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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空 -영혼이 있는 풍경' 리일천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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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4-06-03 10:47 조회9,0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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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일천. Kushinagar-기원


    -영혼이 있는 풍경

    리일천 인도/네팔 순례 사진전
    2014. 6. 3 - 6. 13 은암미술관



    세상 존재들에서 眞想과 空을 본다

    세상에 실재하는 무수한 진상들을 통해 ‘공(空)’의 세계를 찾아가는 리일천의 세상순례는 존재하는 실상에서 순수상태의 空을 드러내는데 마음을 모은다. 존재하는 실상, 그 자체가 공으로 연결되고 공 자체이기도 하다. 경계를 넘어선 수행자의 ‘텅빈 충만’에는 이르지 못할지라도, 세상을 채우고 있는 만상 속에서 비워진 공의 실체를 찾아가는 구도의 길이다.

    리일천은 신과 인간의 세계가 공존하는 인도·네팔의 ‘영혼이 있는 풍경’ 속으로 두 번째 순례길을 다녀왔다. 세상에 가득하면서도 텅 빈 존재들, 그 삶의 그림자로 비쳐진 각양각색의 욕망과 염원들, 거기에 겹쳐진 무념무상의 세계들을 함께 접했다.

    그 행로의 초입이라 할 쉬라바스티 가는 길의 낡은 이발소에서 맑은 영혼의 빛처럼 강렬한 이발사의 눈빛과 맞닥뜨리면서 잠시 성소에 들기 전 심신을 정갈히 가다듬는다. 폐자재 판자들을 엮어 만든 흡사 움막같은 이발소지만 때에 절은 천들과 몇 안되는 비품들, 왕좌 같은 헌 의자에도 불구하고 이 작고 누추한 공간은 더없는 환희심으로 가득하다.

    마음의 성소를 찾아가는 길에 만난 인도 전통가면 가게의 <귀면(鬼面)>들은 세상 사람들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의 형상이자 마음의 얼굴들이다. 울룩불룩 포악하거나 괴기스럽기도 한 가면들로 가득한 어둡고 비좁은 입구 안쪽의 깊숙한 곳에 그런 세상 사람들의 불안과 고통을 위무 치유해주는 약사여래부처가 절묘한 구성으로 포착되어 있다.

    과거 화려했던 <Nepal Patan> 궁전의 영화는 퇴락한 빈촌으로 사그라져 있다. 이제는 가판대 물건이 된 과장된 골상의 옛 수호신장 가면들, 코끼리 얼굴의 가네샤 신상 벽화, 넓은 붉은색 벽돌벽에 자그맣게 마련된 ‘마음의 문’, 협곡 같은 골목길을 이루고 있는 남루하지만 고풍스런 벽돌건물들, 진기가 빠진 듯한 옛 궁전건물과 대조된 리어카 과일행상과 구멍가게, 노인과 젊은 아빠와 갓난아이의 삼대의 삶 등에서 귀천과 시간의 경계를 넘어 공존하는 사바의 풍경을 읽는다.

    갠지스강 언저리에는 늘 미망의 이승과 범접치 못할 피안의 세계가 공존하고 있다. <Ganga> 연작에는 성스러운 강을 끼고 이어져 온 세상의 역사와 생멸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곳의 현재가 담겨 있다. 성채처럼 웅장한 고대광실의 유적과, 강가에서 일상처럼 치러지는 제의와 다비의식들, 몽롱한 안개 속 저 멀리 피안을 향해 떠나가는 작은 쪽배와 꽃등 하나, 이 모든 것들이 현재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세계의 풍경들로 담겨져 있다.

    열반의 땅 <쿠쉬나가르>. 이승도 저승도 아닌 듯 새벽안개 자욱한 석가세존의 마지막 길에는 옛 기도처의 흔적만이 순례자들을 맞이하고, 화두삼매 선정에 든 수행자는 무념무상이다. 마침내 위없는 존엄으로 해탈과 열반에 드신 부처를 향해 마음을 모으며, 석가세존의 다비장 벽돌무덤에 일체 세간 티끌을 털어낸 순백의 천 한 자락을 공양 올린다.

    리일천의 사진작업에서 일관된 서원은 세상에 존재하는 삶의 진상을 온전히 담아내는 일이다. 육도윤회의 길에서 이승의 업(Karma)을 새로 짓거나 멸하기도 하는 삶의 만상과 그 내면을 창작을 앞세운 어떤 조작이나 가감보다는 순수상태 그대로를 드러내어 주는 것이다. 이번 인도·네팔 성지순례 기행전은 그 정진의 한 행보를 하심의 마음으로 내보이는 자리이다.


    - 조인호. ‘영혼이 있는 풍경’ 리일천 사진전 전시평문 압축




    ▲ 리일천. 鬼面-마음의 얼굴 / Ganga-혼불


    ▲ 리일천. 쉬라바스티 가는 길-이발관 풍경 / Kushinagar-새벽 길
                   Nepal Patan-과일행상이 있는 풍경 / Kushinagar-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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