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광주' 전시로 본 세상 역사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4-05-14 10:25 조회8,503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 광주시립미술관 ‘오월의 파랑새’ 전시의 이동환 작 <황홀과 절망>(2012) ‘오월광주’ 전시로 본 세상 역사 동학혁명과 오월광주 접속이 시대의 인내천 보국안민 정신은?역사를 넘어 현실의 힘으로 해마다 오월이면 진정 광주다운 세상이 무엇인지 되새기게 된다. 80∼90년대만큼 현장의 힘을 모아내는 오월전은 아니지만, 그 오월을 맞아 미술계에서는 크고 작은 기념전들이 이어진다. 올해 오월은 특별하다. 5·18광주민주화운동으로 표출된 의향전통과 ‘광주정신’의 역사적 맥락에서 연결되는 동학농민혁명이 올해로 120주년이기 때문이다. 그런 시점에서 광주시립미술관은 ‘오월의 파랑새’를, 광주민족미술인협회는 ‘갑오세 가보세 함께 가보세’라는 동학혁명과 5·18을 같은 연결고리로 다룬 전시를 기획하였다. 더불어 김병택 개인전인 ‘광장의 기억’, 메이홀의 박재동 초대전, 모 치과갤러리의 ‘뮌헨에서 온 편지-호어스트 바우어의 호출’ 등도 오월광주를 위해 마련된 전시들이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오월의 파랑새’(2014. 4.25∼6. 8)는 ‘동학농민혁명의 민족 민중정신에서부터 5․18민주화운동 정신까지 이어지는 민주ㆍ인권ㆍ평화의 정신을 시각적 메시지를 통해서 전달’하려는 전시다. 시립미술관과 5.18기념재단이 공동주최하고, 동학동민혁명기념재단의 후원으로 작가 10명의 회화와 영상, 자료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 가운데 여운 화백의 10폭 캔버스를 이어붙인 높이 3.6m, 폭 6.4m의 대작 <동학>(1980년대)은 횃불화염을 배경으로 녹두장군 전봉준의 혼령 같은 초상을 화폭마다 띄우고, 하단에는 천지를 중심으로 백두대간의 맥과 함께 처형당한 동학농민군들, 결의에 찬 한말 의병대와 독립운동가들을 파노라마처럼 엮어 놓았다. 역사의 극적 전환점이 될 수 있었던 이 혁명을 대형화면에 장중하게 펼쳐내면서 ‘輔國安民-나라를 돕고 백성을 편안케’ ‘天主造化-바른 세상을 열망’ ‘守心正氣-마음 지키고 기를 바르게’ 등의 혁명 기치를 깃발처럼 적어 놓았다. 한국 민주주의의 기폭제가 된 5ㆍ18 주제의 작품에서는 탐욕의 군부세력에 맞서다 무참히 도륙당한 광주의 수난이 최요안의 <The fifth column>(2010) 회화연작과 김광철의 <정치의 눈물> 퍼포먼스 영상으로 재현된다. 최요안의 그 날의 기록사진들을 신문지 바탕에 흑백으로 확대 재현하면서 기억 속에 각인된 충격과 분노를 재환기시킨다. 김광철의 흑백영상은 시대마다 모습을 달리하며 나타난 군사정권의 면면과 오월의 충격적 주검들이 섬광처럼 스쳐가고, 단지 배경일 뿐인 오월영상 앞에서 흐늘거리며 춤추거나 혼령처럼 도시 밤거리를 내달리고, 시큼달콤 사과를 무표정하게 베어 무는 어린 소녀의 이미지를 함께 엮어 오월과 현재 사이에 존재하는 역사의 간극을 드러내어 준다. 5ㆍ18은 34년이 지났다. 광주가 그토록 열망했던 진정한 민주세상은 그 30여 년 동안 한국사회 여러 부문에서 개혁, 혁신의 토대가 되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암울 참담한 질곡의 시간들 또한 시대의 빛과 그림자처럼 늘 공존해 왔다. 허달용의 수묵사실화는 그런 흑암의 일식에 묻혀버린 대한민국 국회, 부엉이바위에 올라선 바보대통령, 머리 위에서 쏟아 붓는 진압헬기의 물폭탄, 지역 균형발전의 희망으로 벌려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사장에 오월에 내리는 눈, 정의로운 세상을 밝히려는 만인의 촛불 등 시대의 초상을 상징성이 가미된 사실적 묘사로 비춰내었다. 이동환은 혼미가 거듭되는 지금 이 시대에 재앙과도 같은 불길들을 내리꽂는다. 어둠의 천지에 지옥불 같은 <삼계화택>의 불길과 연기들이 곳곳에서 타오르고, 불덩이가 떨어져 폭발한 듯 토네이도같은 회오리를 일으키며 덮쳐오는 절박한 상황에서 어느 곳 하나 피할 곳 없는 광야의 사람들은 혼비백산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리고 마침내는 화염을 일으키며 좌초하듯 곤두박질쳐버린 희망이라는 노란 별을 소용돌이치는 물결에 휩싸여 황망히 바라보는 <황홀과 절망>의 극단의 심경을 표현성 강한 필치로 토해내고 있다. 김병택의 ‘광장의 기억’ 전시(5.7∼5.30, 갤러리 생각상자)에서는 제목 그대로 옛 전남도청 건물과 분수대, 그곳 역사현장을 지켜 온 나무를 소재삼아 시대의 표정을 담아낸 그림들이다. 대부분 저물녘 붉은 바탕에 옛 도청은 잿빛으로 사그라져 있지만, 지독한 세월을 이겨온 나무들만큼은 여전히 푸르게, 때 되면 황금빛으로 그 자리에 엄연하게 실존하고 있다. 그러나 분수대 앞에 떨어져 주검이 된 솔부엉이 한 마리는 시대의 절망을 대신한 듯 처연하기만 하다. 광주민족미술인협회의 ‘갑오세, 가보세…’ (5.15∼5.21,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또한 동학혁명에서 5ㆍ18을 지나 현재에 이르는 시국관련 작업들로 구성된다. 역사를 넘어 관통하는 시대의식을 되짚어보기 위해 과거 ‘동학 100주년전’ 때의 작품들과, 오월과 분신정국, 현 침몰시국에 관한 시의성 담긴 200∼300호 대작들이 상당수 선보여진다. 역사는 단절 없이 진행되면서 지금의 삶을 반추시키고 새롭게 추스르게도 한다. 시차를 두고 연결되는 혁명적 사건은 시간이 흐를수록 역사적 맥락이 더욱 명징해진다. 세상과 시대를 통찰하게 하는 오월광주의 전시들이 사실주의 미술의 주기적 공유마당으로 더 힘있게 꾸려졌으면 한다.- '조인호의 미술이야기'(전남일보. 2014.5.14) 게재글에 일부 추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