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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나잇 아날로그 굿모닝 디지털'- 이이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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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3-01-03 19:54 조회9,4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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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나잇 아날로그 굿모닝 디지털’ ; 이이남전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의 대표적 미디어아티스트인 이이남의 대규모 디지털영상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지역의 특화된 정책적 문화예술산업으로 미디어아트를 육성하고 있고, 새해 첫날을 기해 TV방송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시점에 맞춰 광주시립미술관이 연말연초에 상록전시관에서 이이남 초대전을 마련한 것이다.

    ‘굿나잇 아날로그 굿모닝 디지털’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2012년 12월 28일부터 오는 2013년 2월 28일까지 길게 잡고 진행되는데, 이 전시에서 이이남의 작업을 통해 본 미디어아트의 역사와 최근작, 새해를 맞아 새롭게 시도하는 작업방향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미술관측은 이번 전시가 “주로 동양의 고전회화를 재해석한 디지털 작품을 선보였던 이이남 작가가 기존의 대표작품을 보여주는 동시에 기존의 스타일과는 다른 새로운 디지털 아트의 미래를 제시하는 역사적인 전시”라고 무게를 부여하고 있다. 말하자면 세계적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이 1963년 세계 최초로 조작된 TV라는 개념으로 비디오아트를 내보인지 50년이 지난 시점에서 백남준이 사용하던 단방향 아날로그 TV가 2013년 쌍방향적 디지털 TV로 바뀌는 새로운 시점에서 디지털 아트의 진면모를 펼쳐 보이는 전시하는 것이다.

    전시는 여러 오브제와 디지털 영상을 활용한 신작 40여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 현대미술사에서 레디메이드 등 다양한 생활 속 오브제들을 적극 활용하며 전위예술을 이끌었던 마르셸 뒤샹의 <소변기>(1917) 등 ‘레디메이드 아트’로부터 백남준의 시공간을 초월한 새로운 TV시대 작품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을 거쳐 이이남의 쌍방향적 디지털 아트(2013)에 이르는 100여 년간의 현대미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디지털아트 시대를 연다는 의도로 꾸며져 있다. 백남준이 상상했던 디지털미술관 개념을 이이남은 아날로그방식과 디지털기술을 접목하여 미디어아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개인사적 지난날과 현재를 아날로그시대 소품이나 매체로 연결 짓거나, 과거의 미술사 거장들을 끌어 들여 새로운 영상이미지로 각색하기도 하고, 광주의 민주화 또는 ’80년 ‘오월’과 관련한 소재를 차용하기도 하며, 스마트폰과 TV 모니터에 작품이미지를 활용하여 예술과 산업을 접목했던 사례들, QR코드를 활용하여 누구나 손쉽게 작품영상을 담아가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디지털 아트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미술관 로비에 1~2층을 연결하는 기둥처럼 나무상자TV 모니터들을 설치한 <역류>는 옛 도청앞 5ㆍ18민주광장의 분수대에서 내뿜는 물줄기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것처럼 연출하였고, 전시실 입구 가벽에 설치된 <광주여 안녕>은 고 백남준이 광주를 방문했을 때 남긴 “광주여 안녕!”이라는 짧은 인사말을 제목으로 차용한 것으로, 자동차 사이드미러형태 모니터에 광주시내에서 본 무등산과 5ㆍ18광주민중항쟁 당시 영상자료를 천천히 오버랩시키면서 광주의 역사와 현재가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전시실 안쪽에는 세월의 퇴적이 묻어나는 골동품 호롱에 아주 작은 모니터를 넣어 만든 <호롱불 TV>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극적인 조합을 보여준다. 전시실 가운데 자리한 <고가구 폭포>는 상자 안쪽에 평면모니터와 거울을 설치하여 그 안을 들여다보면 용소로 깊숙이 빠져드는 느낌이 들도록 하였고, 8m에 폭으로 전시장 한쪽 벽에는 그 용소폭포를 확대하여 어느 외국의 거대한 폭포를 보는 듯 대형 영상을 투사시켜 새해 벽두의 힘찬 기운을 돋우어내고 있다.

    1층의 2전시실은 <침묵>이라는 작품 하나만을 배치하였는데, 어두운 방안에 구식 타자기가 투명모니터에 타이핑 소리를 내며 글자로 한국의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박종철 열사의 이미지가 채워졌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반대편 3전시실은 아예 현대미술의 선구자라 일컫는 마르셀 뒤샹과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을 작품 속에 끌어들여 구성한 공간이다. 장미꽃송이들이 둘러진 바닥 가운데 작은 모니터에는 백남준의 생전 활동이나 작품 이미지들이 포스트 잇을 떼어내며 드러나듯 보여지고, 아날로그 TV에서 떼어낸 뒷판 속에 작은 모니터를 두어 백남준의 이미지를 보여주는가 하면, 입체조각상으로 재현시킨 뒤샹은 벽기둥 쪽으로 몸을 돌려 아주 작은 모니터에 담긴 자신의 작품 <소변기>에 용무를 보려하고 있다. 현대 전위미술의 거장들에게 보내는 헌사이면서 작가의 도전의지와 열의를 담아낸 작품들로 보인다.  

    윗 층은 지금껏 자주 선보여 왔던 동서양 고전회화를 차용한 연작들이다. 이 가운데 <고흐 자개 자화상>이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데, 귀를 자른 고흐의 자화상에 자개조각을 붙여나가고 다 덮힌 이미지가 실제 조각상으로 놓여있어 조각이라 일컫던 아날로그시대 입체조각과 현시대 디지털 영상 이미지가 한 쌍을 이룬다. 또 <겸재 정선 고흐를 만나다>의 경우는 세 개의 모니터를 옆으로 연결하고 한국미술사의 거장인 겸재 정선이 수묵산수도에서 출발하여 고흐의 들녘 그림을 지나 귀자른 자화상에 이르러 서로 인사를 나누고 조선의 백자를 선물한 뒤 다시 해지는 수묵산수화의 조선 땅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시간대의 변화와 함께 보여준다. 

    <고전회화 해피니스>도 8대의 TV모니터를 병풍처럼 연결하여 옛 산수도, 사군자, 화훼도 등의 변화하는 이미지들을 보여주며, <투명묵죽도>는 뒷판을 떼어버린 투명 모니터에 디지털 촛불을 배경으로 눈이 내려 쌓여가는 묵죽도를 연출하였고, <미래의 TV> 또한 투명 모니터에 타이핑처럼 글자로 나비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완성되면 뒤쪽 다른 모니터로 날아 옮겨가 나비표본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한편으로 2층 전시실 안쪽에는 이불과 낡은 앉은뱅이 나무책상, ‘벤허’영화가 방영되고 있는 옛 가구형 TV가 설치되어 있다. 어릴 적 고향 시골집에서 아버지와 함께 TV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부자간 유대감을 느꼈던 추억을 담은 공간재현이고, 여기서 12월 31일 새벽 4시에 디지털방송으로 전환된 시점에 맞춰 인터넷으로 중계하는 현장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이번 전시에서 이이남은 특히 옛 고향이야기, 5ㆍ18광주민중항쟁과 광주, 투명TV, 포스트잇 형태의 영상이미지 개폐 등 새롭게 시도한 작품들을 내보였다. 최근 국내외에서 많은 전시에 초대되고 활동 폭을 넓혀가면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작가가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작가 스스로 새롭게 자신을 추스르고 디지털아트의 새장을 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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