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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화의 영상 숲을 노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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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3-03-13 20:04 조회11,5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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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문화마루에 전시 중인 박상화의 <무등의 숲 2013-2> 
     

    박상화의 영상 숲을 노닐다


    영상미디어 작가인 박상화의 작품이 두 군데서 동시에 선보여지고 있다. 광주 롯데갤러의 2013년도 창작지원공모에 선정되어 ‘Into the Landscape’라는 제목으로 3월 6일부터 19일까지 전시가 진행 중이고, 다른 한 쪽은 2월 28일부터 3월 30일까지 아시아문화마루가 마련한 기획전 ‘무등에 오르다’에 <무등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역시 영상설치 작품을 꾸며놓았다.

    양쪽 모두 최근 그가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있는 반투명스크린 영상투사 작품들이다. 바라보는 이미지가 아닌 그 이미지로 둘러싸인 공간 속을 관객들이 들어다니고 앉아 쉬면서 젖어들도록 의도한 것인데, 블라인드처럼 몇 겹으로 내려뜨려진 비닐소재에 꽃피고 구름이 흐르고 단풍이 물들고 낙엽지다 눈보라 휘날리는 4계를 영상으로 구성하였다. 영상과 더불어 새소리 바람소리 음향효과를 곁들여 관객들이 가상의 자연공간 속에 안겨 있는 듯 느끼도록 연출하였다.

    롯데갤러리 쪽은 넓은 전시공간 중간에 한 작품만을 설치하여 스크린으로 둘러쳐진 사각의 공간 안팎에 비춰지는 영상을 감상하도록 했고, 아시아문화마루는 컨테이너 구조물의 좁은 통로같은 좀더 밀폐된 공간에 영상을 설치하여 집중력을 높이고 있다.

    그가 주된 과제로 삼고 있는 소통의 문제를 풀어내는 방식인데, 자연의 생명력과 미디어아트의 연출된 영상예술공간을 동시에 느끼고 호흡하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작품에 맞춰 밀도 있게 공간을 만들지 못한 전시장의 조건과, 반투명한 스크린에 해상도가 욕심만큼 높지 않은 프로젝터로 영상을 쏘다보니 이미지가 선명하지 못하고, 사계자연의 현장감이 생생하지 못한 이미지작업의 어설픈 점이 연구과정의 시행착오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소통의 영상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한 집중적인 시도와 연구는 더 나은 작업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번 두 곳의 전시 가운데 롯데갤러리 전시에 대해 기획자인 큐레이터 고영재의 글을 통해 작품의 속내를 좀더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다.


    문명과 자연, 순환의 환영에서 이끌어내는 서사


    예술의 소재 혹은 메시지의 동기 부여가 되었던 ‘꺼리’의 범주에서 끊임없이 지속될 이야기, 아마도 화두는 ‘현재’가 아닐까 싶다. 창작자는 응당 삶의 유기적 구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는, 본질적으로 그 주관을 포함하는 화두에 천착하기 마련이다. 미디어 아티스트 박상화가 서술하는 그 ‘꺼리’ 또한 우리의 현재와 유관한 것들이다. 누구나 체감했을 법한 문제의 단상들이 현란한 매체를 통해 관람자의 시야로 전달된다.

    <그림의 떡>, <Tower of babel>과 같은 그의 초기작들이 자본주의와 현대 물질문명의 네거티브한 측면을 강조했었고, 더불어 자연의 생명력 혹은 그 순환의 의미 따위를 문제 제기의 연장선상에서 줄곧 병치시켜왔다. 작가가 직접 제기하는 질문, “인간 삶의 궁극적인 존재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 찾기는 ‘자연’과 ‘문명’이라는 대비되는 테마 안에서 유기적으로 제고되고 있다. 시장, 상인, 오래된 동네의 작업 소재들은 그 과정에서 파생된 일상적 범주의 서사였지만, 이후 본격화된 단채널 비디오와 비디오 조각 형식의 작품 <이너드림 Inner dream> 연작에서는 일상의 평범한 공간 속에 자연의 이미지를 대입시킴으로써, 시각적 흥미 외의 ‘현실에서의 일탈’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바닷물이 차오르고 이내 거대한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아파트, 공기 주변으로 소멸했다가 다시 생성되는 화초 등,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생된 현대인의 주변은 초현실주의의 의외성과 유사하게 발상, 혹은 감성의 전환을 유도한다.

    문명에서 파생되었거나 자연에서 생성된 모든 개체들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형상, 박상화 작가는 그 과정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지속적인 가치가 무엇인지를 미디어 아트의 장르적 속성을 통해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다. 매체 자체가 지닌 독특한 특질, 즉 대중에의 파급효과가 큰 의사소통의 수단을 활용하는 미디어 아트는 보는 이의 의식과 감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호소할 수 있다. 작가는 척박한 지역미술의 한계 상황에도 불구하고, 90년대 후반부터 영상 매체와 테크놀러지를 이용한 미디어 작업에 꾸준히 몰입해왔다. 매체가 지니고 있는 이점과 자유롭고 다양한 표현기법을 실현하며 그만의 소통 영역을 확장해 온 것이다.

    최근 선보이고 있는 <영상의 숲> 작업 또한 보는 이와의 소통의 문제를 고민한 결과물이다. 이전의 <Money  fall>, <Flower fall> 시리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상물로의 접근 방식이 소재의 정형을 통한 관람자와의 피드백이었다면, 전시장 내부에 숲의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구축한 영상 설치작업은 미디어의 인터랙티브한 속성을 적극 활용한 예이다. 작가는 이와 관련해 “전시장이 더 이상 일방적인 감상의 공간이 아니라 작품 속에서 만지고, 거닐고, 상호 반응하면서 작품을 경험하고 사유하는 공간이 되어, 전시공간 자체가 하나의 큰 작품이자 소통의 공간이 되도록 하는 데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서술한다. <휴 休>, 공동작업 <숲, 숨, 쉼 그리고 집>, <Forest and City Illusion> 작업에서는 문명 속의 현대인이 근원적인 쉼의 장과 조우할 수 있기를 바란다.

    ‘Into the Landscape’라는 이번 전시 주제는 단순히 대상을 조망하는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문명과 자연을 아우르는, 우리가 호흡하고 있는 모든 대기와 그 생명력에 깊숙이 들어가보기를 요구한다. 진화인가 창조인가의 범주를 떠나서 인간을 에워싸는 외부세계의 생명력, 즉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거나 혹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외부세계의 유기적 구조와 에너지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를 찾기를 원한다.

    문명의 눈부신 발전에서 비롯된 미디어, 그리고 이를 이용한 예술. 어찌 보면 미디어 아트는 단일화된 양식의 범주가 아니라 매체 자체의 속성, 즉 매체 자체로 이해해도 거리낌이 없다. 대중에게 가장 친밀한 수단을 통해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 아트, 그 다채로운 매력은 정형화되거나 혹은 양식화된 테크놀러지의 공해가 아닌 ‘현재’에 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이며, 무엇보다 논점을 ‘인간 삶’에 맞추는 데 의의가 있을 것이다. 박상화 작가가 제시하는 소통의 미학이 미디어와 어우러지는 형태, 즉 현대적 매체가 함축하는 금속성의 기운을 너머 감성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이유도 이 점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현실과 환영 사이에서 감성을 자극하고 체감의 영역을 확장하는 미디어의 힘, 그 소통의 현장에 함께 하기를 권유해본다.

    _ 롯데갤러리 광주점 큐레이터 고 영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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