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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옥자 조각의 인간심상과 세상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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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3-10-09 17:59 조회12,4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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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옥자, <언약-92>, 1992, 브론즈 / <념-89>, 1989, 테라코타


    ▲ 문옥자, <기다림1>, 1992, 브론즈 / <이브-II>



    문옥자 조각의 인간심상과 세상풍정


    섬세한 내면심리 감정이입
    단순과장된 육체의 관능미
    직설과 은유의 세태풍자


      역시 연륜은 저력인가 보다. 시대문화와 세태의 변화를 따라 풋기 나는 젊은 퓨전감각들이 넘쳐나고 산뜻하면서도 달콤 쌉쏘롬한 시각언어들이 풍미하는 가운데 모처럼 중진 조각가의 의미 있는 회고전이 미술현장에 무게를 잡아준다.

      광주시립미술관이 올해의 중진작가 초대전으로 마련한 ‘조각가 문옥자의 초상’ 전시가 10월 4일부터 11월 10일까지 상록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다. 내년 초 정년퇴임을 앞둔 시점에서 그동안 40여년 조각 작업들을 되짚어보는 회고전 성격으로 구성되었다. 197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 이어온 한 회화, 조각, 설치, 드로잉, 공공조형물을 고루 선보이고 있다. 단지 시간의 축적에 의한 무게가 아닌, 그 세대에서는 쉽지 않았을 다양한 형식과 재료, 얘기꺼리들을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중진작가의 작품세계가 꽤나 굵은 진폭을 보여준다.  

      문옥자 교수는 광주 조각계의 2세대라 할 수 있다. 해방공간과 한국전쟁 무렵부터 활동을 펼쳤던 박승구ㆍ김영중ㆍ탁연하 등의 초기 개척자들과 함께 60년대부터 조각작업을 선보였던 조제현ㆍ양두환ㆍ박양선 등을 1세대로 보고, 그들로부터 수업이나 선후배간 영향관계 속에서 조각을 익혀 60년대 말부터 70년대에 신진 조각가군으로 등단한 손연자ㆍ문옥자ㆍ김철수ㆍ정윤태ㆍ김대길ㆍ최규철 등과, 70년대 중반 대학 강단에 합류한 고정수ㆍ김행신 등을 2세대로 보는 것이다. 이들 2세대 가운데 문 교수는 당시 작가 등용문이라 할 [全南道展]에서 비교적 앞선 입상과 추천ㆍ초대작가 통과로 일찍이 주목을 받았던 남도조각계의 기대주였다.

      45년여에 이르는 문교수의 작품세계는 조각 본래의 조형적 시각 이미지와 예술로 승화된 서정적 스토리의 조합이 돋보인다. 크게 보면,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애틋한 감정이입으로 서정성을 녹여내는 여심 연작, 풍만한 여체나 남녀의 입맞춤을 과감한 생략과 단순 절제로 형상성을 극대화하는 입체조형 작업들, 재료나 형식실험 폭을 넓혀가며 인생 이야기나 세태풍자 메시지를 함축시킨 이미지연출 설치작업으로 나누어진다.

      이 중 여심 연작은 풍만한 여체와 꿈꾸는 듯한 표정, 그리움ㆍ모성ㆍ풍요 같은 인간의 순수근원에 대한 동경, 향토적 서정성을 특징으로 한 남도조각의 일반적 특성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초야>, <망>, <사춘기> 등 문교수의 인물상에서는 특정 도상으로 양식화된 듯 하면서도 문학적 서정이 짙게 배어나는 섬세한 표정묘사, 유려하게 흐르는 바디라인과 손끝의 표정, 신체 굴곡을 따라 잔잔히 물결지는 옷주름 처리 등은 미묘한 내면심리를 시각언어로 드러내는 내밀한 감성조각의 세계를 보여준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에 대해 “나의 내면에 잠재된 관념적 여체형상과 더불어 삶의 이런저런 바람이 무의식적으로 융합돼 기다림이란 모티브로 귀결”된 것이라 말한다.

      같은 여체를 다루면서도 심리상태나 감정보다는 조형성을 우선한 작업에서는 팽팽한 여체의 볼륨감, 아니면 극도로 절제된 형상에서 또 다른 조각세계를 보여준다. 남녀 입맞춤의 형상을 단순화시켜 생명의 문처럼 대칭형으로 마주 붙여 세운 <기다림> 연작, 터질 듯 과장된 볼륨의 누드에 목을 생략하여 공허로 비워둔 <이브ⅠㆍⅡㆍⅢ>나 <점례의 초상-어느 봄날, 웨딩드레스> 등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세태를 풍자하는 스토리 중심의 설치작업들은 전혀 다른 세계로의 반전이다. 하회 각시탈로 자신을 가린 ‘점례의 초상’ 연작 중 관능과 성애가 강조된 <애완녀> <Contest> <삶의 축제>를 비롯해 구름자본 위를 마법의 융단을 타고 질주하며 건장한 남성성을 발산하고픈 <Hunter>와, 그들 먹이감으로 <어망>에 걸려든 애욕의 인어들은 직설적인 세태의 질타이고, 성인군자 모습 이면으로 말초적 쾌락을 탐닉하는 <젊은 오빠의 초상>은 그들의 교묘한 이중적 처세처럼 풍자 또한 은근한 방식으로 비꼬기도 한다. 이런 작업들은 “성적 매력이 여성 미감의 척도가 된 오늘날… 점차 도식화되어가는 육신은 영혼과 격리된 느낌의 이미지가 주는 권태의 허탈감” 대신 “순수에 대한 인간 내면의 원초적 향수를 일깨우고 싶다”는 게 메시지의 핵심이다.

      이제 정년을 앞둔 시점에서 문교수는 작업전념 기회를 맞아 새로운 거듭나기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제작한 순수생명의 천진무구한 <아가의 꿈> 연작, 일상의 무덤에 덮여있던 예술혼이 새롭게 소생의 꽃을 피우는 <삶-부활을 꿈꾸며>가 그런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인생 60대 중반, 중진의 연륜만큼이나 앞으로의 예술행로 또한 원숙하면서도 거칠 것 없는 젊은 창작의지를 맘껏 펼쳐내는 소중한 시간들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문옥자, <아가의 꿈 I,II>, 2013, FRP / <젊은 오빠의 초상 II>, 2002, FRP


    ▲ 문옥자, <점례의초상-애완녀>, 2013 / <Hunter>, 2013, 지점토


    ▲ 문옥자, <삶-부활을 꿈꾸며>, 2013년

     
    - 전남일보. '조인호의 미술이야기' (2013.10.9, 수) 게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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