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와 상상이 깃든 김진화의 '나무의 미학'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4-07-05 17:02 조회11,781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 김진화 <시간나무 숲에서>. 2014. 포멕스에 아크릴릭, LED, 124.3x204x11cm 김진화 '나무의 미학' 2014. 7. 4(금) - 7.16(수), 10:30~19:30 롯데갤러리 광주점 (광주은행 본점 1F) 회화ㆍ입체작품 15점 원형으로서의 삶을 꿈꾸며 예술가가 무엇을 표현하는가에 관한 문제는 향수자로 하여금 그 ‘무엇’, 좁게는 왜 그러한 대상을 취하는지에 주목하게 하고, 더불어 그 대상이 함축하는 가치에도 주목하게 한다. 이는 일련의 예술적 행위로써 다다르고자 하는 지향점에 대한 물음이며, 예술의 주제가 되는 현상, 그것의 이면에 놓인 본질을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반성하는 창작자의 사고를 간접적으로 유추하는 과정일 것이다. 창작 영역에서의 내면, 심상, 현상학적 환원, 상징, 내적 표현, 상상 등의 용어들은 이미 낯설지가 않으며, 이는 예술이 지니는 비가시성의 가시화가 외려 그 해석의 여지에서 보편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그동안 김진화는 초현실주의적 표현기법 이면에 다양한 서사를 담아왔다. 작가가 보여준 이미지는 환영(Illusion)에 가깝지만 그의 작업 과정은 유미적인 과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공감할만한 상징체계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그 타당성을 획득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었다. 설치와 입체, 평면 등 형식의 스펙트럼을 넓혀감과 동시에 철학, 심리학, 역사, 신화와 별자리, 음악과 문학 등의 다양한 인문학적, 문화적 접근을 통해 작가 특유의 조형언어를 구축해 왔는데, 작업의 내용은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인간 삶의 원형 찾기와 그것의 궁극적인 가치에 초점을 두었다. 주지해야할 부분은 각박한 삶에 대한 도피, 혹은 그것의 직접적인 비판이나 부정의 태도에서 벗어나, 현실로 인해 상실한 생의 긍정적인 부면들을 환상적인 상황과 공간 연출을 통해 우의적으로 드러내려 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금번에 진행할 전시 ‘나무의 미학 The Aesthetic of the Tree’ 은 메시지의 경중에 있어 더욱 구체성을 띄는데, 대상으로서 나무가 지니는 상징성, 즉 나무의 생태학적 현존에 인간의 삶을 비유적으로 대입시킨다. 나무는 성서를 비롯해 고대 신화나 전설, 그리고 문학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 땅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향해 그 강한 생명력을 유지하는 나무는 익히 신성(神聖)의 영역으로 간주되기도 하였고, 가깝게는 인간의 일상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며 휴식과 삶의 안식을 대변하기도 한다. 안식, 사유, 몽상 등의 어감에서 느껴지는 정적인 기운과 상승, 혹은 수직의 형태로 그 생명이 대기를 향하고 있는 동적인 기운은 나무의 이원적인 상징구조라 할 수 있다. 더불어 근원적 생의 원리에 순응하지만 이내 목적지향적인 삶을 염원하는 사람살이의 현재를 효과적으로 투영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이러한 대상의 중의성은 김진화 작업의 형식적 · 내용적 특질과 잘 어우러진다. 김진화의 작업에서 두드러진 공간에 대한 집착과 그 연출은 현실과 이상의 간극에서 비롯된 것이다. 육면체 공간에 자리한 각각의 프레임은 현실 속 자아와 이상 속 자아로 분리되어 있으며, 건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수학적 구조물에 나무와 달, 바람, 새 등의 자연물을 극적으로 대비시키며 특유의 몽상적인 화면을 제시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그동안 지속해온 입체작업, 즉 육면체 안에 여러 장의 평면 이미지를 레이어의 형태로 구축, 3차원 공간으로 재해석한 작업들을 선보인다. 또한 중첩된 이미지들 사이에 LED발광체를 결합한 작업 형식이 주를 이루는데, 이러한 기법은 주제의 극적 제시와 더불어 빛의 상징성에 몰두한 결과이기도 하다. 작가는 “인간의 무의식의 세계에서의 상승본능을 LED와 결합시켜 전달한다”고 표현하는데, 각박한 현실로 인해 잃어버린 꿈, 혹은 그것의 희구라는 보편적인 서사를 조명효과를 통해 더욱 극명하게 서술하려 한다. 소위 빛이 수반하는 물질성을 알레고리화한 것으로, 그 상징적인 주제 전달의 효과는 각 감상자의 체감의 영역에 맡겨야 할 것이다. 김진화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극락조를 언급해본다. 극락조가 암시하는 메시지, 그것처럼 우리의 생과 사, 그 지난한 여정 안에서의 행복은 피안의 저편에 있지 않을 터이다. 우리가 일상의 근거리에서 놓치고 있는 생의 가치들을 재조명하고 삶의 긍정성을 회복하는 길, 어찌 보면 작가는 예술로서 예술적인 방법론으로써 동시대의 우리에게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했던가? 각자의 내면을 깊이 내다보며 원형으로서의 삶을 다시금 꿈꿀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 고영재 (광주 롯데갤러리 큐레이터) ▲ 김진화 <천사>. 2013. 포멕스에 아크릴릭. 55x47x7.5c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