 놀이는 즐거운 경험으로 떠오른다. 김혜철은 냄비를 뒤집어 쓴 남자아이 등, 귀엽고 장난스런 어린아이 형상을 만들고 자석을 장치한다. 벽에 부착한 구조물인 배관 파이프에도 자석을 부착시키고 아이를 매달게 되면 자력으로 형상이 360도 회전한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어릴 적 상상이 만든 움직이는 조각으로, 보는 이에게 훨씬 큰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김혜철은 현재의 쳇바퀴 같은 삶을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어린 시절을 상기시킴으로써 행복한 기억을 되찾아주고 싶어 한다.

    박소화는 낯선 이미지들을 배치하여 서사적 공간을 만든다. 특정한 누구의 기억이기 보다는 사람들에게 잠재된 기억이나 소망, 무의식을 건드릴 수 있는 이미지들을 나열하며, 이분법적 연출을 위해 상징적인 창과 문을 장치한다. 문 안쪽은 꽃이 만발해 있지만 문 밖은 겨울 풍경이기도 하고, 숲 속에 문을 배치해 미지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런 비현실적 화면은 불안과 불편의 감정보다는 보는 이의 의식과 감성을 일깨움으로써 따뜻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만든다.

    박화연은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이 특별해 보인다. 작업의 주제가 되는 자연 풍경은 자라난 마을의 모습으로, 지금까지도 거대한 뿌리처럼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고 있다. 푸른 하늘, 노을로 물든 구름, 점점이 보이는 행인들, 마을 어귀를 지키는 큰 나무까지 자신의 기억 속에 찍힌 풍경들이다. 물의 번짐 효과를 최대한 살려 채색한 화면은 바람결이 느껴지기도 하고, 따뜻한 공기가 가득 차보이기도 한다. 덮인 흙을 쓸어내릴 때마다 조금씩 바닥의 형상이 드러나듯이, 원하는 모습이 드러나게 될 때까지 작업의 끈을 놓지 않을 열정을 지닌 작가이다.



    ▲◀ 박소화. 차가운. 2014. 80x80cm, 장지에 혼합재료
    ▲▶ 박화연. 집으로 가는 길. 2015. 116.8x91cm, 장지에 채색

    젊은 작가들의 관심사는 다양하다. 12명의 참여 작가는 각자의 개성으로, 표류하는 현대인이 추구하는 가치나 물질문명의 이중성사회에 흐르는 감성 코드를 읽어내고 폐기물의 재생을 통한 순환의 의미, 자신의 내면에 대한 깊은 사유나 잠재된 기억, 인간 순수의 본성에 대한 정의 등 실로 다양하게 관심사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작품을 통해 다양성은 획일적이지 않음을 의미하지, 불안정함을 의미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동시에 전한다. 예술이 세상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여겼던 때가 있는 기성세대와 사회적 기능의 관심보다는 다양한 감성을 건드리는 비현실적 화면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젊은 세대가 이번 전시 공간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 새봄, 생명을 움트게 하는 나무의 순처럼 생각을 두드리는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가 청년들의 힘찬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되길 또한 기대한다.

    - 황유정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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