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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정 퍼포먼스 - '애정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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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1-09-11 19:01 조회9,43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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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정 퍼포먼스 - ‘애정의 침묵’



    다양한 공간에서 퍼포먼스를 펼쳐 온 작가 안정의 퍼포먼스가 2011광주디자인비엔날레 야외무대에서 선보여졌다.


    안정의 퍼포먼스는 이번 비엔날레 주말콘서트 프로그램의 하나로 선정되어 9월 11일(일) 오후 4시 비엔날레전시관 앞 광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애정의 침묵’이라는 제목으로 50여 분간 진행되었다. 이번 작품 <애정의 침묵>은 사람과 공간을 잇는 네트워킹과 소셜커뮤니티는 날로 새롭게 확장되어 가면서도 정작 개인과 집단과 구성원 사이에 인간적 소통은 단절되고 도구에 한정되어가는 현실상황에 관한 메시지를 담아내었다.

    안정은 “
    소통은 상호 교류이며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우리 사회가 ‘소통 부재’상황에 놓인 이면에는 사실 '소통 불능'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개인적, 사회적, 정치적으로 말할 입은 있는데 들은 귀는 막혔거나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협력자인 비주얼아티스트 라파엘(스페인)이 디제잉을 하듯 컴퓨터로 잡다한 소리들과 함께 전화발신음을 만들어내고, 객석에 관객들과 함께 앉아 있던 안정이 무대로 오른다. 검정 타이즈를 입은 한쪽 허벅지에는 섬찟하게 크고 번뜩이는 가위가 검정테이프로 감겨져 있어 불안정한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대답 없는 휴대폰에 깊은 한숨 같은 숨소리를 반복해서 내뱉는다. 무대 바닥에 쉐이빙무스를 뿌리고는 그 덩이들을 부엌칼로 한쪽으로 밀어내고 토막을 내듯 칼질을 해댄다. 허벅지에 감아뒀던 가위를 풀어 마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이러저런 유무형의 관계들을 잘라내듯 허공에 가위질을 해댄다.

    무대 앞에는 와인잔과 그 위에 주방뜰채들이 얹혀 있다. 뜰채를 소리 없이 찌그러뜨리고 그 위에 휴대폰을 올려놓는다. 그 뜰채가 얹어진 와인잔과 휴대폰 위로 보온병에서 하얀 설탕가루를 흩뿌린다. 달콤함을 쫒지만 늘 공허하기만 한 마음과도 같이 설탕가루는 잔 주위로 대책 없이 흩날린다. 잠시 객석 관객들 사이에 그저 한 개인으로 앉아 있고 무대 위에서는 라파엘이 계속 알 수 없는 소리들을 만들어낸다.

    다시 무대에 올라 가위를 잡고 부질없이 몸을 굴려 이쪽저쪽으로 굴러다닌다. 라파엘 뒤쪽에서 허공에 가위질을 해대다 천천히 그에게 가까이 다가앉아 머리칼을 한웅큼 잘라 입에 넣는다. 무대 앞 객석을 향해 공허한 가위질을 계속 하면서 퍼포먼스를 마무리한다.


    인내심을 갖고 뭔가가 일어날 것 같은 도무지 알 수 없는 불안정한 소리와 행위를 지켜보던 관객들은 헛웃음을 웃으며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퍼포먼스 진행을 따라 철컥철컥 셔터를 눌러대던 취재기자들도 의미는 알 수 없지만 묵언의 행위 흔적을 담아 자리를 떠난다.

    빈 무대와 객석에는 다시 공허가 남고 저만치 전시장 주변에는 뭔가를 기대하며 찾은 관람객들이 들고나며 비엔날레 행사장의 일상은 여전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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