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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따라 물결따라_계산 장찬홍 화업50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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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2-04-17 19:05 조회10,1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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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원춘심 桃源春深>, 2012, 43x68cm, 수묵담채

    ▲ <서석귀운 瑞石歸雲>, 2012, 35x134cm, 수묵담채 
    ▲ <그윽함 幽境>, 1999, 45x70cm, 수묵담채 


      

    바람따라 물결따라… 계산 장찬홍 화업50년전



    자연감흥과 묵맛이 그윽한 남도의 회화세계를 펼쳐온 계산 장찬홍 화백의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1963년 20세 약관의 나이로 붓을 들기 시작해 이듬해 호남남화의 거목 의재 허백련 문하에 들어 남화의 세계를 탐닉한지 50년이 되는 시점을 택하여 최근의 화업을 비춰보는 자리이다. 평소 세상 삶이나 필묵을 다루는 특성을 따라 ‘바람 따라 물결 따라’라 이름붙인 이번 전시는 광주롯데갤러리 초대로 마련되어 4월 10일부터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3년 전 대동갤러리에서 비교적 큰 전시회를 가진 바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근작 위주 소품 위주로 구성하였는데, 주로 무등산을 비롯한 억불산, 월출산, 한라산 등이 주가 된 산수와 봄꽃 만발한 시절에 맞춰 화사한 봄풍경들, 새봄의 물이 오른 연한 가지들을 늘어뜨린 수양버들과 제비 한쌍, 한가로운 날의 여유를 만끽하는 고양이, 수련과 목련, 엉겅퀴 등 주변의 화훼 소재들까지 다양한 화제들을 보여준다.

    무등산 자락 아래 청계재(淸溪齋)와 소요당(逍遙堂)에서 평생을 지내온 처사 같은 화업 때문인지 도회적 감각이나 현대미술 유형의 화풍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어 보인다. 대부분 물맛이 축축이 배인 넓은 운필과 무거운 농묵을 피하여 담담하게 우려낸 먹색들이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고영재 큐레이터의 글을 통해 작가와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계산 장찬홍(谿山 張賛洪) 화업 50년을 존중하며


      한껏 가지를 늘어트린 수양버들 사이로 제비 한 쌍이 날아든다. 봄날의 청아한 하늘빛 가르며 날개짓 하는 모양새가 여간 부러운 것이 아니다. 잎새와 대기를 오가는 얌전한 바람까지 화폭을 감싸 안으며 여백을 더욱 충만하게 한다.


    계산 장찬홍 화백의 작품 <봄바람(春風)>에 관한 단상이다. 찬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작년 이맘때 즈음 선생을 처음 뵈었다. 스승 의재 허백련(1891~1977)선생의 곁을 지키며 화업을 지속하던 청계재(廳溪齋)에서의 47년, 그 기나긴 세월의 갈무리가 짐짓 궁금하기도 하였지만, 일생을 녹록지 않은 붓질로 일관해온 노화백의 기운을 상서로이 담아보고 싶었다.


    화려하게 오감을 자극하는 지금의 예술이 진즉이나 물렸나 보다. 안온한 눈맛과 담박한 정취를 선사하는 선생의 화풍이 마음에 들어온다. 한음 한음 정갈한 어투로 들려주던 동향 사람 故이청준 선생과의 추억, 무등산 청계재에서의 청년 장찬홍의 모습, 수많은 파지(破紙) 위에 몇 번이고 그려나간 제비 무리와 들판 위의 소떼, 연분홍 붉은색이 쉬이 가볍지만은 않은 엉겅퀴꽃의 고아함……, 의미 그대로 속기(俗氣)에 찌든 글쓴이의 눈과 마음을 따듯하게 쓸어 내렸다. 그렇게 아려한 묵향과 문기(文氣)를 느끼고, 임진년 사월의 초대전을 준비했다.


    스무살 즈음 붓을 들기 시작했으니 올해로 화업 50년째이다. 급물살과 같은 세파에도 처연하며, 옛 것을 본받되 고루하지 않은 선생만의 화법을 구축해왔다. 즉물적이거나 혹은 수직적인 서구의 미감에 비하면 더없이 수평적이고 평화롭다. 사람살이와 자연과의 합일을 꿈꾸며 종국에는 그 ‘속 얼굴’을 드러내는지, 화폭에 사색의 여지를 남긴다.


    이렇듯 유연한 화법을 끌어내기 위한 선생의 삶, 그리고 노고는 무엇이었을까 지레 마음이 절절해져 온다. 종종 전시 소개글을 썼던 故이청준 선생은 계산의 이러한 작풍을 두고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그는 될수록 묵선의 표현을 절제한다. 대상 세계를 그만큼 아끼고 사랑함일 것이다. 그 세계가 그만큼 깊어지고 맑아지기를 기다림일 것이다. (중략) 그러면서도 그 묵향이 더할 나위 없이 신선하고 정의(情宜)롭다. 따뜻하고 평화롭다. 나는 그것이 그가 얼마나 오랜 연찬(硏鑽)과 궁구(窮究)의 마음앓이 세월 끝에 이르게 된 귀한 경지임을 짐작한다” (2004년 개인전 서문 中)


    고행이라 일컫는 세상살이만큼 이를 투영하는 예술도 직설적이거나 때로는 더욱 성찰적이다.수많은 번민과 고통을 붓질로 감수하며 보는 이에게 정결한 서정을 선사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더불어 여적 화업의 진행 중에 있는 노화백의 모색(摸索) 또한 느껴지니, 그 화업이란 것이 끝이 없구나 경외심마저 든다.   


    세월의 무게를 감내하며 의미 그대로 ‘자연의 흐름’ 따라 온 정신과 붓질을 다잡는 계산의 다짐. 사시사철 변화하는 세상만물의 이치처럼 또 다른 정취와 기운을 찾아 나서는 선생의 강단(剛斷)이 그 어느 때보다 반갑다. 나아가 긴 호흡으로 섬세하고 더딤에, 전시를 준비하는 젊은이의 심중에 애먹이는 찰나도 있었드랬다. 허나 지극히 진중함에 그 지필묵을 대하는 자세 또한 겸손함을 느낀다. 본 기획자는 금번 초대전이 숨가쁜 시대의 조류를 조금이나마 거스를 수 있는 자리이기를 바란다. 더불어 그 가치가 희소해진 남화의 향연에 문기(文氣)어린 감흥이 함께하기를 기원해본다.


    - 고영재 (광주롯데갤러리 큐레이터, 화업50년전 전시서문)



    계산 장찬홍 화백은 1944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1963년 한국화에 입문한 뒤 의재 허백련을 스승으로 호남 남화와 문인화의 세계를 사사받았다. 1974년부터 2009년까지 9회의 개인전을 광주, 대전, 서울 등지에서 열었으며, 오늘의 한국현대미술의 단면전(1994, 뉴욕), 한국문인화협회 창립전(1999, 서울 예술의 전당), 청계회창립전(廳溪會, 2000, 광주 남도문화예술회관), 광주의 아침(2002, 광주시립미술관), 수묵화의 흐름전(2003, 광주 의재미술관), 한중수묵예술교류전(2003, 심천 관산월미술관), 전북서예비엔날레-서화동행전(2005, 전주), 한국서예문화 100인 초대전(2006, 서울 예술의 전당), 한중문인화교류전(2008, 서울 세종문화회관), 한국문인화 정예작가초대전(2010, 서울시립미술관), 한국의 정신, 문인화(2011, 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전 등의 전시에 참여하였다. 광주전남문인화협회 이사장(1999-2004)이었고, 무등산 의재묘소 아래 청계재에서 47년여를 지내다 3년전 무등산의 다른 자락인 화순 수만리에 소요당을 짓고 만년의 화업을 이어가고 있다. (061-372-0362, 010-4806-0364)



    ※ 전시기간 중 4월 19일(목) 오후 3시부터 ‘작가와의 대화’시간을 마련하여 문인화가이자 남화가로서의 삶과 생각, 작품세계에 대해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늘푸른 소나무 四時壯韻> / <일지춘심 一枝春心>, 2012, 45x35cm, 수묵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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