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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색으로 풀어낸 시대의 심상화 : 임남진, 최미연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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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2-11-29 08:58 조회9,2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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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남진, <상사(相思)-파랑새>, 2012, 한지에 채색, 115x160cm


    ▲ 최미연, <In my city>, 2011, 한지에 채색, 116.7 x 91.0cm


    채색으로 풀어낸 이 시대의 심상화


      요즘 전시회장을 다녀보면 독창적인 작품세계와 개성 있는 표현형식들로 볼거리, 생각거리가 풍부하다. 불과 일이십년 전만 해도 지역미술의 주된 흐름이 호남남화, 인상주의 서양화풍 등으로 집단양식화 되어 있던 것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풍경이다. 한국화의 경우 오랫동안 호남남화 수묵산수화가 큰 맥을 이루어 왔다면 근래에는 대부분 진한 채색과 독자적인 화면형식들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 같은 광주지역 채색화의 최근 추세를 보여주는 임남진(11.20-12.2, 광주신세계갤러리)과 최미연(11.20-12.3, 광주 롯데갤러리)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임남진은 네 차례의 개인전과 민족미술전 등 여러 단체전을 통해 독자적인 회화세계를 인정받고 있는 청년작가이고, 최미연은 이제 갓 대학 수업기를 마친 20대 후반의 신예작가이면서 벌써 세 번째 개인전으로 독특한 채색화를 선보이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두 작가가 모두 2010년과 2012년 광주비엔날레의 주전시 참여작가로 작품의 주제설정과 내적 세계의 표현, 회화적 형식면에서 차별화된 창의성을 보여 주었다.

      임남진은 본래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나 전통 미술문화를 재해석하여 오늘날의 시대문화와 현실 삶을 투영시킨 풍자성 강한 채색화들로 담아내 왔다. 특히 민화의 책가도와 화훼도, 불화 감로탱, 풍속화의 형식을 차용하여 거기에 이 시대 풍경과 삶의 일상을 담은 풍자화들로 현실참여적인 작업 성격을 지속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임남진은 ‘여여_무위 如如_撫慰’를 주제로 상사화와 할미꽃을 소재 삼은 꽃그림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호사취미 같아 거리를 두어왔던 꽃 소재에서 세상과 인생의 춘하추동을 읽게 되었다는데, 그래서 화사한 봄빛 매화와 목련, 찔레꽃도 있고, 한여름의 상사화, 달빛 아래 백발성성한 할미꽃까지 여러 표정의 꽃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상사화는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검게 타버린 가슴마냥 먹빛 꽃들이 주인공이 되어 파랑새나 망부석 같은 태호석들과 어울려 절절한 서정을 담아낸다. 뜨겁게 달아오른 젊은 열정의 숯빛 소멸과도 같은 상사화와 더불어 할미꽃 또한 시절에 따라 소담스럽게 만개하기도 하고 꽃대를 숙여 살포시 입맞추는가 하면, 어스름 달빛 아래 백발성성 외로운 늙은이처럼 처연히 서있기도 하다. 화려한 일상 속 절대고독에 그늘져 있는 현대인의 표상과 심중을 담은 의인화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인생에서나 화업에서나 또 다른 변화를 희구하는 임남진의 복잡심란한 심사에 비하면 신예 최미연의 화폭들은 현실세계와 피안을 오가는 자유로운 상상과 꿈의 세계들로 신비롭기까지 하다. ‘In my City_일상유람’이라는 주제 연작인데, 가느다란 세필과 넓고 선명한 원색발림들로 진경산수 겸재준법과 현시대 풍물들을 결합시킨 심상 속의 풍경들이다. 특히, 무한공간 속 외바퀴 수레에 담긴 외딴 섬처럼 떠있거나 심산유곡 같은 첩첩산세 속에 소풍 나온 가족, 유원지 풍경, 경비행기가 나르기도 하는 등 거대 우주자연 속 현대인들의 무심한 일상과 그로부터 이어지는 세밀한 상상세계의 묘사가 흥미롭다. 또한 이번 전시작품 중에 파초와 태호석을 소재로 한 세필선묘와 화훼도의 결합은 다음 작업에서 시도할 방향을 예시하고 있기도 하다.

      임남진이나 최미연이나 채색화 전통을 현대회화로 재해석하면서 지금 이 시대 삶의 풍경과 복잡다단한 현대인의 심리세계를 펼쳐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그러나 이를 담아내는 모티브의 차용, 현실과 심상의 결합방식, 전체적으로 깔려 있는 기조와 서술묘법에서는 서로 다른 개성미를 보여주기도 한다. 두 작가 작업 모두 시공간을 넘나드는 현실과 피안 사이의 접속지점 찾기이면서 동시대인들의 내면에 자리한 갈증과 희망을 대변하는 우리 시대 심상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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