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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으로 전하는 생명의 노래 - 이정주 / 이준석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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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2-04-09 20:18 조회8,7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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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주. <코스모스와 들> 2009 / <봄 환타지> 2010



    ▲ 이준석, <그대 향한 마음> 2011 / <휘파람 소리>(부분) 2011


     

    꽃으로 전하는 생명의 노래 - 이정주ㆍ이준석 개인전



    꽃은 꽃이로되 각기 다른 표정으로 다른 뜻을 전하는 꽃그림전이 나란히 열리고 있다. 광주 예술의 거리에 위치한 무등갤러리의 이정주 개인전과 바로 옆 원갤러리의 이준석 개인전이다.


    이정주展은 ‘새생명 새빛-자선전’이라는 이름으로 4월 5일부터 11일까지 열리고 있고, 이준석展은 ‘花開’라는 제목으로 같은 날인 4월 5일 시작해서 18일까지다.   


    이정주展은 얼마 전 광주대학교를 정년퇴직한 작가가 그동안 교직에 몸담는 동안 너무 많은 도움과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해 그에 대한 보답으로 자선전을 마련한 것이다. 13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작품은 물론 전시장 대관, 카탈로그까지 일체를 작가가 준비하고, 전시기간 중 판매된 금액은 한국기독공보사가 추진하고 있는 ‘새 생명 새 빛 운동’에 전액 기탁하여 심장병어린이 등을 돕는데 쓰기로 되어 있다.


    작품들은 각각의 꽃의 특성과 설정된 분위기에 따라 붓터치들이 두텁게 덧쌓이기도 하고, 나뭇가지나 파렛트 나이프로 긁혀 촉각적인 효과를 내는가 하면, 빠른 선묘들로 축제분위기를 한껏 내기도 한다. 그런데 특히 이전 전시에서 두드러진 점은 캔버스에 직접 한지나 천을 붙여 안료와는 다른 오브제의 효과를 곁들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에서는 꽃무더기 주위로 화면공간 얼만큼씩을 할애하여 마치 수보 조각들을 깔아놓듯 여러 빛깔의 천들과 드문드문 바느질 선들을 넣어 두었다. 물론 직접 캔버스에 바느질을 올린 경우도 있지만 그림으로 그 바느질 선들을 그려 착시효과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전통적인 안방 생활공예와 현대미술을 결합시켜놓은 것처럼 보인다. 제목도 <봄 환타지> <봄의 왈츠> <꽃잎은 날리고> <환희> <축제> 등으로 따사롭고 화사한 새 빛과 함께 세상 가득한 새 생명들의 약동하는 에너지를 담아내고 있다.


    게다가 작품 중에는 손녀 재린이 그린 천진난만한 아동화들을 작품의 주된 소재로 끌어들이고 거기에 꽃그림과 색채를 더해 화색을 맞춘 <메리 크리스마스>나 <손녀 재린과 함께> 연작도 함께 출품되어 신앙과 동심과 예술의지가 어우러진 순수한 열락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이준석展은 ’80년대부터 줄곧 참여미술을 지향해 온 작가가 언뜻 그와는 서로 다른 세계였을 듯한 꽃그림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 스스로도 “언젠가는 꼭 그려보고 싶었던 소재이지만 막상 그려놓고 보니 잘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거처럼 어색하기도 하고 얼굴이 화끈거리기도”하단다. 그림의 소재도 그렇고 그림이 걸려 있는 공간의 풍경도 그렇고 이제껏 부대껴왔던 세상과는 다른 세계라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의 주된 연작인 ‘화엄세상’에서도 만개한 꽃잎이 세상 갖가지 표정과 단상들을 그려 붙인 화면의 큰 배경으로 넓게 둘러지기도 하고 부분 소재로 불러들여지기도 했지만, 아예 꽃 자체에 시선을 주어 화면의 주인공으로 삼아 이례적인 작업을 내놓았다. 어찌 보면 화엄세상에서 작은 화폭들로 잇대어 펼쳐지던 그 유명무명의 무지렁이 존재들과 역사의 상처와 시대를 넘는 문화재들이 세상의 꽃이었다고 되돌아봐질 수도 있다.


    작품은 대부분 작은 소품들로 유화물감을 묽게 개어 수채화처럼 얇고 세밀하게 중첩효과를 내며 갖가지 꽃들의 표정을 진솔하게 비춰내었다. 사실적인 묘법은 유지하면서 대 사회적 메시지를 거두고 한 다발 향기 그대로, 아니면 달빛야밤 가지 끝에 돋아나는 생명의 개화에 눈을 맞추고 있다. 제목도 <그에게 마음을 주다> <그대 향한 마음> <꽃잎, 날리다> <새 하늘, 열리다> <바람, 그리고 놀다> 등으로 서정을 돋우고 있는데, 매화ㆍ수국ㆍ구절초ㆍ해바라기ㆍ장미ㆍ모과ㆍ석류 같은 대중들에게 낯익은 생활 속 정물소재들이다.


    한쪽 전시장에서는 생명을 되살리는 자선전으로 재능기부를 하는 예술과 신앙의 뜻에 동참하여 저가로 내놓은 작품을 감상하고 고르느라 축제 분위기이고, 한쪽 전시장에서는 지금 껏 함께 지탱하고 버티며 세상과 예술의 진실을 탐구해 왔던 동료들이 모처럼의 어색한 봄나들이를 축하해 주고 있다. 어찌됐든 새봄 기운 가득한 꽃의 환희와 향기를 빌려 세상 빛에 가려진 여린 새 생명들의 소생을 기원하거나, 세상 주변의 하고많은 존재들을 불러내어 사람살이 본래의 정겨움을 되돌아보거나 간에 두 작가에게 꽃은 마음 속 소망과 사랑을 전하고 나누며 세상을 밝히는 향기롭고 아름다운 만생명의 초상들인 것 같다.




    ▲ 이정주 ‘새 생명 새 빛’(무등갤러리) / 이준석 ‘花開’(원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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