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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수 어린 그곳; 임현채의 'The Place'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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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4-04-08 13:40 조회8,5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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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수 어린 그곳; 임현채의 'The Place'展


    “공간은 사람을 안고 
     흐르는 시간 속에 이야기를 간직한다.
     이야기를 간직한 공간과 마주칠 때 
     우리의 기억은 회상되어진다” 
     - 임현채 작업노트 중


    마음 속 향수어린 초지처럼 각기 다른 모양새로 들여다보여지는 ‘공간과 사물에 관한 이야기’를 그림과 설치미술 형태로 펼쳐내는 임현채의 여섯 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The Place-이야기가 흐르는...'이라는 이름으로 4월 3일부터 9일까지 광주 유스퀘어 금호갤러리에서 청년작가지원전 형태로 마련된 전시다.

    '회문산 아래 시골소녀의 어릴 적 향수부터, 어느덧 희미하게 추억 속으로 사라져 가는 어린 시절의 놀이들, 삶 속에 묻혀버린 엄마의 꿈에 관한 이야기, 거기에 전시장에 함께 오거나 우연히 만날 수도 있는 낯선이라도 함께 놀이를 하며 공감을 나눌만한 이야기꺼리들이 섬세한 필치의 회화작업과 낡은 테이블들의 형태로 펼쳐져 있다.

    임현채가 최근 탐닉하고 있는 ‘The Place' 연작 회화작업들은 캔버스작업이든 종이에 드로잉이든 대부분 지극히 절제된 가느다랗고 짧은 선들의 집합이면서, 물기 촉촉한 푸르름이거나 갈색 흙빛, 또는 보리밭 같은 공간들을 펼쳐낸다. 그의 여린 순들이 새로 돋아나는 생명의 땅이거나 살아 유동하는 대지들은 생명의 기운이 넘쳐 흘러내리기도 하면서 마음 속 ‘그 곳’을 그려내고 있다. 몇 점의 평명작업 가운데는 감성파 엄마의 이루지 못한 꿈을 풀밭 위 아코디언 그림으로 대신하거나, 엄마가 보내왔던 편지 한 구절을 글씨인 듯 풀밭인 듯 알 듯 말듯 묘사하기도 하고, 어릴적 시소 놀이기구와 빈 의자를 그려넣기도 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같은 섬세한 선묘 위주의 임현채 회화세계가 이번 전시에서는 같은 ‘The Place' 연작이면서도 입체적인 설치작품에 훨씬 비중을 많이 두고 있다는 것이다. 마음으로 소통하는 입체적인 이야기 공간으로 연출방식을 바꾼 셈인데, 그 공간에서 사람들은 아련한 추억의 섬들 사이로 흘러 다니며 잊혀진 시간을 떠올리거나, 마음 속 이야기들을 되비춰보기도 한다. 누구나 지나왔을 빛바랜 시간의 갈피들을 작가가 깔아놓은 얘기판을 따라 여러 모습으로 서로에게 펼쳐놓는 것이다. 

    전시장 군데군데 놓여진 낡은 테이블들은 세월의 흔적이 배인 헌 문틀들인데, 다듬고 색을 칠해 이야기판을 삼고, 거기에 요즘식 나무다리를 받쳐 시간의 간극을 접속하고 있다. 추억의 문을 열어줄 테이블들 위에는 각기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인형놀이 같은 어린 시절의 이야기 놀이판들이 펼쳐져 있다. 어떤 것은 아련한 추억 속의 카셋트 테이프들이 타이핑된 노래말과 함께 놓여있거나, 간유리판 위에 고운 모래를 엷게 깔아 놓아 무엇이든 그리거나 써보며 추억놀이를 즐길 수 있게 했다.

    또한, 전시장 한쪽에는 철망으로 둘러진 네모난 구조물 세 개를 허공에 매달에 설치해 두었다. 이 철망면 군데군데에 사람 두상모양으로 구멍을 뚫어 동행자나 모르는 사람끼리도 서로 인사와 얘기를 나누거나 단어 맞추기 놀이를 즐기도록 유도하고 있다. 막힌 듯 터진 듯 철망으로 상징된 일정 영역들의 세상 속에서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놀이형태의 소통상자를 꾸민 것이다. 말하자면 그림 속에 등장하던 철망울타리들이 실재 공간 속에 입체구조물로 등장하고 사람들은 단지 감상자가 아닌 이 소통공간의 주인공들이 되어 서로를 확인하고 마음의 통로를 여는 것이다.

    이런 작업들에 대해 임현채는 “개인주의로 인해 소통의 부재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며, 공간의 호기심을 동원하여 현대사회의 외형적인 풍요와 다양한 관계망 속에서 느끼는 소외감, 의사소통의 부재현상 증후를 작업으로 발현하려 한다”고 말한다. 추억, 향수, 소통.. 상투적 화제일 수 있지만, 임현채의 내밀하면서도 세심한 감성의 회화와 설치작업들을 통해 또 다른 ‘그 곳’으로 상상여행을 인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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