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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덜겅을 빚다'-김치준 도자설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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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4-03-08 18:12 조회10,8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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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덜겅을 빚다-김치준 도자설치전


    뭉툭한 손맛과 하얀 흙죽을 뒤집어 쓴 우악스럽고 투박한 분청그릇들을 빚어내는 김치준의 도예전이 열리고 있다. ‘너덜겅을 빚다’라는 이름으로 3월 4일부터 4월 10일까지 무등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이번 도예전은 그 특유의 거칠고 자유분방한 손맛들이 그대로 남은 그릇들이면서 ‘너덜겅’이라는 주제에 맞춰 전시장 공간을 하나의 작품으로 연출한 도예설치작업이다.

    너덜겅은 무등산 중턱 비탈에 정상부분의 서석대 입석대 절리대에서 떨어져 내린 거뭇거뭇한 바위들이 넓은 돌무더기들을 이루며 흩어져 있는 암석지대이다. 20여년 가까이 무등산 아래 가마를 짓고 그릇을 빚어 온 김치준은 이번 전시에서 광주 사람들의 지난한 역사를 지켜보며 정신적 의지처가 되어 온 무등산의 너덜겅을 도예작업으로 옮겨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전시장 초입에는 이제 갓 빚어져 물기조차 다 마르지 않은 투박한 햇것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다. 서로 아가리들을 벌린 채 아직 덜 여문 몸뚱이들을 포개거나 등을 기대기도 하고 몸을 밀어 넣어 위아래 몇 겹으로 겹쳐지기도 한다. 어떤 것은 덜 다듬어진 흙덩이나 알갱이들이 그릇표면에 생채기처럼 그대로 드러나 있다. 갓 태어나자마자 세상 나들이를 나온 이들에게 천정에서 거꾸로 내려뜨린 나뭇가지가 수묵화 같은 그림자 배경을 만들어 서로 같은 자연존재들임을 위무해 준다. 거칠고 굵은 태토 흙덩이들을 골라 담아와 얼마나 잘 빻고 반죽하고 오래토록 많이 치대며 주무르느냐에 따라 흙살의 밀도가 달라지듯이 인생 또한 그런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 덜 다듬어진 속살들을 비치는 그대로 남겨둔다고 한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조금 더 일찍 태어나 벌써 고열로 몸을 단단히 다지고 백토분장까지 마친 항아리며, 단지들이 너덜 무리를 이루어 흩어져 있다. 몸뚱이 전체에 백토죽을 옴팍 뒤집어 쓴 녀석도 있고, 주둥이 안쪽이나 아랫도리께 드문드문 회청색 속살이 비치기도 하면서, 대개는 분장 때 닿은 손자국들이 무늬처럼 남아있는 상태다. 이들 가운데 몇몇은 가마 마당가에서 새들이 오다가다 쪼아 먹고 남아 말라비틀어진 석류꼭지들을 장식 삼아 귀에 꽂고 있는 녀석들도 있다.

    전시장 맨 안쪽에는 좌대에 올라앉아 모양새를 잡고 있는 녀석과, 여린 새 새끼들처럼 바닥에 서로 무리지어 아장거리는 작은 녀석들까지 세상 속으로 제 몫을 하러 나갈 채비를 마친 모양이다. 걔중에는 새침하게 작은 꼭지 주둥이를 달았거나, 굵은 두 팔뚝을 붙여 한쪽은 손잡이, 한쪽은 주둥이 역할을 맡기도 했다.

    김치준은 태토나 유약, 그릇을 빚어 구워내는 불의 작용 등 전 과정에 대해 철저하게 성분과 효과와 결과를 분석하고 연구해가며 실증적 경험에 의한 독자적인 도예세계를 탐구해가고 있다. 그런 작업의 결과물로써 그릇이 전해주는 촉감과 색감, 정감, 쓰임새를 총체적으로 주무르면서 그릇 이상의 사유를 이끌어내는 매개물로써 전통적인 멋도 새롭게 되살리고 싶은 것이다. 관념이나 정형을 벗어나 또 다른 방식으로 그릇을 빚고, 유약을 올리고, 보여지는 방식도 새롭게 찾아가면서, 그릇이라는 용도와 더불어 사유를 담는 매개체이자 조형적 시각이미지를 지극히 자연스럽게 함께 아울러내려 한다. 단지 미적 완상용이거나 일상 그릇으로 끝나기보다는 어느 공간 어느 환경에 어떻게 몸을 맞춰 시각과 감성과 정신성을 함축해낼 수 있을지, 흡사 농투사니처럼 온 정성을 모아 생명체들을 일구어가는 그의 흙덩이 같은 손을 잡으며 앞날을 향한 작업의 구상과 계획들에 더 큰 기대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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