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상성에 관한 재고 - 이재덕 구상조각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4-08-28 20:38 조회10,450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이 글은 광주미술문화연구소 연구원 고영재 큐레이터(광주롯데갤러리)가 [2013아시아문화예술활성화거점 프로그램 운영사업 결과보고서](2014. 2. 무돌마루사업단)에 실었던 ‘지역작가 공간 크리틱’ 중 일부입니다. 반년여 지나긴 했지만 여전히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광주 청년작가에 대한 객관적 조명이자 비평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운영자 주) 형상성에 관한 재고 이재덕 구상조각의 현재와 작업관 삼차원의 입체로 재현되는 조각의 특수성은 성질 그대로 공간과 덩어리, 그리고 공간과 덩어리를 구성하는 구조에 있다. 장소적 개념으로써의 공간과 더불어 작품이 주변 환경에 직접적인 관계 맺음을 시도함으로써 형성되는 구조적 특질은, 조각이 지니는 장르적 가치일 것이다. 조각과 회화 분야가 입체와 평면 작업의 개념으로 대체되는 지점도 바로 이러한 장르적 특성에서의 탈피와 유관하다. 그러나 현대미술이 주도한 혼성 장르는 개별 영역의 전문성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무가치한 행위로 간주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즉 개별 분야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제기가 부재한 상태에서, 다양성의 화두에 묻혀버린 형국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구상 조각의 가능성에 몰두하고 있는 이재덕 작가의 성향은 눈 여겨 볼만 하다. 현대사회의 인간관계, 그리고 관계 안에서의 이상적인 소통을 염원하는 작업 주제와 함께, 인체 모델링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인 표현 방식에서 내용과 형식면의 진중함이 느껴진다. 누드 형상이 주를 이루는 이재덕의 인물 군상은 제법 모뉴멘탈한 구조를 띈다. 철저한 해부학적 이해에서 비롯된 인체의 섬세한 근육과 동세는 군상의 전체적인 이미지에 힘을 실어준다. 깊숙이 엎드린 자세로 무언가를 간구하는 인물, 힘겹게 서로의 체중을 지탱하며 직립하거나 거꾸로 서있는 사람, 인물의 머리 위로 양팔을 벌린 채 균형을 잡고 있는 인물 등, 제시된 대상은 일련의 상호적 관계 안에 자리한다. 우리 사회에서의 개인주의의 만연, 더불어 공존의 가치가 무색해져 가는 시점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한 갈등이 작품 안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인체에 가한 원색계열의 채색은 작가 나름의 이상성을 지향하는 행위이다. 작가는 현실에 대한 불안감, 이와 관련한 이기심으로 무너지는 인간관계의 부조화를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로 인식한다. 지향점과 현실의 불균형은 완벽한 인체와 본연의 색채로 치환되며, 작품 안에서 이상적인 구조로 탈바꿈한다. “서로간의 진실된 소통을 통해서만이 균형, 조화로운 삶과 안정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작가는, 관계망 안의 인간의 실존에 관한 고민을 삼차원의 공간이라는 보다 실재적인 구조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이 부면은 조각가 이재덕이 조각을 고집하는 이유이자 창작 태도이기도 하다. 작가는 조각이 갖는 삼차원적 조형성, 작품과 공간, 그리고 감상자 간의 상호 관계에서 파생하는 교감의 영역 등, 의미 그대로 장르적 묘미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 중에 있다. 그가 지속하는 구상 조각을 재고해볼 때, 익히 회화 분야에서와 같이 구상(具象)과 비구상의 이분법적 구분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를 것이다. 이는 조각이 갖는 오브제적 특질, 즉 하나의 입체물이 구체적인 물질로 남는 속성에서 기인하는데, 재현 대상을 염두에 두지 않는 비대상(non objective)의 원리에서 바라본다면 조각에서 구상이라는 용어는 ‘형상을 지닌 속성’이라는 통상적 범주로 인식되거나, 사실주의와 자연주의의 경우처럼 대상이 명확한 재현 방식으로 간주되어, 일종의 양식상의 의미로 이해되는 측면이 크다. 또한 현대미술이 포용해낸 구상성이란 형상적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다양한 양식상의 조류를 모두 포괄하는 것이기에, 형상성의 본질과 가치를 드러내고자 하는 창작자의 성향을 어느 관점에서 읽어내야 하는가의 문제는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이재덕 작가가 구상조각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형상성의 본질 찾기는 창작자로서 지금의 현실을 인식하는 과정이다. 물론 현실성(reality)의 추구가 곧 구상성이라는 한정된 관점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리얼리즘의 입장에서 함축한 구상조각의 화두가 적극적인‘현실 참여적 태도와 반영’이었던 것처럼, 작가는 실제적인 형상과 주제의식을 통해 우리사회가 직면한 소통의 부재, 그리고 지향하고자 하는 인간의 실존적 성찰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또한 사회적 위기, 관계와 소통, 상실 등의 다분히 관념적으로 다가오는 쟁점들을 공유하기 위한 방법, 즉 주제전달 방식에서 관람자로 하여금 어느 정도의 공감을 유도하고 정서적 교감을 확장할 수 있는가의 여부는 작업의 중요한 키워드이다. 정확한 인체 표현을 통해 구축되는 작가만의 조형성, 그 확고한 형식에 비례하여 더욱 풍부하고 효과적인 내용 전달을 도모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최근 들어 변화한 작품의 경향은 인체에 데포르메(deformation)를 시도하며 정형성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인물상은 인체의 온전한 형상이 소멸되는 느낌으로, 몸을 손끝과 발끝 하나에 의지한 채 가까스로 지탱하는 분위기를 띤다. 뚜렷한 원색의 채색은 왜곡과 변형으로 뒤틀린 신체와 대조를 이루며 공간에 긴장감을 부여하는데, 기존의 성향에 비해 동적 공간을 내포하며 구조물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공허한 공간 속에서 응축된 비틀어진 조상(彫像)은 작업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의 메시지에 한 발짝 다가서게 한다. 형상성은 의미 그대로 사물의 생긴 모양이나 상태, 그리고 심상에 의해 떠오르는 대상의 모습을 재현하는 성질을 뜻한다. 더불어 의도적으로 미적 형상을 만드는 일련의 활동은 예술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를 읽어내고 투영하는 태도에서의 형상성이란 단순히 대상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만이 아닌, 구체성과 진실성, 그리고 확고한 주제의식을 기반으로 철저히 현실을 반영하는 데 있을 것이다. 다양한 매체와 매체 사이를 오고 가는 탈장르화의 현대미술에서 조각 분야가 아우를 수 있는 영역은 광범위하다. 공간과 덩어리, 구조 등의 조각이 지니는 조형적 특성은 표현의 확장 가능성을 명분으로 그 범주를 넓혀가고 있으나, 개별적 분야가 수반한 장르만의 고유성, 즉 본연의 표현력이나 농익은 메시지의 전달 따위의 장르적 특수성은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채 현대미술의 조류에 휩쓸려왔다. 이와 관련한 독립 장르에서의 무수한 매너리즘의 양산을 고려해 볼 때, 이재덕 작가의 작업 여정은 더욱 지난하고 더딘 과정이 될 것이다. 창작자는 치열한 예술관을 바탕으로 세상을 보듬는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즉물적이고 현란한 기법만을 쫓지 않고, 동시대를 함께 호흡하는 이들에게 감성적 울림을 줄 수 있는 ‘조각가’로 평가 받기를 바란다. 글 _ 고영재 (광주 롯데갤러리 큐레이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