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묵으로 연주하는 자연의 화음-박홍수展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3-07-10 20:48 조회9,781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필묵으로 연주하는 자연의 화음-박홍수展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한국화가 박홍수 초대전이 광주 동명동 수하갤러리에서 7월 2일부터 29일까지 열리고 있다. ‘의경-산조’(意境-散調)라는 전시제목처럼 대부분 그의 가슴에서 우러져 나온 ‘의경’ 연작이다. 모두가 자연의 소리와 그 화음들을 필획과 채묵으로 화폭 위에 옮겨낸 작업들인 것이다. 무형의 청각적인 화성과 악곡을 시각적 형상으로 화폭에 풀어내는 산조 마당들이다. 시골 유년시절부터 일상으로 접하던 자연의 소리에 유독 민감했던 그가, 성장하면서 우리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박동진 명창의 흥보가 5시간 완창무대를 접하고는 국악에 완전 매료되어 친구를 통해 직접 소리를 배워보기도 하고, 국악마당을 자주 드나들다가 인생배필도 국악인과 맺게 되었다. 반평생이 그림과 소리와 더불어 이어져 온 셈이다. 그림 그리는 기질 뿐 아니라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감흥을 일으키는 감각인자가 체질적으로 깔려있었나 보다. 이번 전시작품들도 유형 무형의 자연에서 시시때때로 느끼는 운율이나 화음들을 그림으로 펼쳐낸 것들이다. 눈앞에 보여지는 자연에도 국악 오음처럼 고저와 강약이 있고, 형체가 없는 자연의 흐름에서도 그런 결을 느낀다는데, 그런 자연의 호흡과 흥취를 살려 필묵의 농담이나 채색으로 연출해내는 소리 그리기 작업인 것이다. 소리의 길고 짧은 ‘한 배’와도 같이 빈 화폭에서 울리는 마음 속 소리들을 따라 호흡의 간격과 세기를 조절하며 필묵을 움직여 산조 그림을 연주해 내었다. 그래서 화면에는 사물놀이나 가야금, 대금 산조 같은, 각기 다른 소리들이 울려나오고, 그가 떠올리고 흥에 취해 운율을 탔던 소리의 가락들이 갖가지의 시각화된 곡들로 담겨져 있다. 가령, 사물놀이를 소재 삼은 그림에서는 거칠고 굵은 획이 화면의 중앙부에서 힘 있게 뻗쳐가며 골기를 잡고, 자잘한 빗방울소리처럼 꽹과리는 그와 섞여 뜀뛰듯 간격을 두고 찍혀 있으며, 팽팽하게 당겨진 맑은 장고의 가죽소리는 그 바탕을 받쳐주고 있다. 악기들이 어우러져 일으키는 소리들은 서로 어우러지고 부딪혀 떨면서 크고 작은 파장들을 만들어내 화면의 표정들을 이룬다. 천지 허공 속에 자연경물이나 존재들이 제각각의 크기와 무게로 존재하다 스러지고, 일시에 폭풍처럼 밀려와 모두를 쓸어갈 듯 위세 있게 몰아가다 흘러 흩어지고, 울울창창 번성하고 만화방창 흐드러지다 사그라져 비워지듯, 그의 화폭에는 갖가지의 형상과 음영과 여백들이 화폭이라는 그물에 순간 퍼올려진 여러 모습들로 펼쳐져 있다. 형상과 소리를 함께 결합시켜내는 작업이면서, 그만큼 내적인 울림과 율조를 타는 한 바탕 자연과의 물아교융인 셈이다. 이런 자연에서 음미하는 소리들이 채묵의 운필로 연주되는 그의 작업은 이전의 종이바탕 작업과는 다른 캔버스 화판에서 또 다른 맛을 내고 있다. 두텁고 거친 필획이 뫼산처럼 맥을 이루며 휘둘러진 형세도 그렇고, 잔물결 같은 엷은 먹의 번짐, 계절을 따라 달리 풀어지는 채색들의 발색, 희게 비워둔 여백의 재질감에서도 화선지, 장지 필묵작업과는 다른 산뜻함과 명료함을 준다. 물론 종이소재와 두터운 천의 소재가 먹과 채색을 품어 들이거니 여운을 만들어내는 정도에서 차이가 분명 있지만, 이번 작업들은 대부분 캔버스로 화판을 바꿔 작업의 효과를 달리 시도해보는 과정들로 비쳐진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세상사의 흐름 가운데, 그리고 채워진 듯 비워진 듯 뭍 존재들 가운데서 어느 순간의 감흥과 울림을 따라 화폭 가득 퍼올려 채묵을 베풀면 봄이 되고 여름이 되듯 그의 작업도 자연의 운율과 운치만큼이나 더 걸림없이 펼쳐지고, 작업 특성상 형상을 틀지워 계획하지는 않더라도 그만의 독자적인 화경이 담긴 화폭들로 흐름을 타 가기를 기대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