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문화의 맥을 다시 본다 - 이강하 추모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4-04-16 20:31 조회10,581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2009년 상록전시관에서 개최된 이강하 추모전 ‘맥’ 전시작품 남도문화의 맥을 다시 본다 이강하 아카이브와 추모전 이국문화 속 전통 비춰보기창의적 혁신의 밑뿌리 숙고 문화의 맥은 이 땅 깊은 곳에서 유동하는 태초의 마그마이자 생명의 혈류와도 같다. 민족문화의 대맥, 남도문화의 맥, 호남 화맥 등등으로 그 맥에 대한 관심이 우리 문화계에 큰 흐름을 타던 시절이 있었다. 대개 7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까지로, 전통문화의 맥을 되살리고 이를 계승하려는 노력들이 치열했던 시절이었다. 세상의 역사만큼이나 두텁게 퇴적되어 온 이 땅 삶의 자취와 멋과 흥, 정한과 소망들이 농익고 삭혀져 질박한 남도의 문화를 만들어 왔다. 남도인에게 깊이 배인 애환과 속정, 마음 속 염원을 예술의 주된 화제로 삼았던 화가들이 있었다. 이 가운데 이강하 화백(953~2008)은 사실주의의 치밀함과 초현실주의의 신비감에 민속문화의 질박함과 장인의 내공을 한데 아우른 독자적인 회화세계를 일구다가 56세 이른 나이에 세상을 달리했다. 그 이강하 화백의 6주기를 맞아 추모전이 열려 그가 그토록 천착했던 남도문화의 맥에 대해 새삼 되짚어보게 한다. 양림동 자그마한 2층집 다형다방에 펼쳐놓은 그에 관한 자료 전시와(4.1~4.20), 무각사 로터스갤러리에서 2부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는 추모작품전(4.8~5.31)이다. 부인 이정덕 여사가 고인을 기리며 기획한 이강하 아카이브전은 ‘그 도도하고, 짙푸른 물너울’이라는 부제로 습작과 기행문, 작품사진들, 개인전 포스터, 화집 등으로 꾸며졌다. 세상의 역사 속에서 별처럼 명멸해 간 수많은 예술인 가운데 당대의 영화나 고통과는 별도로 후대에 재조명되는 경우들이 있다. 그 재평가의 1차 자료는 당연히 작품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들이 관련 자료들이다. 작가의 예술정신과 작품에 대한 생각, 활동들을 여러 관점에서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작가를 조명하는데 가장 값진 것은 작가가 남긴 글이다. 자료는 누군가 모아 관리해 줄 수 있고, 주변의 평가나 평론은 주관적인 것이지만, 작가노트나 작업메모는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육성과도 같은 직접자료이다. 따라서 작가에 대한 접근에서 아카이브는 그만큼 여러 관점을 열어줄 수 있는 단초가 되고, 특히 작가의 내면과 생각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자료들은 소중한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다형다방 2층에는 장인의 공구들처럼 닳고 바랜 화구들로 작업실 일부를 재현시켜 놓았다. 시간과 노동의 퇴적만큼이나 뭉툭해진 붓들과 물감이 두텁게 덧쌓인 팔레트, 마지막 유작 ‘수박밭’이 올려져 있는 이젤 등이 화실의 기억을 되살려내고 있다. 붓통으로 썼던 도자단지 3개에 연결해서 써놓은 ‘나는 무엇을 알 수 있으며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라는 자문 화두가 그가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문화의 뿌리, 맥에 대한 고심의 흔적을 보여준다. 한편, 로터스갤러리에서는 이강하의 연작 주제 중 ‘지중해미술기행’이 딸 이선의 기획으로 4월말까지 전시 중이다. ‘지중해 미술기행’연작은 지중해 연안의 스페인, 그리스, 터키, 이집트 4개국을 여행하면서 그들의 독특한 문화를 담았던 기행화첩 같은 것이다. 이 중 일부가 2002년 11월부터 2004년 9월까지 전남일보 지면을 통해 매주 기고형식으로 60회 연재됐고, 이번 전시로 다시 소개되고 있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지중해 연안 고도에서 풍겨나는 문화적인 깊이와 특유의 강렬한 인상을 세밀한 필치와 화려한 색채, 까실거리는 화면질감 효과로 묘사한 풍물화들이다. 그들의 역사 전통이 담긴 건축유적이나 화려한 의상, 생활문화들이 꼼꼼한 필치로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한국의 ‘맥’ 연작과 마찬가지로 일관되게 천착해 온 민족문화의 고유성에 대한 집요한 탐닉의 노작들이다. 새롭게 접하는 이국의 낯선 문화들에 대해 경외감을 느끼면서 역사를 넘어 전해지는 문화의 원류와 예술의 힘에 대해 스스로를 다잡는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이강하 추모전 2부는 ‘맥’ 연작으로 바꿔 5월 1일부터 30일까지 이어진다. 주로 80년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혼돈스러웠던 격변기에 전통 깊이 뿌리내려 있는 불교나 샤머니즘 소재들을 통해 민족문화의 대맥을 되살려 내는데 집중했던 작업들이다. 특히, 불상과 사천왕상, 단청 공간 등을 세심하게 그려낸 위에 가느다란 대발을 다시 겹쳐 그려 한국미의 특징이기도 한 드러날 듯 말 듯한 은근미를 담아내고 있다. 이 화백은 작가노트에서 “내 민족의 역사와 예술을 이해하고 거기에 흐르는 ‘맥’은 무엇인지 살펴 외래문화와의 비판적 접맥은 우리의 성숙한 전통문화로 이어질 것이다”고 말한다. 요즘은 남도문화의 전통이나 호남화단의 맥보다는 이 시대의 미감이나 개인의 독자성에 관심들이 더 많다. 하지만, 다양한 매체와 형식들로 창의적 예술세계를 탐닉하는 작업 못지않게 개인이나 시대문화의 뿌리를 확고히 다지는 일 또한 자기중심을 분명히 세우는 기초과제일 것이다. 조인호의 미술이야기 (전남일보. 2014.4.16)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