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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의 선분에 서다'-제1회 광주사진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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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3-01-05 14:28 조회9,8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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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사진축제가 열리고 있는 우영갤러리


    ‘시간의 선분에 서다’-광주사진축제


    사진이 시각문화 현장에서 예술의 주요 매체로 자리를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사진작업에서 현대적인 실험정신과 예술성, 주제의식과 메시지를 탐구하는 광주의 사진작가들이 ‘광주사진축제’를 열고 있다.

    지난 12월 27일부터 오는 1월 9일까지 갤러리D, 우영갤러리, 무등갤러리 등 3곳에서 ‘시간의 선분에 서다’라는 이름으로 개최되고 있는 ‘제1회 광주사진축제’이다. 저마다 개성이 담긴 독자적 작품세계를 모색해 온 사진작가들이 서로의 유대와 결속을 다지면서 새 시대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마련한 전시회이다. "그동안 자신의 길들을 가느라 긴 시간 서로 적조했던 감이 있었는데 선후배 세대간 단합과 소통이 절대 필요하고, 이미지 홍수 속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면서 시대의 변화 속에서 비판력을 잃지 않는 사진가들의 자리로 마련했다”고 한다. 

    참여작가는 ‘광주사진포럼’(회장 박하선) 회원인 광주대학교 사진영상학과의 오상조, 조대연, 윤건혁 교수, 순천대학교 사진예술학과의 이주한 교수를 비롯해 곽종운, 김보수, 김사라, 김영태, 김천환, 김효중, 라규채, 박일구, 송경옥, 송재운, 안희정, 이설제, 이정록, 인춘교, 지성배 등 모두 20명으로, 60대 중진부터 20대 청년작가까지 세대와 작품성향을 폭넓게 아우르고 있다.

    전시관별로 찾아가보면, 먼저 갤러리D에는 주로 특정 아이콘을 통해 시간의 퇴적을 재해석하는 작품들이 모아져 있다.  김영태는 중국의 천안문과 천단 등을 주된 이미지로 여러 컷의 이미지들을 중첩시키면서 급변하고 있는 중국의 정치 문화의 현재와 그림자를 담아낸 <Shadow Land-China> 연작을, 나규채는 우주 속에 존재하는 모든 자연적 물질의 실체가 없는 ‘공’(空)의 진동을 대숲을 통해 보여주는 <Bamboo> 연작, 박하선은 무한한 우주 속 한 점에 불과한 지구의 미지의 세계 이미지를 찾고 있는 <세상 끝에서> 연작, 오상조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고 마을사람들의 살아 숨 쉬는 소통의 장인 우리 주변 곳곳의 신목으로서 흑백 <당산나무> 연작, 이주한은 천일의 기록을 목표로 매일아침 광주의 도시 아이콘인 무등산을 담아온 <무등산> 연작 등을 내놓았다.  


    ▲ 갤러리D에 전시 중인 김영태(왼쪽), 오상조(오른쪽) 사진작품

    갤러리D 바로 앞 우영갤러리에서는 주로 사진의 시지각적 이미지와 실험작업들을 만날 수 있다. 자연 속에 존재하는 오브제로서 하나의 색깔로 이루어진 상황을 포착해내는 김효중의 <색에 살다> 연작, 사진이 갖는 본래의 기록성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고정관념을 허망하게 무력화시키는 무상한 바다의 이미지를 옮겨내는 박일구의 흑백의 ‘바다’ 풍경 연작, 대상의 특정부분을 확대시켜 표면의 촉각적 질감과 색감을 마치 추상회화처럼 공간을 구성해낸 송경옥의 <사진 속의 흐름> 연작, 누드와 꽃잎 또는 바다와 조약돌 같은 서로 다른 이미지를 조합시키면서 몽롱한 배경 속에 복층의 톤을 중첩시켜내는 이설제의 <Secret of Optical Illusion> 등, 특정 장소나 사물에 치밀하고 집요한 작업과정을 통해 신화적인 영성을 부여하며 신비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정록의 한글 자음ㆍ모음이 과실처럼 주렁주렁 빛을 밝히는 <생명나무> 연작 등이 전시되어 있다.


    ▲ 우영갤러리의 이정록(왼쪽), 김효중(오른쪽) 사진작품

    또한, 예술의 거리 무등갤러리에는 특정 공간을 소재로 삶 또는 인간역사의 과거와 현재를 담아낸 작품들이 많다. 김보수는 흔적과 자본의 이동에 따른 도심의 변화와 그에 따른 공간의 소멸과 부재, 잔상을 담은 <무제>들을, 김사라는 일상현실 속 어느 낯익은 장소의 포착을 통해 주변 대상과 공존공간에 대한 관심의 초점을 환기시키는 <묵비권> 연작, 푸른 숲자락 나무들과 연못 수련들을 소재로 미지의 미래를 찾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파노라마를 펼쳐낸 송재운의 <열반의 미학> <흔적> 등, 근대화 역사의 박제로 남아있거나 인간의 점유욕이 얽혀있는 특정 건물의 사진을 네모난 주머니에 입체로 전사시켜 빈 공간에 던져놓고 재촬영하는 식으로 잃어버린 장소성들을 되묻는 안희정의 <곳> 연작, 낯익고 익숙했던 곳이 지금은 공간과 시간으로부터 고립 단절된 도시풍경으로 남아 있는 윤건혁의 <Townscape> 연작, 숫한 소문과 미신으로 몸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소록도라는 감옥에 갖혀버린 한센병 환자들의 삶을 기록한 인춘교의 <섬> 연작, 조대연은 우리 사회 온갖 이데올로기가 충돌했던 새만금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삶의 본질을 되묻는 <흐르는 땅> 연작을 보여준다.


    ▲ 무등갤러리의 인춘교(왼쪽), 안희정(오른쪽) 사진작품

    이번 제1회 광주사진축제는 사진의 형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다종다양한 실재나 상상의 기록과 표현, 시각적 이미지의 조합과 연출, 성찰과 사유의 매개체로서 사진의 가능성 등을 고루 살펴 볼 수 있는 자리이다. 시간ㆍ존재의 흔적과 이미지를 담아내고 공유하는 기계적 장치나 온ㆍ오프 방식들이 계속해서 진화 확장하면서 사진이 일상이 되어있는 지금, 광주사진축제를 통해 단지 피사체나 감상대상 이상의 사진 이미지의 무한한 증식과 또 다른 세계로의 접속을 이끌면서, 더불어 지역 미술현장을 훨씬 더 풍부하게 채워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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