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필용, 빛이 된 물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박미화 작성일24-01-23 11:19 조회1,953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송필용 <역사의 흐름>, 2023, 캔버스에 유채, 130.3x194cm 송필용, 빛이 된 물 전남도립미술관의 송필용 초대전 ‘물의 서사’(2023.11.21.~2024.1.21) 전시가 있었다. 작가의 최근 ‘물’ 연작을 중심으로 지난 40여 년 회화작업을 돌아보는 자리였다. 이 전시에 붙여진 평문 중 일부를 발췌하여 이번 전시를 되돌아본다.(편집자 주) 송필용은 1980년대 민중미술의 중심에 있었던 작가이다. 그는 예술과 사회의 재정립에 나섰던 다양한 실천에 동참하면서 자신만의 특별한 작품세계를 모색해 왔다. 작가는 정화수로 사람들을 위로하였고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옛것에서 새로움을 찾는 긴 여정을 시작했다. 이번 ‘물의 서사’전에 출품되는 최근 작업은 전통을 토대로 동양적인 시각과 전통산수의 영향 아래에 있으면서 매우 현대적이다. 그러나 언뜻 송필용의 기존 작품세계와 연결되어 보이지 않는 극단적인 추상표현주의 화면을 보여주어 매우 흥미롭다. 현란하다 못해 마치 춤을 추는 듯한 유동적인 선들의 합주와 단순한 색면에 점을 찍은 송필용의 두 시리즈는 자유로움의 극치로 다가온다. 이것은 그가 추구한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는 ‘정화수’의 끝자락이 아닐까 한다. 송필용에게 있어 ‘정화수’는 부정과 대극되는 맑음이자 정함으로 역사의 흐름에서 상처받은 수많은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매개체이다. 그의 정화수는 어느덧 폭포와 강이 되었고, 역사는 꿋꿋하게 흘러가는 거대한 물의 흐름으로 표현되었다. 이것은 30년 넘는 송필용 화업의 출발점 중 하나이다. 정화수와 더불어 그가 작업에서 추구한 또 다른 핵심은 ‘선비정신’이다. 선비정신을 화두로 삼고 전통을 재해석하며 그 속에서 다양한 기법을 연구하는 등 자신의 독자한 조형세계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1990년 이후 그는 전통적인 기법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서 금강산, 매화, 폭포, 강줄기, 산수 등의 풍경 이미지를 형상화 했다. 이번 그의 개인전은 왕성한 작업 가운데 ‘물’을 중심으로 올곧게 추구해온 역사, 흐름, 물, 땅 이라는 핵심적 변화과정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심연의 흐름’, ‘심연의 폭포’, ‘역사의 흐름’, ‘땅의 역사’ 시리즈는 ‘물’의 출발이 되는 정화수와 그의 정신적 바탕이 되는 선비정신에 토대를 두면서도 작가의 꾸준한 조형적 실험과 탐험의 과정을 볼 수 있는 전시이다. (중략) 송필용 작업의 또 하나의 근간은 ‘선비정신’이다. 그는 대학교부터 민주화 흐름 한 가운데에서도 나름의 새롭고 특별한 조형세계를 찾는데 몰두하였고,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선비정신이었다. (중략) 그에게 있어 선비정신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의를 저버리지 않는 선비정신이 곧 자신이 추구해야 하는 운명으로 다가온 것으로 짐작된다. (중략) 송필용의 <심연의 흐름> 시리즈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최근작으로 극단적인 추상화면을 보인다. 쉽게 말하면, 하나는 색면추상, 다른 하나는 액션페인팅을 각각 연상시킨다. 이처럼 형식적으로 드러나는 화면은 정적이고, 동적이어서 매우 양극화 현상으로 보이지만 작가는 ‘심연의 흐름’으로 통칭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분수, 폭포 등과 같은 더 이상의 어떤 물리적·관념적 대상도 가지지 않는다. 층층이 쌓아 올린 색 층에 점을 찍어 마무리하면서 내면의 이야기를 하고, 다른 하나는 색면 위에 분방한 선묘들의 어우러짐이 환상적이다. 마치 떨어지는 폭포수 물방울의 움직임을 눈으로 보는 듯하다.(중략) 매우 동적인 필획 시리즈는 송필용의 분청사기에 보여지는 무심한 선들에 강한 영향을 받았다. 특히, 오랜 단련 끝에 나오는 편안하면서도 정돈된 분청사기에 그려진 선들에 작가는 매료되었다. 결코 어색함이 없는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것이었기에 작가는 끊임없이 자신의 필획을 분청사기의 선들을 생각하며 단련했다. 오랜 기간 숙달된 도공들의 필선은 특별한 힘을 들이지 않고도 자연스러웠고, 인위적이지 않다. 작가는 여러 층으로 밑칠된 캔버스 위에 유화물감이라는 질료의 물성을 충분히 활용한다. 때로는 덩어리로 엉켜있는 물감을 작가는 나이프로 긋고, 긁어내어 밑바탕 색이 드러나도록 한다. 이때의 선들은 마치 물이 튀기듯 자연스럽고 현란하다. 직관적이고 순발력 있는 조화선들이 자유스러운 폭포의 물줄기가 되어 심연으로 흘러 들어간다. 작가는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정화되고, 치유되는 새로운 에너지를 생성시키는 사유의 통로로서 필획시리즈를 만들었다. 자신의 필획으로 가득찬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물, 폭포는 현대인들에게 사유의 흐름이며, 치유의 통로가 되어준다.” 비록 폭포라는 시각적 형태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물과 폭포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이제는 역사의 흐름에서 사람들의 심연의 흐름으로 옮겨 온 것이다. 송필용의 <심연의 폭포> 시리즈는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의 흐름을 보여주는 폭포를 소재로 한다. 폭포를 형상화하는 이 시리즈는 그가 탐구한 분청사기의 조화기법에 충실하고 있다.(중략) 작가는 이 기법을 유화에 도입하여 캔버스 위에 거친 붓질의 재질감 있는 밑 작업을 한 후, 물감을 계속 발라 진흙같은 무르기로 만든다. 그 위에 작가는 도구로 긋고, 지우고, 긁어내며, 스치고, 흘리는 극적인 연출을 하는 치유의 물줄기를 만든다. 격렬한 붓질과 역동적인 조화선의 필획, 도드라진 물감의 물성이 강조되는 질박한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처럼 소재는 폭포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전통 조화기법을 응용하여 그만의 조형기법으로 도달한 심연이 폭포는 마치 흐르고 있으나 흐름이 멈춘 듯한 폭포의 물줄기 장면을 연출한다. 이것은 쉬지 않고 달려온 달인 송필용 작가만의 경지일 것이다. (중략) 아울러 이 시리즈에서 보여지는 수직과 수평의 대조는 화면에 극적인 긴장감을 더한다. 1980년대 초기에 보여주었던 흑백 작품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심연의 폭포>는 흰색의 수직 폭포수와 반대 방향의 나이프 자국들의 배경과 서로 강한 대조를 보인다. 긁어내는 조화기법은 대부분 무작위적인 마티에르를 보여주는 선들이지만 때로는 글자도 그려졌다. 글자는 의미에서 나아가 조형적이다. (중략) ‘물’이 흐르듯 역사도 흐른다. 작가는 역사의 흐름을 물의 흐름에 비유한다. 어떤 장애나 어려움이 있어도 나아가야 하는 방향으로 꿋꿋이 흐르는 물처럼 역사도 어떠한 흐름이 있다면 거스를 수 없음을 주장한다. 그의 <역사의 흐름> 시리즈는 강물의 흐름으로 역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이 그랬듯이 그 어떤 것도 역사의 큰 흐름은 거역할 수 없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물은 부드럽고 유동적이면서도 힘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한 방향으로 변함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의 굴곡진 역사에서 시련과 고난은 있어도 하나의 거대한 흐름은 바뀔 수 없다는 점을, 도도하게 흐르는 강줄기는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 박미화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송필용 <새벽-붉게 물든 정화수>, 1987, 캔버스에 유채, 130.3x194cm 송필용 <땅의 역사>, 1987~89, 캔버스에 유채, 130.3x1,650cm 송필용 <심연의 흐름> 연작, 2023, 캔버스에 유채, 각 130.3x194cm 송필용의 <심연의 흐름>(2023) 연작 중 필획 시리즈와 점획 시리즈 송필용 초대전 '물의 서사' 중 일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