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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 수 없는 표정'- 이재호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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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4-04-20 17:07 조회9,4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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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 수 없는 표정’ - 이재호 개인전


    알수 없는 수많은 것들로 퍼즐처럼 얽혀있는 자신을 해체 재정립하고 싶은 거듭남의 욕구
    . 작가 본인만큼이나 표정을 알 수 없는 자소상 이미지들을 한지로 떠내 설치한 이재호의 알 수 없는 표정' 개인전이 광주 유스퀘어 금호갤러리에서 418일부터 27일까지 열리고 있다.

    닥종이 섬유질과 종이죽들로 가면처럼 떠내어진 하얀 얼굴들을 모두가 하나같이 표정들이 없다. 이재호 본인의 성장과정에서 잠재되었던 외톨이의 단절감과 독백들이 속마음과 감정을 가린 표정 없는 얼굴들로 전시벽면에 가득하다. 하나같은 얼굴들, 어느 상황이나 누구에게라도 늘 자신의 감정상태나 반응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그렇지만 그런 내면에서는 무수한 뇌까림과 웅얼거림과 독백들이 침잠되어 있던 것들이 동어반복같은 모습들로 자기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도 얼굴연작이 이어지는데, 그러나 그 얼굴들이 여러 조각의 작은 퍼즐들로 이루어져 있는 점이 다르다. 그 가운데 일부 퍼즐은 터지거나 흩어져 형체를 해체하고 있다. 안으로만 향하던, 내면으로만 삭히던 자신을 해체시켜 외부세계로, 세상으로 새롭게 나가고자 하는 다짐의 표현들이다.

    그런 의지는 헛껍데기 같은 자신의 해체된 초상을 전시장 가운데 설치해 놓기도 했다. 둘러선 벽면에는 똑같은 모습들로 줄지어진 자신의 얼굴들이 가득하다. 스스로 닫아두었던 자신만의 세계로부터 육탈한 영혼처럼 과거의 나를 털고 새롭게 거듭나려는 마음다짐인 셈이다.

    이번 전시는 금호갤러리의 청년작가 지원전 형태로 마련되었는데, 롯데갤러리 박현희의 전시리플릿에 실린 서문을 통해 좀 더 자세히 살펴 볼 수 있다.

     


    알 수 없는 표정을 통해 보여주는 나의 이야기

    이재호 작가의 작품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탈피한다. 한국화로 작가 활동한 그를 보는 일반적인 시선은 먹과 붓으로 수묵화를 그린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보면 먹과 붓이 아닌 닥종이를 주재료로 쓰면서 다양한 기법으로 작품을 만든다.

    종이만지기를 좋아하는 그가 선택한 주재료인 닥종이는 우선 물에 넣어진 종이반죽을 뭉쳐지지 않게 손으로 곱게 풀어 걸러내고 건조시키는 과정이 많은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한다.

    굳이 닥종이가 아닌 다른 종류의 종이를 충분히 쓸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볼 때 닥종이를 얻어내기까지의 과정은 힘들어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닥종이를 얻어내기까지의 과정이 만족감이라는 희열을 주기 때문에 그 과정을 즐긴다. 또한 어깨너머 배운 조소로 모형을 만들고, 캐스팅기법으로 입체적인 작품을 만듦으로써 한 방향의 기법보다는 다양한 기법을 이용하여 작품을 만들고자한다.

    이재호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자신을 돌이켜보는 전시이다. 벽면 가득히 채워진 <알 수 없는 표정>시리즈 작품은 얼굴의 이목구비를 극사실적으로 표현하지 않아 어떤 표정인지 가늠할 수 없는 작품이다. 알 수 없는 표정 작품으로 가득 찬 전시장 가운데에 있는 작품은 나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 이렇듯 이번 전시의 주된 내용은 나와 내가 마주하는 것이다. 어쩌면 알 수 없는 표정은 자신의 수많은 가면들 중 일부를 드러낸 것일 수도 있다.

    보통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내가 아는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남들에 의해 꾸며진 모습을 통해 나를 드러낸다. 여기서 남들에 의해 꾸며진 모습인 나와, 자신이 알고 있는 내가 알 수 없는 표정에서 표현되고 있다. 작업을 하면서 작품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면서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나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며 물음을 던지기도 한다.

    먹기 살기 바쁜 이 세상에서 사람들은 쳇바퀴 돌아가는 생활을 하면서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보면 이재호 작가의 작품 활동을 주목할 만하다.

      사람들이 자신이 봐왔던 틀을 깨면, 그 사람의 다른 다양성을 볼 수 있을 텐데
    너무 한곳에만 치중되어 있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 작가와의 대화

    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기준에서 생각하고 자신이 봐왔던 틀에서 생활하면서 자신만의 고정관념은 하나씩 있을 것이다. 고정관념을 깨는 것. 그건 쉽게 할 수 있는 말이면서도, 정작 행동하기는 어려운 말이다. 하지만 그 틀을 깨기 시작한다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재호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면, 고정관념을 하나씩 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화라는 큰 틀에서 한 방향에만 옭매이지 않고 판화, 조소, 회화 등의 기법을 사용하여 작품 활동을 하고 싶었고 그는 지금 이걸 실행하고 있다. 누구에겐 이건 불가능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재호 작가는 이 틀을 깨고 싶었고 아직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실험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자신만의 작품영역을 만들고 있다.

    <알 수 없는 표정>시리즈 작품으로 한 이전 전시는 기존의 틀을 깨고 싶은 작품을 선보였다고 볼 수 있다면, 이번 전시는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에게 말을 걸며 자신의 내면을 끄집어내 보여주는 게 주된 내용을 이룬 전시이다.

    지금 이재호 작가의 작품은 완벽한 상태는 아니지만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처음부터 완벽한 것은 없다. 서서히 보완을 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 고치면서 예전보다 좀 더 나아지는 것이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이재호 작가는 한 번 더 성장했을 것이다. 앞으로의 작품이 기대된다. 

    - 박현희 (광주 롯데갤러리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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