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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에서 만들어지는 문화적인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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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3-09-25 08:48 조회9,5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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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시기 머시기’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2013광주디자인비엔날레


    ▲ 사물과 존재의 관계를 조명하는 광주시립미술관 ‘만물상展’ 

     

    일상에서 만들어지는 문화적인 가치


    실재와 의미의 시각적 함축
    일상과 예술 사이의 현실문화
    거시기 머시기한 만물상 전시


    한국인들이 사용해 온 물건들 하나하나에는
    한국인의 마음을 그려낸 별자리가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것들은 서명되지 않은
    디자인이며 조각이며 책이다.


    2013광주디자인비엔날레 주제전에서 기본개념으로 삼고 있는 이어령 전 문화관광부장관의 저서『우리문화박물지』한 대목이다. 수 천년을 이어 온 삶의 방식과 풍속 가운데 수많은 물건들을 만들고 사용해 오면서 거기에 기능적인 편리함과 실용성뿐 아니라 멋과 의미를 더해 멋스러운 생활문화를 만들어 온 광대한 삶의 역사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 기획자의 해석으로 전시와 만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어떤 물건이던 단 1분 동안만이라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것들은 어김없이 먼지를 털고 고개를 치켜 들 것입니다. 모든 도구들은 필요한 물건으로서가 아니라 삶의 감동을 나누어 주는 조형물이 되어 조용히 내 앞에 와 앉을 것입니다” 물건 하나하나에서 삶의 흔적과 생활의 지혜를 발견하고 문화를 읽어내는 노 석학의 혜안이 존경스럽다.

    누군가에게는 하잘 것 없는 물건일지라도 다른 누군가에겐 허투루 다룰 수 없는 귀물인 경우가 많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아름다운 것은 그 존재를 인정하고 가치를 부여해 주는 누군가 때문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생멸하며 진화하는 세상살이를 따라 삶의 양태도, 도구도, 미적 가치관도 계속 분화되고 변화해 간다. 미술에 대한 개념이나 형식, 범주도 변화와 확장을 거듭하면서 ‘것’(존재)은 ‘멋’(가치)과 통하고, ‘거시기’(것이기)는 ‘머시기’(멋이기)와 짝이 된다.

    이 같은 일상과 예술, 또는 현상적인 것과 의미론적인 것들에 대한 생각들을 전시회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누구나 무엇이든 디자인’이라는 명제를 내건 2013광주디자인비엔날레(2013.9.6~11.3)와, ‘사물에서 존재로’ 인식의 변화를 유도하는 광주시립미술관의 ‘만물상’(2013.9.3~11.10) 전시도 지금의 그런 문화흐름을 살필 수 있는 좋은 예이다.

    올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는 일상의 평범한 도구와 소품들부터 창의적 미감으로 특화된 명품들까지 삶과 더불어 존재하는 오만 사물들이 주인공이 되어 있다. 대소쿠리, 쓰레기봉투, 쌀, 폐품재활용 의자, 택시기사 옷, 우리밀 빵, 자전거, 맛집 식탁구성, 시민들의 광주자랑꺼리를 수놓은 자수 설치물들은 늘 일상 속에서 접하는 익숙한 소재들이다. 이와 함께 루이비통 상품들, F1자동차와 경주복, 유니온기를 응용한 생활디자인, 중국 고가구를 재해석한 의자들, 한국 전통민속물과 한국화를 접목한 브띠끄 호텔 연출들도 누릴 수 있는 층들이 한정되긴 하지만 그 역시 생활과 밀접히 연관된 것들이다.           

    광주시립미술관이 2013광주디자인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특별기획한 ‘만물상展’은 디자인비엔날레만큼이나 세상의 온갖 것들이 즐비하다. 물론, 일상의 소재들 그대로가 선택되어 전시물이 된 경우도 있고, 작가 특유의 조형어법과 메시지가 담겨 재구성된 경우도 있지만, 기본은 삶의 주변에 존재하는 사물 그 자체이다. 이런 사물들의 존재는 “대중과 미술 사이의 괴리현상을 인식하며, 오브제의 탐색을 통해 예술과 일상,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와 해체의 지점을 보여주고자” 마련하였다 한다.

    이를테면, 크고 작은 기계부품 조각들을 절묘하게 조합하여 생선 연작을 만들어내는 신양호, 세상의 영웅이나 난 사람들의 캐릭터를 알록달록 쇠판과 부품들로 조립해 만든 고근호, 걸지고 수더분한 전라도말과 글씨ㆍ그림ㆍ그릇들로 점방 같은 공간을 만들어놓은 이진경, 질긴 천막천에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세상풍경을 수놓은 마문호, 욕망이 강렬할수록 침묵의 아성도 하이힐처럼 높아지는 이매리, 시간 따라 흘러가는 신문 기사들과 책과 신발들에 불을 밝혀 띄워놓은 정운학, 도처에서 모아온 진귀한 촛대들로 세상의 여러 문화들을 선보여주는 성진기 교수 등등이 그야말로 만물상을 차려놓았다.

    하잘 것 없는 소품일지라도, 세월이 쌓이고 서로 모아지다 보면 그 걸 만들고 사용한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를 담은 문화적인 산물이 된다. 미술의 본질적인 가치가 작가의 내면과 세상과의 정신적 교감을 나누는 개념적 매개물인지, 물성과 형상 그 자체로서 존재의미가 충분한 시각적 현상물인지는 작업의 무게를 어느 쪽에 두는지에 따라 다른 편차를 두면서 다양한 매체와 형식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 조인호의 미술이야기 (전남일보. 2013.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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