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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환의 시간' - 조정태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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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3-12-26 20:07 조회10,3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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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정태. <군상 I,II>. 2013. 혼합재료. 각 130.5x160cm



    ▲ 조정태. <백산, 망월>. 2013. 혼합재. 각 198.9x130cm



    ▲ 조정태. <몸빼, 교련복>. 2013. 혼합재. 각 130.5x160cm



    ▲ 조정태. <자화상> 연작. 2003, 2011, 2001

     

    ‘몽환의 시간’ - 조정태 개인전


    현실주의 참여미술 작업과 현장 활동을 계속해 온 조정태의 네 번째 개인전이 2002년 이후 11년여 만에 열렸다.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광미공)의 조용한 일꾼으로 미술의 사회적 책무를 충실히 하는데 앞장서고, 근래에는 ‘광주민족미술인협회’ 회장으로 공적인 활동에 시간을 투여하는 동안 개인 전시회를 갖기까지 긴 시간이 흘렀다. 표현성 강한 붓맛과 회화성을 살리면서 상념 많은 젊은 날의 삶의 단편이나 역사와 시대의 흔적들을 화폭에 올리던 작업들에 비하면 이번 작업은 대부분 풍경을 빌어 세상과 시대에 대한 내면의 생각과 이야기들을 몽환적으로 풀어낸 작품들로 화법이나 서정과 상징성을 결합하는 표현방식에서 큰 변화를 보여준다.
    ‘몽환의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12월 17일부터 23일까지 광주 예술의 거리 은암미술관에서 열린 그의 전시회를 카달로그에 실린 문화비평가 임선진의 평문을 일부 발췌해 되짚어본다.



    일상 속의 사람과 자연풍경

    작가 조정태의 이번 전시는 일상과 현실발언, 자연풍경, 자화상 시리즈, 기억과 흔적에 대한 환기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는 조 작가의 지난 20여년간 작품 여정의 연속선상에 있는 구성이라 할 수 있다. … “그림으로 사람들과 얘기하고 싶었다”는 그가 고인이 된 할머니의 영혼이 빠진 <몸빼>를 그리면서, 권위주의와 군대문화의 상징이었던 <교련복>에서, 황사비로 채색되어 봄비조차 칙칙하고 음울한 분위기가 돼버린 <봄-황사>나. 더 이상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아주 오래된 당집 <여름-당산>을 통해, 그리고 쓸쓸한 흔적과 소멸의 정점이 되는 듯한 <겨울-나목>을 대상화시켜 들여다보며 작가가 느끼고 생각했던 것은 무엇일까? … “풍경에 내 마음을 푸념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계절의 풍경에 얽혀있는 작가의 현재상태, 즉 작가로서의 본업으로 되돌아오고자 하는 그의 꿈틀대는 욕망, 그 맞은 편에 있는 투명한 미래와 불편한 현실의 책무와 부담감에 따른 내적 딜레마의 상태를 드러낸 작품들로 읽혀질 수 있다.


    기억과 흔적의 환기를 통한 현실발언

    조정태는 작품을 통해서, 때론 행위를 통해서 작가의식을 발언하는 미술인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 속에는 다양한 감성과 의지, 사건들, 그리고 역사 현장들과 사람들이 서정적으로 때론 기이하게 표현되곤 한다. … 이번 전시의 신작 <몽환의 방>과 <백산> <군상 I,II>도 당대 현실과 역사에 대한 인식이자 기억과 흔적의 환기를 위한 작품들이다. … 신작 <군상 I,II>는 수영장에서의 튜브놀이조차 치열한 경쟁으로 치닫는 각박한 현실 속의 절박한 생존논리를 관람객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이다. 우리시대의 잔혹한 사회병리 현상을 극적으로 반추하고 응축시켜 ‘시대의 불안 속에 부침하는 존재들인 우리 자신들’을 기이하고 강렬하게 전달하고자 극대화시킨 표현이라 볼 수 있다.


    ‘자화상’을 통해 본 딜레마의 심연

    구작 모음인 <자화상> 시리즈는 작가 자신의 내면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포착한 사실주의적 표현기법으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바로 자신의 희노애락과 솔직한 자기욕망, 현실적인 모습을 과감하고 명료하게 부각시켜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 이러한 작업들은 그가 자신에 대한 내적 응시를 멈추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들로, 작가의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측면, 즉 특정시대와 상황의 개인적 특성을 형성하는 욕구, 욕망, 감정 등이 그물망처럼 엮여있는 작가로서의 존재적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는 표현행위라 할 수 있다. 이는 그가 계속 화두로 삼고 있는 일상 속의 자신의 삶을 발견하고자 하는 작업의 연장선인 것이다.


    ‘뫼비우수의 띠’처럼 돌고 도는 작가적 숙명

    “그림은 몸(손)으로 그리는 것이다”라고 뼈저리게 체험한 작가로서, ‘그림은 작가의 감정을 속일 수 없고, 감정은 테크닉으로 만들 수 없다’는 그의 말처럼 이번 전시는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해결과제를 스스로 만든 계기가 될 듯하다. … 조 작가의 이번 전시 화두는 ‘작가가 되고 싶다’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전업작가로서 가야할 길과 여러 현실적 장애가 상충하지만 이는 그림 그리며 살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동전의 양면의 다름 아니다.… 어쩌면 조 작가의 이번 전시를 보면서 뭔가 아쉬울 수도 있을 것이며, 중견 작가군에 은근슬쩍 묻어가려 한다는 비판과 날선 지적들이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조 작가에게 이번 전시는 용기와 도전의 과정이다. 그리고 이를 초심의 자세로 꾸밈없이 보여준 조 작가의 말이다. “그 어떤 비판도 들을 것이다. 중요한 건 이후이니 다음 작업을 기다려 달라”


    - 임선진 (문화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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