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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사이먼의 '허구와 실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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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4-06-25 10:43 조회9,4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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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로 꾸며진 화초들의 도시


    마이클 사이먼의 '허구와 실재'
    2014. 5.16 - 6.24
    쿤스트라운지 갤러리 Scholz&Jung



    가짜 같은 진짜의 생태설치미술
    인공자연 뒤섞인 도시풍경


    도시의 일상에서 자연은 늘 마음의 고향같은 귀의처다
    . 도회지의 삶에서 자연생명은 늘 갈증나는 그리움이고, 그래서 시간을 내어 산으로 들로 도시 바깥의 기운을 충전하러들 나선다.

    개발을 우선해 밀어낸 자연의 끝자락이라도 붙잡고, 도시환경을 정화하기 위해 수목이나 화초를 도시로 옮겨 온다. 보행섬의 키 껀정한 소나무들과 길가의 가로수들, 근린공원 초목들을 비롯해 주말농장 한 뼘 텃밭이나 베란다의 작은 화단이라도 산수자연을 대체한 작은 생명들로 해갈제를 삼는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진짜와 거의 똑같은 인공의 식물들을 꾸며 시각적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그러나 옮겨지거나 양육된 식물들은 모양은 근사하지만 그 뿌리는 부실하다. 대체자연으로 완상용이 된 그들은 도시문화로 포장되어 가짜 같은 진짜로 건조한 도시일상의 한 켠을 채워주면서 인공자연처럼 생명력을 부양받고 있다. 편리로 뒤덮인 도시의 콘크리트 틈새를 비집고 올라오는 초대받지 않은 생명들과는 밑뿌리부터가 다른 셈이다.

    광주 장동 교차로 인근에 자리한 쿤스트라운지의 지하 갤러리에는 싱그러우면서도 화려한 식물들의 도시가 펼쳐져 있다. ‘허구와 실재라는 이름으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마이클 안소니 사이먼의 전시장 풍경이다. 마이클은 미국 아리조나 출신으로 시카고미술대학을 졸업한 뒤 2009년부터 수년째 광주에 머무르며 창작활동과 대학강의 등을 하고 있다.

    카페 좁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환한 조명 아래 이색적인 전시장 풍경이 펼쳐진다. 형형색색의 패션으로 단장한 화분의 식물들이 모니터 영상과 더불어 인공의 지하정원을 꾸미고 있다. 뱅갈고무나무, 팔손이 같은 윤기 나는 진녹색 싱싱한 이파리를 가진 여러 종류의 활엽 초화류들이 가득하다.

    이파리 하나하나에는 동그란 점이나 체크, 네모꼴 또는 원형 무늬들이 그려져 있다. 그 무늬들은 작가가 개발한 생장에 지장을 주지 않는 특수안료로 하나하나 수작업을 해 그려 넣거나 뿌린 것들인데, 이 무늬들 때문에도 진짜인지 가짜인지 헛갈리게 한다. 화분을 저마다의 집으로 삼고 뻗을 수 있는 만큼씩 품새를 넓혀 개별적이고도 공생의 공간에서 생명활동을 지탱하고 있는 모습들이 인공과 자연이 뒤섞인 사람들의 도시풍경과 다르지 않다.

    갤러리의 네 벽면에 걸린 모니터들에는 초목이 우거진 숲속풍경 영상이 엷은 바람결에 가볍게 흔들거린다. 숲의 생명들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눈과 일체가 되어 바로 앞 초목들의 군락을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이미지들이다. 굵은 나무들이 둘러선 숲 가운데나 관목들이 터를 비워 둔 잡풀더미 사이에 잎 넓은 식물들이 주인공처럼 담겨 있다. 이들 이파리에도 마찬가지로 농도를 달리한 여러 색이 알록달록 뿌려져 있다. 분명 자연 속에 살아 있는 식물임이 분명한데, 언뜻 보기에는 과도한 분장의 인공미를 보는 듯 가짜인지 진짜인지 의심케 한다.

    숲을 거닐 듯 전시장 식물 사이로 움직이다보면 한쪽에 거미줄이 쳐져 있다. 촘촘하게 짜여진 거미줄은 본래 쉬이 눈에 띄지 않게 미세하면서도 끈적이는 점성으로 먹잇감을 노리는 자연생태계의 생명활동이다. 그러나 전시된 거미줄은 작가가 숲속 생태활동을 관찰하면서 채집한 거미를 작업실에 데려와 어두운 공간과 지지대를 만들어줘 본능적으로 그물을 치도록 한 것이다. 보일 듯 말 듯한 그 거미줄에 색소안료와 실리콘액을 분사해서 조형적인 형태를 더 드러내고 마치 인공 거미줄인 것처럼 슬쩍 비틀어 놓았다.

    일반적인 것을 뒤집어 생각하거나 의식의 전환을 통하여 보는 이의 초점을 이동하게 만드는 것이 마이클 안소니 사이먼 작업의 목표이다자연과 우리와의 관계, 우리가 자연에 가지고 있는 무관심에 관한 은유적인 메타포를 가지고 있다고 도미닉 개리타노는 평한다.

    마이클에게 관계는 작품의 중요한 화두처럼 보인다. 생태환경에서도, 도시의 일상에서도, 세상풍경에서도 본래의 자연활동과 치장된 문화 사이의 엮이고 섞이는 관계들에 주목하는 것 같다. 이번 전시에서도 사람들의 문화로 변형 각색하고 꾸며 생태패션을 만들어낸 화초들을 통해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비춰내고 있다. 허구와 실재, 가짜와 진짜의 혼재 속에서 자연본래의 생명활동과 인위적 개입을 되짚어보게 하는 마이클의 생태설치 작업이 요즘 도시의 쇼케이스처럼 읽혀진다.

    - ‘조인호의 미술이야기’ (전남일보, 201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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