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레이다'- 오승윤화백 10주기 추모전 > 전시비평/리뷰

본문 바로가기

전시비평/리뷰

Home > 남도미술소식 > 전시비평/리뷰
    전시비평/리뷰

    '신의 레이다'- 오승윤화백 10주기 추모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6-05-17 20:24 조회5,262회 댓글0건

    본문




    신의 레이다’ -오승윤화백 10주기 추모전

     

    그의 심적 고통에 어떠한 도움도 드리지 못한 일곱 살 손녀가 
     그를 기억하고 보존하기 위한 작은 프로젝트이다.”


    올해는 오승윤
    (19392006)화백이 안타까운 생을 마감한지 10주기가 되는 해이다. 오화백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특별한 추모의 자리가 외손녀에 의해 마련되었다. ‘신의 레이다라는 이름으로 슐츠&융 갤러리(장동교차로 쿤스트라운지 지하)에서 511일부터 613일까지 열리는 10주기 추모전이다. 오화백이 작고할 때 겨우 일곱 살이던 외손녀 박지윤이 일찍 신의 세계로 떠나가신 할아버지의 영적인 레이다에 연결되기를 바라는 그리움의 교감장치로써 전시회를 꾸민 것이다.

    외할아버지 타계 10년이 지난 올해 용인외대부고 3학년이 된 박지윤이 지난해부터 할아버지와 통할 수 있는 추모전을 구상해 왔고, 곧 대학생이 되어 사회 나가기 전 할아버지로부터 받았던 보살핌과 애정에 보답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한다. 실제로 전시의 형식도 오래토록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외할아버지의 최후만이 아닌 그분이 추구했던 예술세계와 누구 못지않게 다정다감했던 삶의 모습들을 환기시켜낼 수 있도록 할아버지와 외손녀가 그림 이미지들을 통해 대화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는 지산동 외가집을 찾은 걸음마쟁이 꼬마사진으로부터 시작된다
    . 친정 찾은 딸이 건넨 듯 화사한 꽃다발을 든 외할머니와 잠시 화필을 멈추고 화실문턱에 나와 앉아 손녀 재롱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오화백, 두 분의 사랑스러운 눈길 속에 볼태기 뽕뽕 귀염을 부리고 있는 꼬마 등 세 사람이 담긴 사진이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외할아버지로부터 받았던 사랑과 보살핌, 그리고는 인사도 나눌 겨를 없이 황망히 가신 할아버지가 문득문득 가슴 저미게 그리웠을 이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외손녀의 간절한 발신은 시작된다.

    그 기도의 발신은 할아버지 살아생전에 재롱삼아 그려 보여드렸던 멍멍이 백구와 어린왕자, 동물가족, 할아버지 그림 속 물고기와 꽃, 구름들, 그림 그리는 할아버지 모습 등등을 비롯, 가신 이후에도 그리움을 담아 그린 할아버지 극락왕생 발원그림, 예쁜 강아지와 공룡, 다정한 한 쌍의 새 등등 이러저런 그림들을 발신의 에너지로 그러모아 전시장 한 벽에 펼쳐놓았다. 또 그 옆으로 다른 벽면에는 읽을 때마다 외할아버지의 생각이 나곤했다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기도하는 모습의 인물형태 도상과 함께 새겨 넣은 5점의 아크릴판이 부착되어 있다.





    전시장 가운데는 할아버지의 영혼을 모시려는 듯 생전 화실 모습을 사진설치로 상징적으로 재현한 아담한 공간이 마련되었다
    . 중앙에는 당신이 사용하던 실내작업용 이젤에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캔버스가 제단 소지처럼 올려져 있고, 양쪽에는 지산동 화실의 유리창과 반투명 커튼이 쳐진 창으로 비치는 밝은 빛을 화실 가득 채워놓았다. 바닥은 물감투성이 화실바닥이 이미지로 옮겨져 깔려 있다. 사진으로 재현한 이 작은 화실공간은 사진작가인 이세현과 조현택이 이미지작업으로 설치해 주었다.

    영적 성소이기도 한 화실 이미지공간의 옆에는 전시장 한쪽에 이 전시에서 오직 한 점뿐인 오화백의 작품 <선녀>(1999)가 걸려 있다. 오화백의 작품 속에 늘 등장하던 누드여인이 비천의 모습으로 오색 비단자락을 휘날리며 꽃구름들과 함께 내려온 모습이다. 외손녀와 할아버지를 영적으로 이어주려는 듯한 배치인데, 옆에 쓰인 한 줄의 글-외할머니가 앨범을 넘기다 이 작품 사진을 보고 회상하셨다는 한 마디.. “이때부터 갈 생각을 했는 갑다.”...

    오화백을 맞이해 간 천상계의 선녀이든, 10년 만에 몰라보게 자라 여고생이 되어 할아버지를 기리는 이 추모전을 기획한 외손녀에게 대견함과 고마움의 뜻을 전하러 온 비천이든 이 한 점의 작품이 추모의 화실공간과 더불어 더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Copyright 2024 광주미술문화연구소 All Rights Reserved
    본 사이트의 이미지들은 게시자와 협의없이 임의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