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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신진작가들의 '수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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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2-08-16 19:40 조회9,6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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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와, <기억무더기>, 2010, 캔버스에 혼합재, 72.7x90.9cm


    ▲ 송영학, <솟아라 농부같은 근성이여>(부분), 2012, 162.2x133.3cm, 한지에 채색
    ▶ 박다혜, <Loss_Bumblebee>, 2012, 캔버스에 유채, 145.5x112.1cm


    ▲ 배수민, <Beautiful Loser1>, 2012, 한지에 드로잉 채색, 69x98x108cm


    ▲ 정민성, <영원성에 대한 의문>, 2012


    신진작가들의 ‘수상록’


    광주미협이 역량 있는 신진작가들을 소개하고 동시대미술을 점검한다는 취지로 매년 개최하는 신진작가전이 올해는 ‘수상록’이라는 이름으로 열리고 있다.

    8월 10일부터 22일까지 금남로분관에서 개최되는 이 전시에는 김은와, 박다혜, 배수민, 송영학, 정민성 등 5인이 초대되었다. 물론 이들 가운데는 대학 졸업한지 4~5년 지나는 동안 벌써 개인전도 갖고 여러 전시들에 참여한 경력(?)을 가진 작가부터, 올해 갓 졸업한 신예까지 활동경험에서 작은 편차들을 지니고 있기는 하다.

    전시를 기획한 임리원 큐레이터는 ‘수상록’이라는 주제 설정에 대해 “이제 막 전업작가의 세계에 발을 내딛는 작가로서 표피적으로 드러나는 결과물로서의 작업들 이전에 스스로 창작세계를 관통하는 자기철학이 확고히 전제 정립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의한 것”이라며, “작업을 활자와 언어가 아닌 시각예술의 수상록이라는 전시주제에 맞게 작가들은…내용에 있어 자유로우며, 본래의 전공에서 다른 장르의 것으로 이동도 권고되었다”고 말한다.

    김은와는 동력을 잃거나 부러진 프로펠러들, 소비사회 일상의 흔적이자 기록이면서 사라지면 그만인 영수증, 꿈과 순수를 지닌 어린 시절 아기 이미지 등을 주된 소재로 자기성찰의 내면 이야기를 엮어낸다. 부러진 고무줄 프로펠러 장난감 비행기를 묘사한 <공기가 막힌 공간_난다난다> 연작틍 통해 유년기 기억과 현재의 틀지워진 일상을 되비춰 보거나, 생기 없이 낙엽처럼 쌓인 프로펠러 무더기를 통해 세상과 외부세계로의 비행을 꿈꾸지만 자꾸만 안으로 움츠러들고 주저앉곤 하는 여린 자신에 대한 자기성찰을 담고 있는 <기억무더기>ㆍ<비행> 등에서 그런 상념의 단편들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영수증 하나하나를 화면에 가지런히 붙이고 그 위에 어린 시절 모습을 병치시키기도 하면서 시간과 기억의 조각들을 짜맞춘 뒤 백색안료를 덧칠해가며 기억이 사라지듯 삶의 기록을 지워낸 <기억의 흔적>ㆍ<기억무더기> 등도 그런 예의 작품들이다.

    박다혜는 세상살이 중 의식하지 못한 채 많은 것들을 잃어가는 우리의 ‘상실 Loss’에 관한 메시지를 흑백 연작그림들로 풀어내고 있다. “살면서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아파하며, 인생의 한 부분을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슬픔으로 살아가지만… 상실감은 슬픔만이 아닌 미래의 더 나은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표현하려 했다 한다. <Loss_Girl>은 빗물이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유리창에 자신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비춰낸 흑백 그림이고, <Loss_Marilyn Monroe> 또한 섹시 심볼로서 선정성과 화려함의 상징이라 할 유명 여배우의 통상적 이미지와는 전혀 대비되는 순수하고 앳띤 얼굴을 추억의 앨범처럼 들추어내는가 하면, 심신의 상처가 짙게 뭍어나는 이라크전 병사의 초상을 통해 전쟁 당사자인 미국의 상실감을 드러낸 <Loss_Irak>, 트랜스포머 같은 가상의 초능력 영웅 이면에서 느끼는 현존세계 속 상실감을 담아낸 <Loss_Bumblebee> 등이 그런 작업들이다.

    배수민은 ‘이상과 현실사이, 그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현실에 대하여’ 평면 회화의 선묘와 조각의 입체적 효과를 결합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beautiful loser 1>은 이젤 위 자화상 화판을 마주하고 앉은 빈센트 반 고흐의 초상을 입체로 묘사해 놓았다. 지난 시대 열정적 작가의 삶을 살다 간 선배화가의 삶을 시공을 넘어 지금의 현실공간에 재현해낸 셈이다. 고흐 특유의 표현성 강한 채색붓질들이 올려지기 이전 상태의 단색조 화면을 부조처럼 굴곡을 만들면서 고뇌에 찬 얼굴과 신체를 가느다란 선들로 무수히 엮어 복잡미묘한 작가의 내면세계를 시각화시켜내었다. 또한 같은 소재의 인물을 평면 드로잉과 반입체 부조형식으로 서로 다른 화판에 묘사해낸 <드로잉>(에곤 쉴레, 프리다칼로의 초상) 연작도 시대와 삶의 공간은 다르지만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숱한 갈등과 고뇌를 겪었을 선배작가들의 초상을 지금 작가들의 현존상황과 대입시켜 보여준다.

    의인화된 반인반수 동물들을 통해 현대인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송영학은 우화형식의 풍자성 짙은 채색화들을 내놓았다. 주로 색채로 드러낼 수 있는 강렬한 색의 대비와 조화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데, 짙은 채색의 세필묘사와 단순 색면들을 한 화면에 섞고, 상징적 도상과 우화적인 구성들이 두드러진다. <솟아라 농부같은 근성이여...>의 경우처럼 분홍양복 정장차림으로 경운기를 몰고 있는 황소인물에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흰쥐가 등장하거나 12지신상들이 주변에 둘러서기도 하면서 예나 지금이나 동물을 통해 내적 기원과 상징성을 도상화하거나 대리시켜 드러낸다. <지금 이 순간 당신만을 꿈꾸겠소> 또한 연인처럼 호랑이와 여우를 의인화시켜 남녀의 사랑을 이야기하거나, <행로를 잃어버린 나는 어디로>처럼 물고기와 원숭이, 인물들이 기묘하게 조합된 정체불명 동물의 깊은 수면 속 유영을 통해 방황하는 현대인을 비유하기도 한다.

    두 개로 분할시킨 공간에 영상과 설치를 복합 구성한 정민성은 ‘일상적 통념을 깨기 위한 작업’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한쪽 부스 정면에는 안개 자욱한 도시풍경과 이상향 산수화 같은 자연풍경의 영상이 천천히 교차되고 화면 아래에는 폐 컴퓨터와 전자제품 부스러기들이 무덤처럼 쌓여있다. 옆벽에는 검정 테잎 선들로 드로잉된 도시의 풍경이 채워지고 공간을 분할하는 중간 벽은 가운데가 부셔져 뚫린 상태로 폐자재가 쌓여있고 공사중 표지 테잎이 둘러쳐져 있다. 다른 한쪽 방 벽에는 모나리자, 잭슨 폴락의 드리핑 페인팅,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등의 이미지가 나타났다가 덧칠되거나 일그러지고 변환되는 화면들이 투사된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명작이나 거장의 관념을 창조적 파괴행위를 통해 재조명하면서 동시에 그 개념 사이의 연결 통로를 찾아보기도 한다.

    이제 갓 세상과 창작무대에 발을 디뎌나가기 시작한 20대 신예들의 이번 전시작품은 일군의 세대를 이루고 있는 그들 윗 선배들의 작품세계에 비하면 독자적 형식이나 내적 강도에서 아직 여리기만 하다. 외부의 관심을 이어주는 이런 발표 기회들을 통해 스스로 창작의 바탕을 성찰하고 객관화시켜 보면서 넓은 세상 자기 길을 찾아가는 의지의 출발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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