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테우그로 2014신진작가전 - '옷걸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4-06-06 17:46 조회9,079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미테-우그로 신진작가 ‘옷걸이’展 신예 5인의 단편소설과 시각이미지 연결 작업 바삐 도는 세상만큼이나 이미 진즉부터 한여름 삼복더위가 앞당겨져 있던 6월의 초입 대낮에, 홍어냄새ㆍ돼지머리 삶은 냄새가 짙게 배인 대인시장 골목길을 찾았다. 따가운 바깥 햇살과는 전혀 다른 세상인 듯 눅눅한 습기와 곰팡내, 알 수 없는 달콤 퀴퀴함까지 뒤섞인 미테우그로 갤러리에서 점차 그 지하실의 음습한 공기에 젖어들면서 올해 신진작가 작품들을 대면했다. 5월 30일부터 시작해 6월 15일까지, 점심때부터 초저녁까지만 문을 여는 이 전시는 미테우그로가 2014년의 신진작가로 다섯 인물을 찾아 작품발표의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다섯 사람의 합성표기인 ‘오+人’에 이제 걸음걸이를 나서는 신예들의 출발이라는 의미로 ‘걸이’를 합해 ‘옷걸이’라는 전시제목을 달았다. 초대된 주인공들은 다들 올해 대학을 졸업한 신예들 가운데 지역 선배작가들의 추천으로 선정된 김성결(조선대 미대 서양화 전공, 주대희 추천), 변민석(전남대 미술학과 조소전공, 배수민 추천), 신형만(목포대 미술학과, 김윤정 추천), 임준규(전남대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 정다운 추천), 정호정(조선대 미대 서양화 전공, 이인성 추천)이다. 이들은 전시작품을 준비하기 전에 먼저 각자 짧은 소설을 쓰도록 주문받았다. 아바타 같은 대리인물들을 빌어 어떤 상황을 서술하는 글쓰기 작업을 통해 현 시점에서 자기 고민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그 소설로 풀어낸 얘기의 핵심을 적절히 함축해내면서 거기에 자신의 내면 감정을 실어 시각이미지화 시켜내는 독특한 작품제작과정을 거쳤다. 김성결 <1+1=1>/ 변민석 <5page, 헤어진 여인을 붙잡는 방법>/ 신형만 <연 이야기>임준규 <모범시민>/ 정호정 <영희와 일요일> 김성결은 [오늘보다 내일 더 좋아해] 소설에서 남ㆍ녀 간에 일어나는 사소한 일상 속의 서로 다른 심리를 화해ㆍ유통기한ㆍ기다림ㆍ만남과 이별ㆍ자기치유 등의 키워드를 서술하고 있다. 이 소설을 기초로 그동안의 회화작업 대신 설치형식을 시도한 <1+1=1>을 작품을 선보인다. 태생과 성분은 다르지만 apple이라는 단어가 공통되기도 한 Pineapple과 apple을 주 소재로 바닥에 늘어놓거나 몇 개는 천장에 매달아놓는 방식이다. 향과 모양이 전혀 다른 이들이 허연 곰팡이가 슬고 썩어가면서 결국 하나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1+1=1이라는 제목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변민석은 [행복한 이야기]라는 소설로 사랑과 이별에서 오는 아픔을 표현했다. 인기 소설가가 된 자신ㆍ유기견을 통해 만난 도도하면서도 애교스러운 그녀와의 만남과 이별ㆍ페이지를 넘기듯 숫자 적힌 표지판ㆍ현실의 괴리와 혼돈 등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전시 출품작도 마지막 상황을 암시한 5가 적힌 녹슨 표지판 <5page>와, 이미 깨어진 그녀와의 관계를 유리조각들을 이어 붙여 표현한 <헤어진 여인을 붙잡는 방법> 여인흉상이다. 신형만은 세상의 삶을 동물원과 정글로 비유한 소설 [연 이야기]를 썼다. 파산한 아빠에 의해 들여보내진 홍동가에서 세상의 다른 이름인 동물원과 정글, 자신을 발견해가는 주인공 연이를 통해 바깥세상에 대한 발견과 스스로 길을 찾아나가야 하는 자각의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전시작품 <연 이야기>는 물이 채워진 사각의 유리 수조와 그 안에 새장을 넣고, 새장 안 큰 금붕어와 새장 밖 작은 금붕어들이 유영하고 있다. 굴레 지어진 현재를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와, 차라리 자기만족으로 현재를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에 관한 청년기 자문이 담겨 있다. 임준규는 [P군 이야기]를 통해 어린 시절 품었던 꿈과 희망, 이상들과, 자기인식과 목적의식이 사라진 획일화와 집단심리 속 현재의 자아에 대해 되짚고 있다. 일기형식 단편들의 서술로 거대도시 속 한 회사원이 경험하는 일상들과 맥없이 휘말린 매춘부 사건, 아웃사이더의 심리적 방황, 아무도 없는 황무지로의 여행같은 탈출들을 묘사한다. 작품은 짙은 흑갈색조 화판의 두꺼운 물감층에 청년기의 번민처럼 수없이 긁어진 선들이 채워져 암묵적 형상을 이루는 <Waste Land> <모범시민> <City of Sorrow> 등을 내놓았다. 정호정은 동화책 같은 [영희야 놀자!]를 만들었다. 곰을 의인화한 동화로 작은 곰인 주인공 영희와 강아지ㆍ토끼ㆍ개구리 친구들의 놀이, 하나하나 친구들을 삼켜버린 뒤의 공허함과 그들 존재의 새로운 발견을 아동화 같은 순수세계로 보여준다. 전시작품 <영희와 일요일>은 거인국 이야기처럼 배불뚝이가 된 주인공과 그 주변의 자전거, 의자, 옷가지와 TV, 쇼핑백, 숨바꼭질처럼 내비친 발모양들까지 방안의 풍경을 순진무구한 세상으로 묘사했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김영희는 “5편의 이야기는 다른 듯 하지만 비슷한 고민들을 풀어 놓는다. 사랑, 이별, 관계, 내면의 욕구 등 20대의 심리를 대변할 수 있는 키워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그들의 고민을 들여다보면, 불안한 미래에 대한 고뇌를 여과 없이 나열하고 있지만 자신들은 잘 견디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내포한다”고 말한다. 문학과 미술을 결합한 형식이면서도 글을 쓰는 작업을 통해 자신의 존재와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출발선상의 자기다짐의 기회가 되었을 것 같다. 그들은 이미 전시 개막과 더불어 다음 페이지로 행보를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