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습을 수놓는 남자 - 마문호展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3-06-02 15:53 조회10,051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세상 모습을 수놓는 남자-마문호展 포장비닐에 세상을 수놓는 남자 마문호의 개인전이 광주 장동 쿤스트라운지 초대로 5월 29일부터 7월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강화도로 칩거하여 작업에 몰입한 근작들로 꾸며진 이번 전시에서는 이전처럼 포장비닐을 필요한만큼씩 잘라 그림을 엮어내던 작업들과 달리 틀을 잡은 패널작품들이 많고, 흰색 포장비닐에 붉은 실이나 같은 흰실, 또는 윤기 도는 자주빛 비로도 천에 흰실로 바느질 그림을 엮어내는 단색조 방식이 새롭다. 게다가 전시제목이 ‘무늬’이듯이, 언뜻 보면 자수무늬들로 채워진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여기저기 ‘19금’들이 섞여 있다. 그가 접한 세상 돌아가는 얘기들 가운데 ‘쎈 것들’을 잡아내었다는데, 바느질로 윤곽선만 묘사하긴 했지만 포르노그라피 이미지들을 사실적으로 차용하여 파격을 시도하였다. 고도로 문명화된 사회 속에서 포르노 상품으로 변종된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그것이 은밀하게 거래되거나 비뚤어진 폭력을 낳고, 발산과 해소와 대리만족의 향락적 상품이 되면서 감각의 향연으로 분출되는 세상의 한 모습을 되비춰 보이는 이미지들이다. 사실 그림 속 인간의 모습은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으로, 아니면 본래의 몸 그대로 동물이나 새, 물고기, 잎이 무성한 관목, 꽃들, 또는 무기로 상징되는 극단적 폭력성, 인스탄트 음료와 만화수법으로 표현된 대중문화들과 함께 드러나 있으면서, 노출된 거대 남성, 자극적인 섹스장면과 동성애 등등 세상 곳곳에서 동시간대에 일어나고 있음직한 이러저런 모습들이 한 화폭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것이다. 사실 세상의 일상으로 표현된 이들 이미지들은 그것이 어떤 종류의 것이든 온ㆍ오프를 통해 이미 익숙해져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사회적 윤리와 규약, 일정 수준의 문화적인 공공의 통제 속에서 이런 말초적 이미지들은 그것을 재현하고 원용해서 풀어내는 작가나, 그 작업의 결과물을 작품으로 바라보는 우리들이나 서로의 관점과 의도들이 교차하고 충돌하며 현시대 또는 사회라는 인간세상을 새삼 다시 돌아보게 한다. 그의 작업은 어떤 작품에서는 지극히 소소하고 담담한 일상들이 담아지기도 한다. 즉, 휴식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함께 나무와 화초, 동물, 바다생물, 곤충, 자동차, 여객선, 비행기, 자전거 등등 세상을 이루는 만물, 만생명들이 빼곡하게 화면을 채우고 있는 경우다. 그런 구성은 몇 작품 연작으로 소개되고 있는데, 말하자면 모든 존재들이 각각의 모습들로 각각의 영역에서 한 세상을 이루며 갈아가고 있는 현상계를 통찰하려는 작가의 관점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어떤 작품은 이불천같은 장미꽃그림들이 전사된 캔버스에 그 흰 무명실로 이파리들만 수놓아져 있기도 하고, 어느 경우는 주황색 포장비닐 천조각에 건장한 남정네들의 초상이 일정 간격으로 수놓아져 있기도 하다. 설령 어떤 부분에 격렬한 섹스신을 담고 있든, 과대 노출된 남성 육체가 단일소재로 화폭을 채우고 있든지 간에, 그가 접하는 세상의 모습 그대로, 서로 상관이 있건 없건 그들 존재 그대로의 세상을 펼쳐내는 작업들이다. 이번에 내보인 이들 ‘무늬’ 연작 평면작업들은 앞으로 필요에 따라 좀 더 적절하게 전달될 수 있는 소재로 집약시켜보겠다고 한다. 포르노의 경우도 더 적나라하고 ‘쎈’ 이미지를 위해 일본 망가에서 소재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포장비닐의 싸구려 통속적이면서 거칠고 질긴 느낌이나, 비로드천의 부드럽고 우아한 듯 하지만 억지 품격같은 느낌이나, 거기에 한 생을 펼쳐내며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의 모습에서 우리시대 삶의 ‘리얼리티’를 담은 시대의 무늬를 엮어 내는 작업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