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웅 컬렉션전 ‘어느 수집가의 인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3-08-10 19:29 조회1,317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문웅 컬렉션전 일부. 동곡미술관 제공사진 문웅 컬렉션전 ‘어느 수집가의 인연’ 2023.08.09-10.03 / 동곡미술관 문화예술 가치의 향유 공유로서 아트컬렉션 2021년 처음 시작하여 지금도 전국을 돌며 일반 대중을 일상 너머 예술세계로 끌어들이고 있는 ‘이건희컬렉션전’의 파급력은 대단하다. 수집한 작품의 질과 양, 그 폭이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개인소장품을 비롯, 고물상을 떠돌거나 다른 나라에 잠들어 있던 국보급 미술품을 찾아내고 거액을 불사하고서라도 기필코 구해 우리 품에 안긴 전설적인 컬렉터들도 있고, 다른 직업인데도 일부러 집중해서, 아니면 여기취미 삼아 미술품을 수집하고 즐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실 공‧사립 미술관 수장고나 개인에게 보관되어 일반에 잘 공개되지 않은 소장품들까지 폭을 넓히면 컬렉션의 세계는 그 깊이와 끝을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다. 이번에 광주 동곡미술관에서 소장품전을 열게 된 인영 문웅 박사의 수집품들도 세상 그 어느 누구 못지않아 보인다. 2020년 세종문화회관에서 대규모 컬렉션전 이후 젊은 시절 활동지였던 광주를 찾았다. ‘수집으로 만난 인연’이라는 이름의 이 전시는 문박사가 지난 50여 년 동안 모아온 3천여 점의 소장품 가운데 70여 점만을 골라 선보이기 때문에 컬렉션 전체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문박사는 이미 소문난 대형 컬렉터이고 예술후원자다. 옛 간찰과 고서화 묵적부터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엮을만한 작품들의 면면과 국외까지 폭을 넓힌 서예, 한국화, 서양화, 조각, 아카이브 자료들은 그 수량과 범위만큼이나 기울인 정성과 애정은 참으로 엄청나다. 사업가이자 예술경영 학자이기도 한 이력처럼 문박사의 미술품 수집은 심미적 취향과 재화적 가치를 균형 있게 중시한다. 그의 저서 『수집의 세계-어느 미술품 컬렉터의 기록』(2021)에서 “수집은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열정과 안목으로 하는 것이다. 미술에 대한 지식과 안목을 키우고, 그것을 내 손안에 넣을 수 있는 재원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작가나 비평가는 작품을 예술로만 말할 수 있지만, 미술상이나 수집가는 상품으로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예술품이기 때문에 즐거워야 하고, 자산이기 때문에 적절한 수익도 올려야 한다.”고 지론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작품들의 출처를 따라 호남화단과 한국미술, 세계미술 등 3개 섹션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 ‘인연의 시작, 호남미술’에서는 20대 때 처음 미술품 수집의 계기가 되기도 했던 호남 전통화단 작품들을 비롯한 근‧현대기 동‧서양화 작품들이다. 호남 남화의 고전인 소치‧미산의 묵모란도와 가맥을 잇는 남농‧의재의 수묵산수 등 허씨일가, 그 제자 세대인 아산, 석현의 개성 강한 화폭들을 만날 수 있다. 서양화에서도 한국 구상화단의 거목이자 호남 인상파화풍의 대부인 오지호와 임직순의 희귀작을 비롯, 현대미술 탐구의 치열한 논쟁 친구로서 외형의 실사보다 내적 정신성 표출에 무게를 뒀던 배동신과 양수아, 수채화와 비구상회화에서 독자적인 회화세계를 이룩한 강연균과 우제길의 작품이 전시된다, 두 번째 섹션 ‘만남은 운명처럼’에서는 한국 근‧현대 미술의 주역들 작품을 골라 전시하고 있다. 관념적 전통화풍으로부터 벗어나 현대적 수묵 채색의 화폭을 일구어낸 청전과 고암, 운보, 천경자, 박대성, 사석원 등의 심상풍경 또는 운필 채색효과가 독특한 개성 있는 한국화, 신모더니즘을 바탕으로 민족미술 양식에서 동양적 우주관으로 나아간 한국 추상회화의 선도자 김환기, 격동의 시기 심적 고뇌와 염원을 은지화로 기록한 이중섭, 화사한 농원풍경을 단순 간결하게 주관화시킨 이대원, 투명한 적요 속에 침잠한 김창렬, 변혁의 시기 민족혼과 시대정신으로 민중의 힘과 정서를 응축시켜낸 오윤의 목판화, 거친 필치의 화폭으로 생명력을 옮겨낸 김종학의 작품, 여기에다 문신, 민복진, 고정수, 강동철의 추상조형과 인물조각상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관통하고 있다. 또한 세 번째 ‘수집은 나의 인생’에서는 문박사의 끝없는 탐미와 수집의 열정을 볼 수 있다. 동양의 제백석과 쿠사마 야요이, 서구의 로댕, 데이비드 호크니, A,R 펭크, 랄프 플렉, 앤디 덴 즐러, 한국의 우국원, 고상원, 하정우, 윤위동, 콰야(서세원) 등의 작품들이다. 동‧서 미술계 유명작가이거나 아트페어에서 만남 아니면 콜렉터 활동 중 우연찮게 인연이 된 한 점 한 점이다. 아울러 김만중의 [구운몽] 필사 노존본과 민영익의 간찰, 함석헌의 미공개 ‘도적지변’ 육필 원고, 김수환 추기경의 원고, 더하여 희귀 벼루들까지 폭넓은 컬렉션의 일부가 펼쳐져 있다. 문웅 박사의 컬렉션은 특정 유형이나 작가에 편중되진 않아 보인다. 개인적인 관심이나 성향, 투자가치에 따라 어느 분야와 작가에 집중하는 컬렉터들과는 다른 점이다. 눈에 들고 인연이 닿으면 사 모은 것 같다. 사실 주된 분야를 정해 집중하기보다 어느 것에나 마음을 열다 보면 열정과 재원이 분산되어 중심이 안 잡힐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작품을 구입할 때는 최대한 많은 관련 자료를 조사 연구하고 신중히 숙고하여 결정한다고 한다. “투자하려면 그 미술가를 파고들어야 한다. 어떤 것에 취미가 생기면 그 분야를 파고드는 게 당연해지는 것”이라는 것이다. 문박사 스스로 “인생의 절반은 예술에 집중되어 있다”고 자평할 만큼 미술품에 ‘점잖게 미친’ 상태다. 컬렉션은 소장자의 취미를 넘어선 또 다른 차원의 문화활동이자 아트테크이면서, 세상의 숱한 예술활동과 문화적 가치들 가운데 나의 관점과 안목에 들어맞는 것들을 추려 모아 제2, 제3의 가치로 키워내는 탐미와 투자의 전문활동일 것이다. 문박사의 50여 년 컬렉션이 세종문화회관이나 이번 동곡미술관 전시 같은 공유의 장을 거듭하면서 재정리되고 갈피를 잡아 보다 알찬 가치를 틔워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문웅 컬렉션전 일부. 동곡미술관 제공사진 문웅 컬렉션전 일부. 동곡미술관 제공사진 배동신 <누드>, 임직순 <소녀상>. 문웅 컬렉션 오윤 <앵적가> <낮 도깨비> 목판화. 문웅 켈렉션 강연균 <무등산>, 1979, 종이에 수채. 문웅 컬렉션 박은용 <산수도>. 문웅 컬렉션 홍성담 <씨름판> 목판화. 문웅 컬렉션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