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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보는 간결명확한 시사비평 이미지-이관형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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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2-04-18 18:53 조회9,2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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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바라보기 _ 눈 꼭 감고 보기 / 눈 반 감고 보기 / 눈 확 뜨고 보기>, 각 84.1x118.9cm



    ▲ <낭비하지 않으면 부족함도 없다> 84.1x118.9cm/ <사랑은 돈보다 좋다> 120x363cm 중 부분



    ▲ <구제역_그래서 전라도는 천국인가?>, 84.1x118.9cm




    세상을 보는 간결명확한 시사비평 이미지 


    - 이관형 ‘시선’展



    우리 사회와 세상을 깊은 성찰로 바라보는 중진 디자이너의 시사성 짙은 시각이미지들이 함축된 메시지로 담겨진 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날카롭고도 간결 명확한 시각언어들이 강한 울림을 만들어내는 시사비평 일러스트들이라 할 수 있는데, 4월 7일부터 18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에서 초대전으로 마련된 광주대학교 이관형 교수의 개인전이었다. 평소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묵직하면서도 서늘한 시각적 메시지는 정갈하게 걸러 구성된 이미지들로 각 작품들 사이에 연쇄적인 파열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시선’이라는 전시제목에서 암시되듯
    "한국사회를 숨 막히게 하는 전제적 권력에 반기를 드는 이미지의 부재현상"과 삶을 둘러싼 상황과 환경들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자성을 공유하기 위해 최근의 시사뉴스들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이슈들을 주된 화제로 삼았다.


    이 교수는
    “이미지과잉의 시대, 아니 이미지테러의 시대 - 절필을 감행한 어느 작가의 절규가 귀에 선하다”면서 “주변의 자연과 사물, 그리고 오늘 우리사회의 특별한 현상들과 화면 안에서 조용히 대화하려고 시도하였다”고 한다. 물론, 그 조용한 발언은 결코 조용하지 않은 시각이미지 효과들로 파장이 큰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또한
    “오늘날과 같은 디지털매체 환경에서… 부유하는 이미지들과 어떻게 조우할 것인가?… 비약하면, 유의미한 ‘이미지 바라보기’란 미적관조이고 또 다른 선택(취향)적 욕망의 차원이며, 주체적 사유이고 개인이나 집단적 가치관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디자인이란, 잘 배치되어 정형화된 공식이나 법에 의한 원칙이 아니라, 우리가 이 부서지기 쉬운 지구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비판적이고 자극적인 논쟁임을 분명하게 깨우쳐야 한다”“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표피의 승리’에 환호를 보내려는가? 대한민국은 지금 관제와 비즈니스용 언어만 창궐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개탄한다. 따라서 “규범(norm)을 불신하고 회의적 시각으로 바라 볼 때만이 새로운 창조는 가능하다. 익숙하고 구체적인 경우에서 이탈해야만, 디자이너는 맥락과 의미를 신선하게 파악할 수 있다… 꿈꾸는 자는 언제나 내면의 혁명가이다”고 말한다.


    전시된 작품들은 각각의 설정된 이슈에 대해 대중적 아이콘처럼 쉽게 의미를 연상할 수 있는 이미지들이 주로 차용되면서 헤드카피 같은 간결하면서도 뜻이 분명한 문구나 텍스트들이 조합되어 작가가 함축시켜놓은 시각적 발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되었다.


    가령, <한국 바라보기> 연작은 근래 혼돈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한국의 정치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비평점 관점을 담아낸 작품들이다. ‘눈 꼭 감고 보기’ ‘눈 반 감고 보기’ ‘ 눈 확 뜨고 보기’ 등으로 부제가 붙여진 세 점의 패널에는 공통되게 ‘나는 지금 허구와 위선으로 가득 찬 세상에 살고 있다’라는 굵고 붉은 문구들이 절망을 안고 거꾸로 추락하는 듯한 검은 인물 픽토그램과 함께 화면에 엇각으로 배치되어 있고, 수 십 가닥 내리꽂히는 선들과 지금의 세상에 오르내리는 검색어 같은 자잘한 단어들이 배경처럼 열지어 깔려 있다. 그 보일 듯 말 듯한 작은 단어들이 이 절망의 단초들을 보다 확연하게 드러내는데, ‘그랜저 검사’ ‘구제역 대란’ ‘용산참사’ ‘화학적 거세’ ‘4대강 사업’ ‘성과주의’ ‘권력형 병역기피’ ‘유미무죄’ ‘성형중독’ 등등이다.


    또 <Gwangjuism>은 ‘무등에 바람은 부는가’ ‘무등에 꽃은 피는가’ 연작이다. 흐릿한 실루엣처럼 화면 상단에 떠 있는 무등산과 화면 2/3를 차지하는 넓은 여백의 배경에 비와 바람을 레터링이나 가느다란 선으로 상징화하거나 꽃잎 같은 불꽃을 표현하였다. 또 다른 <Gwangjuism>인 ‘광주는 혼이다’에서는 마을어귀 노거수 당산나무 실루엣을 흑백톤으로 화면 대부분을 채우고 그 하단에는 ‘광주는 살아 있어야 한다. 광주는 사상이다. 광주는 혼이다. 광주는 세계다. 광주는 역사다. 광주는 빛이다’고 외치는 작은 글씨들을 배치하였다. 


    <낭비하지 않으면 모자람도 없다>는 무수한 필선들로 엉켜 채워진 비정형추상같은 화면에 타다 남은 잿빛 플라스틱 패트병이 거꾸로 그려지고 그 위에 같은 엇각으로 ‘Waste not, Want not' 글귀만이 경고등처럼 노란색으로 선명히 떠 있다. 아울러 폭이 3.6m에 이르는 대작 <도덕적 해이_사랑은 돈보다 좋다>에서는 ‘사랑에 미쳐는 봤니… 사랑에 올인해 봤니… 사랑은 돈보다 좋다…’며 ‘우리의 정체성과 행복은 우리에게 타자가 존재할 때 가능한 것이다… 우리의 사유가 역사의 소용돌이를 제대로 끄집어내지 못하면 우리의 사유 한가운데서 바로 그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게 되는 법이다’는 경구 같은 구절과 함께 하트로 들여다본 지폐의 부분들과 ‘Moral Morality'를 반복적으로 배치하였다.


    이 밖에도 <구제역_ 그래서 전라도는 천국인가> <대한민국 국회의원_존재감 없는 사람들> <민간인 불법사찰> <SOFA_주둔군지위협정> <독도는 우리 땅> <분단_동토의 땅 삼팔선> <자연주의_당신은 채식주의자인가> <유구무언_디도스공격과 도가니 사건> 등등 모두가 한 때의 공분과 의분에도 불구하고 시간 따라 역사 속으로 흐려지고 잊혀져가는 세상사들에 대한 시사성 짙은 메시지의 기록들인 셈이다.


    이관형 교수의 작품들은 이미지와 텍스트가 균형 있게 결합되면서 현재적 시점과 직결되는 시의성이 중요한 작품들이기 때문에 작가는 늘 시대현상과 사회현실에 민감한 촉수를 세우고 있으리라 짐작케 한다. 물론 혼탁한 세상 속에서 작가적 관점과 삶의 진정성을 굳건히 하면서 난무하는 동시대적 사안들 가운데 공공의 의제 핵심을 감각적으로 걸러내고 이를 시각이미지로 상징화시켜내는 촌철살인이 중진의 무게와 저력에 또 다른 기대를 갖게 한다.  


    이번 전시의 엽서 홍보물에서 이교수가 전하는
    “우리는 미혹迷惑의 환상 속으로 그저 숨 막히게 달려만 가고 있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다… 사람이 사라진 거리에 문화는 무엇인가? 아름다운 얼굴이 소요逍遙하는, 가끔은 추념과 무념으로 작은 휘파람을 날리며 걷고 싶은 거리, 금남로에 나무를 심자. 푸르른 그들의 그림자에 잠시잠시 쉬어가며, 젊고 뜨거운 호흡을 다시 하자”는 메시지를 다시 음미해 본다.

       


    이관형 교수는 홍익대학교 응용미술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였다. 대한민국 디자인대상 심사위원, 홍익시각디자이너협회 회장, 광주대학교 예술대학장 등을 역임했고, 5ㆍ18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기념 전국대학교수 100인의 시각이미지전, 김환기국제미술제전 등의 전시에 참여하였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작품을 발표할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하다가 2011년도에 서울 K갤러리와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갤러리에서 교수3인전을 가진바 있고, 이어 같은 해 광주대학교 아트홀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으며, 이번 전시가 두 번째 개인전인 셈이다. 현재는 광주대학교 시각영상디자인학과 교수(062-670-233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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