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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 그리고 놀다 - 윤남웅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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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4-12-10 19:45 조회8,6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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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 그리고 놀다 - 윤남웅

     

    냄새
    냄새를 느낍니다.
    추위에 몸떨던 지난겨울, 손바닥 넓이만큼의 따스한 햇살에
    봄냄새를 먼저 느끼는 것은 몸뚱이의 살갗 세포입니다.

    냄새를 느낍니다.
    도로변 꽃집 투명 유리창 안에 계절과 상관없이 핀 꽃냄새는 눈빛이 먼저 느낍니다.

    냄새를 느낍니다.
    선술집 의자에 삐딱하게 앉은 술꾼의 주정거리는 입냄새를 늙은 주모의 귀가 먼저 느낍니다.

    냄새를 느낍니다.
    시장 한켠에 넓적하게 누운 비릿한 홍어의 썩은 냄새를 뇌세포가 먼저 느낍니다.

    냄새를 느낍니다.
    도로를 아무렇게나 질주하는 오토맨 뒷자리에 앉은 Kiss다방 Miss Lee의 짧은 치마 속으로 드러난 하얀 살냄새를 肉根이 먼저 느낍니다.

    냄새가 납니다.
    꽃을 든 중년 남, 녀의 가느다란 외줄타기 놀이는 선홍빛 색깔의 냄새가 납니다. 片片이 조립한 생선 몸뚱이에선 비릿한 자주빛 냄새가 납니다. 발정한 암, 숫개 몸뚱이에선 주체할 수 없는 짙은 분홍색 냄새가 납니다.
    짧짤한 갯바람이 지나가는 황토밭에 몸을 구부린 사람형상의 검은 선에선 흙냄새 배인 주황색 냄새를 느낍니다.

    - 윤남웅의 작가노트 발췌 (HEXAGON 한국현대미술선23, 2014)


    투박한 형태와 수더분한 채색으로 토속적인 정취가 배인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윤남웅의
    바람 그리고 놀다연작 전시가 광주 동명동 제희갤러리에서 123일부터 22일까지 열리고 있다. 합판이나 골판지를 오리거나 파낸 부조형상에 한지를 여러겹 겹치고 채색을 올려 제작한 근작과 나무가지를 깎고 끼워 맞춘 꼭두 인물형상에 알록달록 색을 입혀 무더기로 매달아놓은 설치작업 등이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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