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째 떠도는 현대인의 초상; 손봉채 '이주민'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3-12-12 19:48 조회9,323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뿌리 째 떠도는 현대인의 초상; 손봉채 ‘이주민’ 소나무를 소재로 ‘이주민(Migrants)’ 주제를 다루고 있는 손봉채 개인전이 무등현대미술관 기획초대전으로 11월 26일부터 2014년 2월 28일까지 열리고 있다. ‘인간 그리고 자연’이라는 이름의 이번 전시는 작가가 그동안 계속해 온 구름 따라 허공을 부유하고 있는 소나무들을 현대인들의 삶에 빗대어 ‘이주민’이라 묘사한 입체회화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높이가 각 185cm, 폭은 94cm인 패널 12개를 이어 붙여 마치 12폭 수묵산수도처럼 구성한 <금강산도>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뾰족한 금강산 봉우리들이 여러 층위를 이루며 실루엣으로 겹쳐지고, 그 위로 구름처럼 떠도는 소나무들을 묘사한 대작이다. 넓고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 판에 유화물감 세필작업으로 소나무와 구름 등을 묘사하고, 그 각각의 투명 판들을 LED조명 배경에 여러 겹으로 겹쳐 수묵화처럼 은근한 이미지가 입체적으로 중첩되어 보이도록 하였다. 기암준봉들이 첩첩으로 늘어선 회백색 금강산은 속기가 들어설 틈이 없어 보이는, 현실의 세상사와는 전혀 다른 신선경과도 같은 풍경이다. 하지만, 정신적인 피안의 세계 또는 유람의 대상이 아닌 뿌리 뽑힌 실향민, 탈북민들의 잃어버린 터전을 상징하는 북녘 땅 이미지이기도 하고, 현재의 삶에 완전하게 뿌리내리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끊임없이 갈망하는 마음 속 이상향일 수도 있다. 함께 출품된 다른 단일 그림들도 익명의 산들과 구름 위 소나무들이 같은 형식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모두가 세상살이나 결혼ㆍ노동ㆍ학업ㆍ선교 등을 이유로 본래의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삶을 꾸리고 있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을 되비춰 보여주는 이미지들이다. 세세한 필치로 묘사된 소나무들은 하나같이 아래 가지들이 잘린 채 뜬구름을 타고 있다. 모두가 도시의 보행섬이나 공공장소에 옮겨 심어진 소나무들처럼 생활 가까이에서 늘상 마주하는 것들이다. 도시공간 속에서 도회지인들과 더불어 시대의 풍경을 만들어내는 나무들이지만 문득 그들을 통해 삶의 무대를 옮겨 살고 있는 현대인 자신들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손봉채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산업화와 개발에 밀려 제 땅에 살지 못하고 뿌리 채 뽑혀 도시 조경수로, 도회지 사람들의 정원수로 팔려가는 나무들, 이들은 산업화에 밀려 대도시로 선진국으로 살길 찾아 떠도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저 조경수의 아름다움은 낯선 땅에 살아 남으려는 그들의 뜨거운 눈물이 빚어낸 결정체다. 사실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새로운 땅에 안착하지 못하고 죽어갔을까를 생각해 볼 때 과연 우리는 그 모습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늘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도회 변방을 헤메며 뿌리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까. 내 작품은 변방의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오늘을 잘 견뎌내고 있는 이들을 향한 찬사이다”라고 말한다. 전시를 기획한 무등현대미술관 측은 “인생의 목적도 잃고 남이 정해준 방향대로 살아가는 현대인들. 그들에게는 고향도 없으며, 주소지도 정해진 곳이 없다. 오늘날 소나무에게서도 마찬가지이다. 가지가 쳐내지고 잘려지면서 자신의 모습을 상실한 채 이리 저리 옮겨 다닌다”며 손 작가의 작품에서 얘기하듯 자연과 인간이 같은 처지임을 환기시킨다. 손봉채 작가는 조선대학교 미술대학과 뉴욕 Pratt Institute를 졸업하고, 1994년 뉴욕 뉴갤러리에서 첫 개인전, 1995년 뉴욕 히긴스홀 전시, 1997년 제2회 광주비엔날레 본전시, 신세계미술제 대상 수상작가 초대전, 상하이 듀올런미술관 전시, 상하이 한국문화원 개관초대전, 독일 ‘Light+Building 2008’프랑크푸르트 메세전, 광주시립미술관 올해의 청년작가전, 서울 토탈미술관 ‘올해의 작가 한․영전’, 광저우예술박물관 ‘광저우 현대미술’전, 워싱턴 스미소니언 박물관 워싱턴 주 한국대사관 기획초대전, 제3회 세비야비엔날레, 대만국립미술관 ‘정산의 지형_2009 한국의 단면들’전 등 국내외 전시에 활발하게 참여해 왔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