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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시영의 디지털영상 서사극 '운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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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2-07-29 18:02 조회10,1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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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시영의 디지털영상 서사극 ‘운주사’



    새벽안개 자욱한 깊은 정적 속의 미륵골 운주사에 우주의 섬광이 찰나처럼 스친다. 그 빛의 에너지들이 용화세상을 꿈꾸며 천년을 기다려온 천불천탑에 꽂히고 이내 천불의 군무가 시작된다. 돌부처를 깎아 만든 민초 자신들이기도 한 미륵 천불은 골짜기 곳곳에 자리한 천탑과 어우러져 화려한 빛의 기운들을 흩뿌리며 강렬한 비트의 음악과 함께 천지간에 꽃무리 회오리들을 만들어낸다. 그 빛의 에너지들은 세상에 내려 앉아 있던 북두칠성에도 내려 앉아 붉고 푸른빛들을 번쩍이며 이 우주의 장엄한 개벽을 밝힌다.
    이윽고 색색으로 빛나던 온갖 기운들은 천년 침묵의 세월동안 누워있던 와불로 모아지면서 미륵불이 일어나고 현란한 빛의 흐름들이 사그라진다. 이 시대에도 여전히 미완이듯 미륵의 자취는 사라지고 미륵골 새벽하늘에 여명이 스며들면서 회청빛 소나무 형체들이 가득 드러나고 이 상서로운 골짜기에 미륵의 현신처럼 한 그루 소나무만이 새벽을 맞는다.


    광주시립미술관이 상록전시관에 마련한 일곱 번째 청년작가 초대전의 주인공 진시영이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인 토탈미디어아트 작품 <운주사>에 대한 주관적 해석이다. LED를 이용해 춤사위를 디지털영상으로 담아내던 'Flow' 작업을 ‘운주사’라는 지역의 대표적 전설을 소재로 한 4채널 비디오영상 서사극으로 편집 연출한 것이다. 그 디지털영상에 장중하고 역동적인 음악을 더하고 무대효과처럼 연무를 뿜어 전시공간을 몽롱한 분위기로 꾸며 운주사의 신비에 관한 3분짜리 디지털 영상극을 만들어내었다.


    이번 전시 도록에 글을 올린 방송작가 정재경은 “운주사에 서린 전설은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공간과 다른 시간을 꿈꾸는 상상력, 즉 동서고금을 관통한 인간 본연의 불안한 심리와 끝내 포기하지 않는 희망을 이야기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여기에 더하여 사회가 고도로 발달하고 복잡해지면서 불안의 실체가 더 복잡ㆍ심화된 현대인들의 감성을 농도 깊게 표현하고자 한다”며 “새 날을 기다리는 새벽녘의 긴장감과 열기를 통해 오히려 포기하지 않는 인간 본연의 에너지에 주목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진시영과 함께 2012 광주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큐레이터 최흥철도 “진시영의 <Flow>는 무용과 음악, 테크놀러지의 동시 협업 영상작품이라는 점에서 백남준과 그 동료들의 위대한 아날로그 비디오 협업이 이룩한 전자합성 작품의 오마주(homage)로 읽힌다”며 “반딧불이 몇 천배 증폭된 듯한 차갑게 빛나는 전자 불꽃의 트랙들은 카메라의 물리적 움직임-수평적 이동(Planning)과 진자(Pendulum) 왕복운동, 주밍(Zooming), 회전(rotation)-이 더해지며 상호작용적 사이버 스페이스 안에서 데이터의 불확정적이거나 혹은 유기적인 패턴운동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한다.


    이번 전시는 상록전시관 1ㆍ2층을 이용하면서 이전에 선보였던 평면과 영상, 설치작품들을 고루 재구성하고 있다. 즉, 특수 제작된 유선형 모니터를 역시 여러 단의 유선형 좌대 위에 올려 안으로부터 투사되는 해변의 일출풍경 모니터 이미지와, 폭포처럼 물줄기들이 흘러내리는 좌대의 영상이미지를 함께 결합시키기도 하고, 춤이나 묵란 같은 전통적 소재의 디지털영상을 자개액자에 넣어 보여주기도 하며, 디지털영상이미지의 정지된 한 컷과도 같은 정교한 회화 작업들까지 고루 보여준다. 디지털 광아트를 여러 방식으로 시도하고 개발해가는 그의 열의를 일부나마 느낄 수 있는 초대전이다. 이 전시는 7월 21일에 시작되어 8월 19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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