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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세한 감성과 교감의 '잔향'-윤세영 이선희 2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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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4-06-21 18:09 조회10,7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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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세영 <닿을 듯한 그리움>. 2014. 116.8x80cm. 종이에 채색, 스크래치
                  <너의 봄>. 2014. 117x92cm. 종이에 채색
    이선희 <_바람결에...>. 2013. 73×91cm. 마직에 분채
                  <하늘을 담다>. 2014. 76x100cm. 마직에 분채


     

    섬세한 감성과 교감의 잔향


    윤세영 이선희 2인전
    2014. 6. 21
    - 7. 3
    / 광주 롯데갤러리


    감성에의 천착, 교감의 실현

    우리가 인식하는 여성성의 특질을 생각해본다. ()의 사회적인 역할 범주를 깊이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흔히 여성다움이란 그것이 본연적인 감성의 영역이라기보다는,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요구되어 온 여성으로서의 역할이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체화된 것이 아닌가 싶다. 모성이나 섬세함 따위의 감성을 여성 본연의 가치로 동일시화 하는 과정 또한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여겨진다.

    초여름이 시작되는 절기
    , 롯데갤러리에서는 두 여성작가를 초대한다. 굳이 여성작가로 규정하는 모순을 차치하고서라도 두 작가의 작업 성향에서 느껴지는 밀도감은 여성성의 순기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외부로부터 경험하고 체득한 다양한 감수성은 각자가 지니는 내적 감성과 어우러지며 특유의 농밀한 화면을 구사하는데, 그것이 시간성의 축적, 혹은 시선의 동질화를 통한 교감이라는 형태로 이어지며 보는 이에게 평안한 감정을 선사한다.

    두 작가가 다뤄온 채색화의 물성 또한 다분히 한국화의 매력을 전달하는 데 적절한 것이다
    . 현대미술 안에서 평면 작업, 혹은 회화라는 큰 범주 안으로 편입되는 한국화가 그 장르적 속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흐름에서, 이들의 작업관이 새삼 반가운 울림으로 다가온다면 과장일까? 섬세한 감성과 내용으로 쌓아 올린 물기 머금은 색감과 분채와 석채 등으로 여러 번 중첩된 부드러운 색조, 적절한 여백으로 내용 전달의 체감을 증폭시키는 두 작가의 화법은 그들이 지니는 예민한 감성과 일치되어 근사한 화폭을 구축하게 한다.



      ▲ 윤세영 <그해 봄>. 2014. 162x130cm. 종이에 채색 / 기저귀천 영상설치

    윤세영 작가의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시간성
    , 그리고 작업의 풍부한 내용을 이야기해보자. 시간성이라 함은 과정의 가치를 중요시한다는 의미이다. 형식과 내용면에서 평면의 화면에 구사하는, 의미 그대로의 즉물적인 평면성이 아닌 역사적인 사건을 모티브로 드러낸 인간 삶의 아픔들, 혹은 사람살이의 일상에 내재된 소외와 우울함 등을 작업 과정에 오롯이 투사시키며 그만의 집적된 작업세계를 제시한다. 메시지에 깊이감을 부여하는 푸른 색조는 크고 작은 물결이 응축된 화면 위로 덧씌워지며 그리움, 기억 등의 작가 나름의 서정으로 치환된다. 그러한 서정이 공감을 형성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화폭의 기운을 서로 공유하는 힘, 즉 창작 영역에서의 의미 있는 소통이 더욱 크게 발휘될 수 있다면 좋겠다. 아픈 4월을 담아낸 듯한 봄 연작과 일련의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아련한 감정들이 뜻 그대로 아프게다가오기도 한다.




    작가가 제시한 시선의 흐름과 화폭의 공기에서 감정적 교류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이선희 작가의 성향도 그 교감의 중요성에 몰입한다
    . “시선이 머무는 곳에 따라 감춰진 감정의 조각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하고, 그 감정이 연루된 공간 안에서 교감을 이끌어 내려는 데 목적이 있다는 작가의 언급을 염두에 둘 때 작품의 향수자에게 수동적이고 피상적으로 보여지는 객체로써의 보는 이가 아닌 유사한 정서와 감성적 모티브를 공유하는 화자로서의 위치 선정을 바라고 있다. 사색의 순간을 표현한 듯한 화면 구성의 주요 인물은 주로 여성들이다. 감정의 편린들이 떠도는 찰나의 프레임은 작가 특유의 정적인 화면과 뒤섞이는데, 여백으로 표현된 넉넉한 공간 안으로 여성 특유의 예민한 정서가 감지된다. 간접적인 자아의 투영이기도, 더불어 범속한 삶의 회한들을 함께 공유하기 위한 의도이기도 하다. 등을 보이고 돌아선 인물이 응시하는 곳이 구체적으로 어디인지 어떠한 감정을 드러내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시선의 향수자는 유사한 제스쳐를 취하며 다양한 사유의 파편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을 향유함은 단순히 장식성의 집중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 제법 보기 좋고 그럴싸해 보일지라도 그 안에는 창작자의 삶이 투영되어야 하며, 보는 이의 삶에 비춰 진실된 교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흔히 말하는 여성성이 수공예적인, 다시 말해 보여지기 위한 행위의 산물로 전락되기 보다는 살아감의 과정과 다양한 생의 편린들을 드러냄으로써 특유의 섬세함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작품으로 하여금 진한 여운을 느끼고 나를, 내 삶을 반추하게 하는 힘, 그러한 창작의 체취를 두 작가에게서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고영재 (광주 롯데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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