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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매리의 ‘Portraits of Sh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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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3-02-18 19:37 조회8,8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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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존의 벽을 넘어 피안의 세계로 - 이매리의 ‘Portraits of Shoe’


    갤러리 생각상자가 기획한 중견 서양화가 이매리 초대전이 2월 4일 시작해서 이달 말 28일까지 열리고 있다. ‘Portraits of Shoe’라 이름한 이번 전시는 그녀가 즐겨 다루는 빨간 하이힐과 흰색 상자들이 안개 자욱한 바다를 배경으로 허공에 떠있는 구성을 주로 보여준다. 빨간 하이힐은 현대 여성의 매혹적 외양과 도회적 감각미를 아이콘처럼 담아 전하는 상징언어들이고, 상자 같은 흰색 상자들은 숨겨지거나 감추고 싶은 내밀한 자아, 내적 심리세계로 여겨진다.

    이 두 개의 대표적 아이콘이 이번 전시작품들에서는 구성방법이나 전하는 메시지에서 일정부분 달라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즉, 전에는 마치 관처럼 긴 상자의 살짝 열린 틈새로 진주구슬들과 함께 빨간 하이힐들이 내다보이며 여성의 은밀한 내적 욕망과 일탈의 갈망을 함축시킨 표현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번에는 그 하이힐들이 상자 밖으로 벗어나 허공을 군무하는 모습들로 바뀌었다.

    도도하고 섹시하며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강건한 존재로 스스로를 곧추세우려는 자의식과, 그런 폐쇄적 자기아성과 유행처럼 정형화된 타자의 틀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외부로 향한 욕망이 끊임없이 교차하며 일상과 상상을 넘나드는 복잡미묘한 심리세계가 단순간결한 시각언어로 집약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끝없는 상념과 혼돈스런 내면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의 바다로 물결지면서 미지의 안개 속에 묻혀 있고, 그 꿈속처럼 아득한 상상의 공간에는 빨간 하이힐과 하얀 상자들이 허공으로 쏟아져 나와 칠흑의 공간으로부터 눈부신 피안의 세계를 향해 부유하듯 떠가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아직 부화되지 않은 알처럼 전혀 틈새도 열려지지 않은 채로 허공을 떠가는 상자들도 있다. 

    이 같은 하이힐을 통한 내면심리의 표현은 몇겹씩 중첩된 사각의 공간들 속에 상품처럼 층을 이루어 진열된 금빛 은빛 하이힐 작품들에서 더 구체적으로 읽을 수 있다. 자존의 상품성은 매끄럽고 번쩍이는 외양으로 한껏 다듬어 꾸몄으되, 서로 분절된 공간에 갖힌 채 동어반복적인 집단을 이루고 있을 뿐이다.   

    이번 전시에서 일부 보여지고 있듯이 최근 작가는 또다른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닫혀있던 자기세계를 열어젖히고 소망하는 저 너머로 찾아나서는 의지들을 담아 전하고 싶은 것이다. 회화와 입체, 설치, 영상 등을 자유롭게 택하며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풀어낼만한 시각적 형식들을 모색하고 있는 작업과정을 잠시 관객이라는 거울에 비춰보는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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