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극본능 그리고 미완의 내러티브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강동아 작성일24-04-11 20:27 조회1,632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림배지희 <껍데기>, 2021, 장지에 혼합재, 194x130cm 간극본능그리고 미완의 내러티브 2024.03.16.-06.02 / 해동문화예술촌 아레아갤러리 ‘간극’은 사물 혹은 시간 사이의 틈, 두 가지 현상 사이의 틈을 정의하는 말이다. 인간에게는 어떠한 대상을 뚜렷하게 구별하려는 이분법적인 사고, ‘간극본능’이 존재한다. 이는 다분화된 사회현상을 그저 단편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발상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답이 제시되지 않은, 즉 각자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미완성의 묘사’를 표현하기 위한 행동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전시는 ‘과잉과 결핍’이라는 극단적인 양 단어 간의 역할에 초점을 맞춰 구성되었다. 이를 통해 부정하려고 하는 ‘간극’을 오히려 부각시키는 장치인 것이다. 상충 관계를 보이는 두 개념이 주는 신호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다발적으로 펼쳐지는 현상에 대한 묘사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는 불안정하고 안주할 수 없는 긴장감과 궁금증을 유발하게 된다. 대화의 껍데기 / 림배지희 림배지희는 관계, 소통의 과잉 속에서 각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난무하는 ‘이야깃거리’ 그 이면에 집중한다. 그리고 방대한 ‘이야깃거리’ 이면에는 일상생활에서 발설하지 못하여 삼켜진 것들이 있다. 그는 이러한 이야기를 자신만의 언어로 연출하고 그 이면에 갇혀있는 언어의 공허함을 드러내며 발설되진 않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을 캔버스 화면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러나는 공허함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2023)는 대화 중에 발설되지 못하고 삼켜진 말들, 꿈 속의 장면 등 현실로 표현되지 못하고 남겨진 정서와 경험을 담아낸다. 특히 삼켜진 말들이 소멸되지 않고 우리의 삶에 부유함을 그의 회화 작업과 결합하여 대화의 결핍에 대한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이렇듯 언어가 서로 오가고 떠다니지만, 그 안에서 발설되지 않는 현상을 “껍데기”라고 지칭하며, 정보의 과잉 속에서 껍데기만 난무하는 현상을 한 화면 안에 펼쳐 그린다. 껍데기 안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없는 세계를 그려내며 불협화음, 두려움, 사물의 뒤편에 대해 잠시나마 짐작하게 한다. 표류하는 사건 / 박재훈 박재훈은 디지털 공간에 세계관을 창조한다. 그는 직접 현실 세계의 사물을 3D 데이터로 수집하고 구현한 후 가상 공간(디지털 공간)에 재배치하곤 한다. ‘디지털 레디메이드’로 소개하는 그의 작업은 각종 대량 생산된 사물이 가상의 화면에 업로드된다. 사실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게임적인 것, 영상작업이지만 가상의 설치작업인 그의 작업에는 사회 속 잔재들이 부유하며 관객의 시선을 뒤흔든다. <총체적난국>(2023)은 작업실 천장에서 물이 새던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가상 공간으로 가져온다. 각종 사물이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는 투명체라고 보는 그는 사물을 활용해 인간이 만들어낸 욕망을 드러낸다. 찢어진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어둠이 드리우는 하늘, 뿌연 흙먼지 등 누수 공사가 채 끝나지 않은 방 안에서의 하루를 역추적한다. 박재훈은 정육면체 화면 속에서 사물을 토대로 자본주의가 초래하는 결과물을 암시하는 것이다. <거룩한 묘시>(2022) 또한 개연성 없이 병치된 사물을 통해 자본주의의 풍경을 기록한다. 자본과 기술로부터 파생된 풍경을 3D 시뮬레이션으로 가공하는 과정을 마주함으로써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연출과 우연 / 윤미류 윤미류의 회화는 장르상으로는 초상화에 속하는 듯 하지만 연출과 우연을 접목하여 작업을 진행한다. 인물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하되, 인물을 바탕으로 일종의 허구적인 내러티브를 만들어낸다. 작품 속 인물들은 한결같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행위는 작가만의 방식으로 조합하고 변형한 결과물이 된다. 그렇다면 연출하지만 연출하지 않은, 우연이지만 우연이 아닌 이러한 결과물은 어떤 시나리오를 담고 있을까. 스마트폰이 신체의 일부가 된 세대는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지 사진을 찍는다. 스마트폰 속에서 잊혀지는 수많은 이미지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윤미류 또한 마찬가지로 지인들을 모델로 연속사진을 찍어낸다. 그리고 현장에서 인물의 행보를 수십 장 촬영하고 후에 이를 새롭게 조합한다. 이로써 파생된 형태를 캔버스 위로 옮기는 행위를 통해 허구적인 내러티브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연출을, 수십 장의 사진을 선택하고 조합하며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행위는 우연성을 드러내며 완벽하게 포현할 수 없는 순간의 재현을 시도하는 것이다.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각자의 해석과 숨겨진 시나리오의 만남을 기대하며 개개인의 서사를 열어주는 도구로써 작동하길 바란다. ‘간극’의 이면을 보여주는 본 전시의 일부를 드러내듯이 연출과 우연이 접목된 이미지들은 감상자의 해석을 통해 새롭게 확장되며 완성되지 않은 내러티브를 향하는 계기로서 작동할 것이다. 간극의 이면을 보여주는 본 전시는 인간의 본능이 쫒아가는 극적인 본능을 의심하고, 다양한 사유 지점을 찾고자 한다. 다시 말해 인간이 좋아하는 선과 악, 부자와 빈자, 필연과 우연 등의 이분법적인 구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초청된 세 명의 작가들-림배지희, 박재훈, 윤미류-은 각자의 시선으로 ‘과잉과 결핍’에 대해 재해석하며, ‘간극’의 경계 너머에 존재하는 것을 탐구한다. 우리는 이들이 제안하는 시선을 통해 미처 몰랐던 삶에 스민 사회 기준과 본능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 강동아 (해동문화예술촌 큐레이터) 림배지희 <새>, 2022, 나무패널에 혼합재, 52.8x45.4cm 윤미류 <Waiting 1>, 2023, 캔버스에 유채, 33.4x45.5cm 윤미류 <Knowing Eyes>, 2023, 캔버스에 유채, 193.9x130.3cm 박재훈 <총체적 난국 (Omnishambles), 2023, 비디오영상, 2분 44초 박재훈 <거룩한 묘시>(Highway Epigram), 2022, 비디오영상, 6분 7초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