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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후배가 마음으로 나누는 '신춘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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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4-03-24 20:32 조회10,1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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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용림. 꽃이핀다-사랑이다(부분)


    선후배가 마음으로 나누는 ‘신춘정담


    예년에 비해 한 달여 정도 앞당겨진 봄기운 속에 새봄의 정취를 나누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광주롯데갤러리가 기획한 ‘신춘정담 新春情談’ 전시로, 3월 20일부터 오는 4월 19일까지 계속된다. 광주지역 중견ㆍ청년작가 9명이 함께 초대된 전시인데, 선배작가 3인이 후배 두 명씩을 추천해서 함께 전시를 꾸미고 있는 점이 독특하다.

    갤러리 측의 말대로 지금 이 시기는 “자연이 선사하는 상서로움만큼이나 본시 생의 아름다움을 투영하는 예술도 함께 복작거리는 계절이고, '신춘 新春'이라는 용어에서도 느껴지듯이 예술인들 또한 나름의 창작 환경을 바로 세우기 위해 다시금 노력하는 때”이다. 새 봄처럼 자기예술의 가치와 작업을 새롭게 모색하는 이 시기에 미술인 선ㆍ후배 세대 간의 전시를 통한 작업에 관한 대화와 교감의 자리를 만들어 개별적일 수도 있는 창작활동에서 자기 앞 뒤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스스로를 되비춰 보고 의지를 다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선후배 작가들의 접촉과정에서 윗 세대들은 후배들에게 창작자로서 존립문제, 작가로서 생존에 관한 우려가 공통되면서, 더불어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힘과 현실적 창작환경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경험 속 지혜와 조언들을 전했다 한다. 그래서 전시를 함께 꾸밀 작가를 찾을 때도 대부분 이미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지거나 시장에서 재화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작가보다는 묵묵히 작업세계를 지속해 나가는 태도와 가능성에 더 무게들을 두었다 한다.


    오견규 ▶ 장용림 / 최진우

    먼저 수묵담채로 문인화의 격조를 추구하는 오견규 작가는 장용림과 최진우 두 후배를 추천하면서, "장용림의 작품들은 대부분 꽃들이다. 매화, 개망초, 찔레꽃, 동백 등인데 단순히 아름다운 꽃이 아니다… 횃대에 걸린 어머니 저고리 자락 뒤로 드러난 청매의 향기, 하얀 눈 위에 떨어진 선연한 동백꽃 등은 신이 작가에게만 내민 은밀한 선물처럼 느껴지게 한다. 왜냐면 스스로 피고 지는 생명의 존엄을 증명하고 있는 꽃들의 엄숙한 비밀을 작가는 이미 눈치 챘기 때문이다… 본디 삼가하며 맑으며 고요함으로 자신을 일궈내는 작가의 고움은 꽃의 은은한 향기처럼 나에게 슬그머니 다가온다."고 추천의 글을 붙였다.

    또한, 최진우에 대해서도 "처음 서양화를 전공했다가 한국화로 진로를 변경했고, 수채화와 공필법도 익혀서 세밀화에도 능하다. 그런 그가 한국화를 선택한 이유는 한국인의 얼, 강과 산, 그 땅에 사는 우리네 삶을 표현하기 위해선 우리 전통회화인 한국화가 적절했으리라… 삶의 고귀한 가치는 아주 높은 곳에나 멀리 있지 않다… 예술이 사람보다 우선 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최진우의 그림에는 그림도 있고 결핍과 상실의 시대에 안부를 묻는 세상 이야기도 있다. 이런 것들이 최진우를 기대하는 이유다."라고 평했다.


    ▲ 장용림. 꽃이 핀다_사랑이다.


    ▲ 최진우. 봄이오는 소리-무등산.


    박태후 ▶ 김화영 / 이혜리

    단순소재와 간결한 화면구성으로 시어가 함축된 수묵담채 문인화를 주로 하는 박태후 작가는 김화영, 이혜리를 추천했다. 금속공예가 김화영의 작품세계에 대해 “작업이 반짝반짝하고 세련되어 '아하! 금속공예도 저렇게도 풀어갈 수 있구나' 하고 가끔 감탄하게 만들고, 소신이 뚜렷해 묵묵히 저만의 길을 간다…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반응이 더 뜨겁고, 중앙의 명문대학이나 프리미엄, 화려한 공모전 타이틀 같은 그럴듯한 포장지만 덮어 씌워놓으면 중앙에서 수표 세느라 바쁠 것 같은데, 불행히도 지방이라는 광주의 변두리에서 동전을 가끔 줍고 있다."고 기대와 안타까움을 표한다. 

    또, 이혜리는 "수많은 화가들이 전업(轉業)하거나 대학에서도 미술과가 존폐의 기로에 놓이고, 더더욱 한국화 지망생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요즘, 이혜리는 한국화를 전공하고 석사학위 청구전으로 채색 한국화를 발표한다. <파란여정>, <꿈>, <파란 잠> 등 몇몇 작품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들이 강하게 엿보인다… 위기는 곧 기회임을 염두에 두고 부디 이혜리가 중도에 붓을 놓거나 게을리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끈질기게 작업을 계속해 가길 하는 깊은 바램이다."고 격려한다.


    ▲ 김화영. 꽃이 피면(부분)


    ▲ 이혜리. 푸른 너


    한희원 ▶ 박성완 / 백종휘

    가슴 밑바닥의 향수와 뭉클한 감동을 시적 화폭으로 담아내는 한희원 작가는 박성완과 백종휘를 추천했다. "박성완은 가장 전통적인 회화적 요소… 물감과 붓, 캔버스 그리고 소재 자체도 우리 주변의 널려있는 풍경을 그리는 작가이다. 평범함을 놓치지 않고 직시하는 자세는 요즘 젊은 작가들이 잘 보여주지 못하는 작업의 태도이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구태의연함일 수도 있고 가장 견고함일 수도 있다. 물감과 붓 그리고 풍경은 회화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시대를 뛰어넘는 자기만의 철학과 표현으로 감동을 주는 것은 작가의 몫이다. 박성완의 건실한 작업태도를 보면 분명한 성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기대를 보낸다.

    아울러 "백종휘의 한지로 제작한 말 작품은… 독특한 한지의 동양적 사유와 현대적인 작품의 모습을 동시에 갖추어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현대적인 느낌과 고전적인 감성이 묻어나고 작품의 깊이를 느끼게 해준다… 현대와 첨단의 추상성 속에 인간의 근원적인 감성을 흔드는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작업에 더 천착되는 사유의 세계를 기대해본다."고 평을 붙였다.


    ▲ 박성완. 구 도청 분수대

     
    ▲ 백종휘. 천리마


    창작현장에서나 세상살이에서 숱한 경험과 과정들을 헤쳐 온 중견 선배들과, 싱싱한 창작의지와 감성들을 지닌 후배 청년작가들의 이번 조우는 단순히 전시작품을 함께 내놓는 차원을 떠나 같은 길을 가는 선후배간의 처지와 마음과 예술적 가치들을 서로 나누는 내면적인 교감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광주미술상’ 같은 의미 있는 후배 창작지원제를 비롯해 평소 창작활동이나 공ㆍ사석에서 선후배간에 지금 ‘존립’의 상태를 살피고 격려와 기대를 나누는 경우들이 없지 않지만, 작가들끼리 추천하고 초대받아 선배의 마음이 담긴 글과 함께 전시회를 꾸며보는 자리인 만큼 그 ‘정담’이 새봄처럼 더없이 기운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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