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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의 집단 군상 - 조대원 '니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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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3-12-24 10:50 조회10,4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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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의 집단 군상-조대원 ‘니나노’


    광주 롯데갤러리에서 조대원의 '니나노 NINANO' 초대전이 있었다. 지난 12월 13일부터 22일까지 열린 이 전시는 그동안 십이지신상에 빗댄 현대인의 초상 연작과는 달리 좌불상의 형태에 새의 머리를 단순화한 이미지를 전시장 가득 매달아 설치한 새로운 시도로 그의 세 번째 개인전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 카탈로그에 붙인 고영재 큐레이터의 전시서문을 통해 조대원의 ‘니나노’를 좀더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다.


    현대사회 속 복제된 군상, 우리들의 자화상

    ‘조대원 작가의 기존 작업 성향에서 두드러지는 이미지는 십이지신상이다. 합리성과 물질 만능을 위시하여 획일화되고 상품화된 현대사회, 그 안에서 기계적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을 십이지의 수면인신상(獸面人神像)을 통해 표현했다. 그러나 전통적인 도상이 아닌 애니메이션 속의 친근한 캐릭터 형상을 차용하여, 동서양 문화의 혼재와 소통, 글로벌 시대의 비즈니스 문화를 해학적인 관점에서 제시하였다. 이번 전시의 주된 논조를 살펴보면 기존 작업의 주제의식과 동일선상을 유지한다. 단, 형상 표현에 있어 더욱 함축적인 태도를 드러내는데, 사람의 몸과 새의 부리모양을 하고 있는 인물 군상을 설치하며, 각각 인물상의 팔과 목을 원색의 실로 감아서 올리는 작업을 선보인다. 이번 작업에 관해 작가는 "얽히고설킨 복잡한 인간관계의 모습일 수도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고뇌와 번민으로 가득한 삶 속 희망의 끈을 상징한다"고 설명한다. 나아가 "정신적 가치를 상실한 글로벌 자본주의의 허상, 더불어 궁극적인 삶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즉물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며 전체 속 구성원으로 전락해 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작품에 담고자 한다"고 표현한다.

    전시 주제인 '니나노'는 경기 민요의 후렴구에 쓰이는 소리이다. 주로 태평가 따위의 경쾌한 음률에 나오는 소리이지만, 민요의 노랫말에서 인생사 희로애락의 애환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작가는 흥겨운 후렴구와 현대인의 삶의 고충을 대치시키며 작품 주제를 역설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먹이를 찾는 행위, 곧 생존을 위해 존재하는 새의 부리와 함께, 무언가를 간구하는 모양새로 두 손을 모아 올린 인물상의 모습은 기묘한 결합을 보인다. 이는 삶의 행복을 명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재가 동물의 생존 욕구와 별반 다르지 않게 흘러가고 있음을 상징한다. 또한 무리지은 군상은 하나같이 같은 형태와 제스처를 취하는데, 공장에서 찍어낸 기성품과 같이 개체로서의 가치는 배제된 채 동일한 욕망을 쫓는 모습이다. 각기 다른 색깔로 다양한 사고와 가치를 추구하는 것 같지만 복제되고 획일화된 시스템 안에서의 '나'는 온전한 개체일 수 없음을 피력하는 듯 하다.  

    자본, 고도성장을 필두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현대문명에서 사회 구성원 스스로 그 본연의 정신성과 가치를 재고하는 과정은 용이하지 않은 흐름으로 인식된다. 조대원 작가의 본 작품전은 획일화된 욕망으로 인간의 감정까지 물질화하는 현 사회에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기 위한 의도이다. 눈앞의 이익과 더 큰 이상을 추구하다 인간의 본질적인 생의 가치를 상실해가는 모습. 더불어, 우리가 살아가는 궁극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면 더욱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 고영재 (광주 롯데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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