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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집된 욕망의 '경계'-이세현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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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4-06-17 19:59 조회9,1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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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집된 욕망의 경계’-이세현 사진전

     

    2014 로터스갤러리 기획 신인작가전
    2014. 6.16-29


    돌은 자연이다.
    나는 이 세계에 돌을 던지면서 자연에 대립되어 있는 인간의 존재를 느낀다.
    인간의 욕망이 인간을 세계와 대립시키기 시작했다.
    우리가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면
    돌을 던지는 행위만큼이나 원시적인 폭력행위이다.”  

    이세현이 전시장 입구에 붙여놓은 전시개념에 관한 작업노트의 일부이다. 그의 여러 갈래 작업 중 경계연작으로 다섯 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광주 무각사 로터스갤러리가 마련한 2014년도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사업의 제2회 신인작가 지원전시로 616일부터 29일까지다.

    이번 경계작업들은 대부분 이 소재다. 그 돌들은 빈 허공을 배경으로 하거나, 솔숲 배경에 묻혀있거나, 계곡물의 물결이나 파문 아래에 깔려 있다. 돌은 자연이면서, 의도된 행위의 재료이자 도구이고, 욕망과 갈망의 응집물이다. 그의 돌덩이들은 무수한 단편 파편들로 엮어진 일그러진 덩어리다. 그 자체로 이미 존재해 온 돌이 아닌, 의도된 행위에 의해 본래 자연성을 잃고 일부분만을 차출당해 조합된 이미지로서 돌덩이다. 욕망이 깔린 그 의도성과 행위성은 자연과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문명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의 평범치 않은 돌들의 이미지는 일련의 퍼포먼스 같은 행위의 결과이자, 이미지 연출을 위해 의도된 사진작업의 집적이다. 돌을 집어 허공에 던져 올린다. 솔숲이나 골목이나 시장바닥에서나 돌들을 모아 던져 올린다. 횡단보도가에 떨어진 토마토를 던져 올린다. 던져 올린 것들이 허공에 머무는 찰나를 클레이 사격을 하듯 순간순간 셔터를 누른다. 던져진 것들은 줄곧 맥없이 떨어지고, 떨어진 것들은 파편을 남기며 깨지거나 널부러진다.

    던지고 셔터 누르기를 반복하는 그의 작업은 시지프스 같다. 그에게 사진찍기는 일종의 퍼포먼스다. 던진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향한 목적성이 있는 행위다. 저항, 분노, 대립, 파괴, 폭력, 획득... 자유, 무심... 갈망과 갈등과 무의식의 심적 상태에서 던져지는 돌은 욕망 또는 갈망의 응집물이자 그 행위를 위한 도구다. 알 수 없는 세월의 깊이를 가진 돌은 그에게 불가해한 자연이다. 그 자연은 인간의 손에 포획되는 순간 도구가 되고 수단이 된다.

    돌을 던지는 행위 속에서 나는 돌이 지니고 있는 역사를 바라본다. 수천백년 전의 지구상의 돌들지금을 살아가는 돌들. 그들이 그 역사 속에 있었음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 돌을 세상에 던지며 이 역사 속에서의 나를 바라본다. 세상에 아무렇게나 던져지는 나의 방향성을 고민한다.”

    이세현의 작업노트다. 자연 본래의 순수세계와 욕망 갈망의 세상사를 동일선상에서 들여다보거나 대비시키기도 하는 이세현은 그런 의식으로 사회적 이슈가 된 큰 사건 사고현장을 자주 찾는다.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현장이나 세월호 침몰사고 팽목항도 그런 행적의 하나다. 그러나 생과 사가 바람처럼 떠도는 팽목항에서 만큼은 평소 습관대로 카메라를 들어 올릴 수가 없었다. 그 아득한 공황상태로 도림사 계곡을 찾아 천연스럽게 흐르는 물길에 그저 국화 한 송이의 파문을 남기는 행위만 반복하면서 그 여울지는 파문 하나하나를 사진으로 편집해 자연 본래의 물길을 이어 놓았다.





    전시장 한쪽 벽면에는 돌로 상징화시켜 채집한 세상 욕망덩이들
    , 순수자연을 향해 던져지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숱한 인공의 갈망들, 자기 내부로부터 솟구치는 불확실한 세계에 대한 탐구욕을 흑백 바탕으로 나누어진 120여개의 소품 사진패널들이 채워져 있다. 관객들은 3만원 이상을 기부하고 이 가운데 작품 한 점씩을 골라 간다. 기부로 비워지게 된 빈 공간은 어떤 관계의 흔적이 되고관객의 기부금액들로 돌맹이는 파편으로 흩어지지 않고 응집돼 전시가 끝난 뒤 무료급식소에 기부된다. 관객들은 전시공간에서 기부라는 고리를 만들며 진행되는 작품행위에 주체가 되어 동참하고, 그 마음들은 어느 누군가에게로 향하게 된다.








    이세현은
    1984년 곡성에서 태어나 동신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그동안 극락강’(2007, 서울 사진쟁이1019), ‘몽유야담’(2008, 서울 아트비트), ‘에피소드’(2011, 서울 인사아트센터), ‘경계’(2013, 광주 생각상자), ‘경계’(2014, 광주 로터스) 등의 다섯 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더불어 V-Party Vol.2(2011~2013, 광주 갤러리 D쿤스트라운지 등), 9회 광주비엔날레 포트폴리오 공모전(2012, 광주 비엔날레관), 두드리다(2013, 광주 신세계갤러리), green art(2013, 화순 소아르갤러리), 직조된 재현(2013, 광주 은암미술관), 가까고도 먼 젊은 작가(2014,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옥상의 정치(2014, 광주 갤러리미테) 등의 전시에 참여하였다. 20112012년 광주 대인예술시장 레지던시 작가였고, 현재는 광주 대인예술시장 안에 마련한 스튜디오 을 거점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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