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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속 몽환적 현실_ 조정태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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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5-08-01 18:00 조회6,6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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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태 <몽환_한여름 밤의 꿈>. 2015. 193.9x520cm, 캔버스에 혼합재



    일상 속 몽환적 현실 _ 조정태

     

    나의 작업은 사회구조 속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작업을 하면서 나는 리얼리즘이란 허울 속에 박제된 역사의 편린을 소재삼아
    단편적이고 관성적인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닌지 자문하게 되었다.
    현실의 실상이나 내면의 소리를 외면하고,
    현장사진 몇 장이나 이분법적 언어로 작업하며
    루쉰의 아Q처럼 자학적인 정신승리를 외치는 사람들 속에 나 자신이 있었다.
    반성한다.
    관성을 떨어내고 나 자신의 시각으로 현실을 바라보며 그림으로 말하고 싶다.
    과거 격동적인 시기,
    그림이 돌멩이가 될 수밖에 없었던 공간에서 활동하며 체내화되었던
    현상상황 고발 위주의 직선성에서 벗어나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를 비유와 은유로 일상적 풍경 속에서 소소하게 찾아보려 한다.
    민중미술의 당위성과 민중에 대한 당파성을 존중하되,
    잡다한 여건에 구애받지 않고 나 자신이 만족하는
    회화적 완성도에 집중하는 작업을 하려 한다.

    - 조정태 작가노트 (2015 개인전 팸플릿에서 발췌)



    현실주의 참여미술을 좌표로 삼고 한동안 개별창작보다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따른 공적 활동을 우선해 온 중견화가 조정태의 여섯 번째 개인전이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에서
    730일부터 812일까지 열리고 있다.

    여전히 화두는 현실에 두되 직선성 보다는 비유와 은유로 일상 풍경 속 사람살이를 풍자해내고 있다. 특히, 인간 삶을 들여다볼수록 선명해지는 세상의 욕망과 억압된 상황과 모순들을 과거 현실고발 형태의 비판적 재현이 아닌 상상력을 더해 각색 함축시켜낸 이미지들로 메시지의 상징성을 극대화하는 극적인 화면들이 두드러진다. 이는 생기 넘치게 활달하면서 회화적 감각과 필촉 맛을 즐기던 초기의 일상 스케치 풍과는 크게 대조되는 부분으로, 그만큼 절제와 함축, 재구성 등 주제 연출에 따른 작업의 무게가 훨씬 더해져 있다.

    실제로 이번 전시에서 가장 비중 있게 소개되고 있는 부분은 몽환연작들이다. 화폭도 5m, 4m에 이르는 대작들인데다, 핏물에 흠씬 젖은 듯한 선홍색 붉은 주조색들, 아귀처럼 기괴한 인물군상들이 빚어내는 모습들은 마치 염부세계를 잘못 들여다본 것처럼 섬찟하기까지 하다.

    이 가운데 중심을 이루는 것은 <몽환-한여름 밤의 꿈>인 것 같다. 올해 전시를 준비하면서 제작된 최근작인데, 높이 193.9cm에 폭이 520cm에 달해 한쪽 전시 벽면을 거의 채우는 가장 큰 작품이다. 폐 건물의 골조 뼈대들과 그 사이로 굵고 거친 뿌리들을 뻗고 있는 고목들, 그 은폐된 공간 속에 엉키고 당기고 허둥대며 우글거리고 있는 인간군상들이 그득하고, 배경은 화염에 휩싸인 듯 시뻘겋게 이글거리고 있다. 그의 말대로 욕망과 굴레와 탐욕과 실존이 정글의 늪처럼 질척이지만 바로 앞에 닥쳐 온 화마 속에 곧 사라지고 말 덧없는 몸부림들로 비춰져 끔찍 처절하기까지 하다.

    이 작품과 같은 제목으로 짝을 지을 수 있으면서 그 내력을 살펴 볼 수 있는 게 <일상적 풍경-인간세상>이다. 2004년부터 최근까지 거의 10여년에 걸쳐 제작해 온 작품이면서 폭이 390.9cm의 대작이다. 이 작품에서는 앞의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상황의 인간군상들이면서, 화려한 권좌와 국회의사당과 침몰해가는 세월호 선수부분, 해태상들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노골적인 현실비판 풍자의 메시지를 핏빛으로 물들여 토해 놓았다.

    이들 대작과 더불어 거대한 서낭고목의 골진 밑둥 자궁처럼 벌어진 틈사이로 금새 탐욕의 손아귀라도 뻗쳐나올 듯한 <몽환-근원>, 쏟아지는 핏물에 잔뜩 몸을 웅크린 인물근상들의 <몽환-사육>도 같은 주제연작으로 올 해 작품들이다. 작가는 최근 집중하고 있는 이들 인간세상, 인물군상 연작의 오래된 고뇌들을 귀띔해 주듯 1998년의 유화소품인 웅크린 나신 <인간>, 인간욕망과 억압에 관한 주제의식의 흐름을 보여주는 <에쿠우스>(2014) 소품을 함께 내놓았다.

    이밖에도 지리산의 광대한 산자락들을 넓직이 조망해보는 2014년의 <천하도><신 천하도>, <천지->(2014) 연작, 천지 간 기운을 흐릿한 대지 속 솟구친 양기로 표현한 <천지-조화>(2014), 소소한 일상의 단편을 가감 없이 묘사해낸 <몸빼>(2013), 사실적인 묘사이지만 찢어진 캔버스 사이로 생살처럼 벌건 생채기를 드러낸 <예비군복>(2013), 틈조차 없이 빡빡하게 들어차 구물거리는 해수욕장의 군상들로 세태를 풍자한 <군상>(2013) 등 이전 작품 일부도 함께 다시 보여준다.

    2002년 개인 전 이후 10년여 만에 다시 기운을 내기 시작해 2013년부터 매년 개인전을 잇게 된 조정태. 그가 탐구하는 세상의 실상과 사람살이의 이유는 이제 확실히 세상의 단편적 풍경보다는 그의 내면에 침잠된 문제의식과 그로부터 표출되는 함축적 상징도상들로 재구성되어 나타내어진다. 그가 만족할만한 회화적 완성도, 그것은 세상에 대해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집약효과에 따라 많이 좌우될 것처럼 보인다.



    조정태 <몽환_일상적 풍경>. 2006~2014. 162.1x390.9cm, 캔버스에 혼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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