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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상의 정치 - '접경에서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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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4-04-04 10:31 조회10,5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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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정 <빈 옥상>, 2014, 콩테, 스틸사진 영상


    옥상의 정치; ‘접경에서의 외침!!’

    5개 도시 대안공간 연계프로젝트 - 미테우그로 기획전

     

      대인예술시장에 자리한 대안문화공간 미테우그로(대표 조승기)가 다른 지역 대안공간들과 연합전 형태로 ‘옥상의 정치’를 선보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각 지역에서 문화현장의 밑불을 지피고 있는 5개 대안공간들이 우리시대 ‘옥상’의 의미를 공동주제로 삼고 이를 현실 삶 속의 정치사회적 현상들과 결부지어 되짚으면서 이에 대한 담론과 시각문화 이미지들을 펼쳐낸 연합전이다.

      광주의 미테우그로는 ‘접경接境에서의 외침, 들리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생의 절박한 상황에서 내몰리듯 올라서게 되는 항거와 투쟁과 절규의 극한지점으로써 ‘옥상’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또한, 대구의 장거살롱은 ‘용산참사’를, 부산 공간힘은 ‘벼랑의 삶, 벼랑의 사유’, 대전 스페이스씨는 ‘미시에 살다’, 서울 대안공간이포는 ‘쌍용차 옥쇄파업’ 등 최근 한국사회의 단편들을 전시형태로 비춰내었다. 특히, 지역 간, 영역 간 경계를 허물고 공동의 이슈나 사회문화적 과제에 대해 서로의 시각과 타개활동들을 공유하면서, 그 실천의지를 북돋우는 연대 협력관계의 출발점을 만든 셈이다.

      미테우그로의 ‘접경’을 기획한 큐레이터 김영희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에서 보이는 구조적 모순은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각자 자신의 테두리 안에서 벽을 쌓아놓고 허물지 못해 벼랑 끝자락에서 제풀에 나가떨어지는 모습이 그저 안타깝다.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접경지에서 무엇이 끝을 향하도록 종용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접경이라는 단어에서 내포하고 있는 관계에 대한 의미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라고 전제한다.
     

      방송국 기자이면서 이번 전시에 <빈 옥상> 작품으로 참여한 김인정은 취재 보도과정에서 맞닥뜨렸던 낭떠러지 같은 생과 사의 경계지점에 취재자가 아닌 현장 당사자가 되어 옥상 끝에 올라선 스틸사진들을 슬라이드로 엮고, 그 바탕 벽면 가득히 한 순간 사라져버린 존재들보다 더 황망한 심정을 글로 깔아놓았다. “그동안 많은 옥상에 올랐다… 옥상에는 갓 벌어진 죽음의 기미가 돌이킬 수 없는 무게로 내려 앉아 있었다…옥상에 오른 사람들을 만난 적은 없다. 그들은 나와 마주치기 몇 시간 전 허공에 몸을 띄웠고 몸 안에 품은 세계와의 불화를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내 버렸다…그들은 지상에서 자신의 오류를 해결하기를 포기한다. 절망을 확신한다. 허공에 첫 걸음을 내딛는다”… 



      이세현 <경계> 연작, 2014, Pigment Print

      넓은 패널에 도시의 단편들을 사진 콜라주로 비춰낸 이세현은 쇠락한 주택가 옥상이나 지붕 사진들을 이어 붙여 떠도는 행성덩이처럼 허공에 띄워 놓은 <경계> 연작을 보여준다. 낡은 시멘트 난간 끝에 올라선 발 아래로 빛바랜 슬레이트 지붕과 골목길, 콘크리트덩이, 항아리나 물통화분들이 내려다보이고, 도시의 안과 아웃사이더 쪽을 가르고 지나는 길다란 지붕 이쪽 편 어느 바닥에 맨몸뚱이 하나 널부러져 있다. 숱한 삶이 얽혀진 도시의 파편덩이는 생명의 기척이 보이지 않는 다른 돌덩이들과 더불어 푸른 허공으로 떠간다. 말하자면 삶의 파편들처럼 ‘세상에 아무렇게나 던져지는 행위’에 대해 얘기하려는게 작가의 의도라고  한다.


      주로 회백색조 표현성 강한 회화작업들을 보여 왔던 이인성은 <바람 없이 깃발을 펄럭이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전시장 한쪽에 설치작품을 연출했다. 한쪽 다리가 부러진 세발 받침에 하얀 깃발이 사선으로 꽂혀 기울어져 있고, 바닥에는 쓰러진 깃발 사진에 ‘잘살아보세’라는 집단주문이 인쇄된 종이들이 낙엽처럼 흩어져 있다. 고단한 삶 속의 악착스런 희망과 그 의지마저도 지탱하지 못하는 불균형한 현실 사이의 상실감을 무표정한 깃발로 뇌까리고 있다.

      대구에서 온 Brain cone(전준모)은 동물 해부 영상을 통해 생명과 주검의 경계에 대한 관념들을 되짚어준다. 전시장 귀퉁이에 작은 비닐을 쳐서 만든 부스의 ‘19세 미만의 청소년, 노약자, 임산부는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수상쩍은 주의문구를 젖히면 짐승의 머리를 잘라 벗겨 연분홍 뇌를 드러내는 과정이 <Ice Cream>이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되풀이된다. 동물 영상과 해부된 모양의 동물뼈다귀 조각들을 함께 보여주던 이전 작업의 연장선일텐데, 인간이 저지르는 폭력성과 그 죽음의 경계지점을 섬뜻한 영상으로 담아놓았다.




      작곡가로서 그룹멤버들과 음악을 통해 사회를 얘기하는 등의 다양한 문화활동을 펼쳐 온 Kiss the rain은 <tetris> 설치작품으로 스스로 만든 경계에 의해 몰락하는 세상사 사람들을 풍자한다. 마치 처형 직접에 머리에 씌워지는 봉지처럼 눈구멍만 낸 종이봉지를 뒤집어 쓰고 이어폰 음악으로 주변과 차단한 채 모니터 게임에 몰입하여 테트리스게임처럼 허물어져 가는 현대인의 욕망의 그늘을 비춰주는 듯 싶다.


      이번 미테우그로의 ‘옥상-접경’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대부분 격렬한 사회적 쟁투나 대치의 현장보다는 삶의 경계 그 언저리에서 비틀거리는 이 시대 사람들의 깊은 절망과 정신적 공황을 다루고 있어 보인다. 이 전시를 기획한 김영희의 말대로 “항쟁과 투쟁, 호소 등은 부조리한 사회구조에 대한 저항의 한 형식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관계에 대한 교차지점을 찾는 순간임을 알아야한다… 지금, 여기 많은 이들이 옥상으로 내몰리고 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손을 내민다. 그리고 당신은 왜 벼랑 끝에 서있는가?”라고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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