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물류창고에 펼쳐놓은 김상연 개인전 ‘검은 심장’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2-10-14 20:02 조회1,619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김상연 개인전에서 2022년 신작인 <나는 너다> 수인회화 설치와 <입다> 플라스틱 조형작업 대형 물류창고에 펼쳐놓은 김상연 개인전 ‘검은 심장’ 2022.09.22-10.31 / 광주 첨단과학산단지구 물류창고 예술가에겐 창작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 못지않게 작품을 발표하고 외부와 소통 교감하는 기회들이 중요하다. 예술은 시대와 사회의 산물인 만큼 공적 기관이든 민간차원에서든 현실을 힘겹게 헤쳐 나가고 있는 창작활동과 소통의 기회를 지원해 줄 수만 있다면 당사자 개인은 물론 예술계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큰 힘이 될 것이다. 크고 작은 예술후원 활동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이를 보다 체계 있게 지속성 있게 가꾸어간다면 훨씬 더 많은 문화예술의 공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영업 중인 대규모 물류창고에서 공장미술제 형식으로 개인전이 열리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견작가 김상연의 개인전 ‘검은 심장’인데, 광주문화재단의 ‘문화동행’ 프로그램에 ㈜엠에스엘이 매칭펀드 형식으로 참여하면서 이루어진 메세나운동 차원의 전시회이다. 간혹 빈 창고나 폐공간에서 전시회가 열리기는 하지만 적지 않은 물품들이 쌓여있고 그 반출입이 계속되고 있는 물류창고 영업 현장에서, 그것도 안팎 4개 공간을 연결해서 대규모로 개인전을 여는 건 이례적이다. 대형 공장과 물류창고들이 몰려 있는 광주 첨단과학국가산업단지 2지구 (첨단연신로 77번길 20번지)에 자리한 ㈜엠에스엘의 사업현장 공간들이다. 전시는 ‘욕망의 오벨리스크’ ‘나는 너다’ ‘색즉시공’ ‘검은 심장’ 등 네 개 섹터로 구성되어 있다. 새 천년으로 접어들면서부터 현재까지 탐구해 온 연작 주제들과 독자적 표현세계 작품들이다. 맨 먼저 만나게 되는 회사 입구의 높이 8m짜리 <욕망의 오벨리스크>(2022, Place 03)는 언뜻 랜드마크 조형물 같다. 해독이 어려운 기호언어들로 투각된 삼각추 스테인레스 틀 안에 형형색색 플라스틱 일상용기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그가 최근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생태환경 관련 연작의 하나다. 욕망의 기념비적 상징으로 이집트 오벨리스크를 차용해서 사각이 아닌 삼각추로 변형하여 “현대사회의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결핍을 만드는 아이러니를” 풍자한 조형물이다. 견고한 석조를 대신한 얇은 투각철판 프레임 구조물도 화려하지만 한시적이고 불안정한 현대사회의 비유이다. [Place 01]는 평상시 회사 직원들의 휴게공간을 ‘나는 너다’ 섹션으로 꾸몄다. 차를 마시며 쉴 수 있도록 음료자판기와 테이블 의자와 화분들로 꾸며진 통유리창 넓은 공간에 맞춰 작품들을 배치하였다. 눈길을 끄는 건 250여 점의 수인회화 패널들이 줄 맞춰 군집을 이룬 높이 3.3m에 길이가 17.36m인 <나는 너다>(2022) 대작이다. 이번 전시를 후원해 준 ㈜엠에스엘 김해명 대표의 초상과 그가 좋아하는 운주사 천불천탑의 이미지들을 ‘전설의 소리’라는 이름으로 번지듯 흐릿한 수인회화 기법으로 반복 배열시켜 놓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나와 같은 존귀함으로 받아들여져 세상이 삶의 활기로 가득 차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라 한다. 특정 인물과 그가 애장하는 귀중품이나 주변 관심사들을 이미지화시켜 계속 진전시켜가려는 작업으로 이번 전시에 실험 삼아 선보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연작 주제인 생태환경 관련 플라스틱 조각들로 엮어진 의상작업 <입다>(2022)가 함께 설치되어 있다. [Place 02]는 ‘색즉시공’ 섹션으로 실내 주차장 공간이다. “흑(黑)은 검정(Black)이 아닌 아득할 현(玄)의 의미로 무채색의 무한한 다양성과 깊이를 포괄하고, 백(白)은 단지 흰색이 아닌 화면 구성에 불변의 존재자이면서 풍부한 상상력을 불어넣는 바탕으로 사물의 정신까지 규정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이 공간에는 흑백 수묵화나 수인판화가 아닌 여러 색채의 <향기>(2022), <날다>(2022), <나는 너다>(2017) 등 수인회화와, 서울 포스코 개인전 때 처음 선보였던 붉은 색 뫼비우스띠 모양의 대형 철제프레임과 목각글자들로 구성된 <나는 너다>(2017), 날개 달린 소떼가 겹겹으로 허공을 날으는 <풀다>(2010), 디지털시대로 전환되는 문명사적 시점에서 아날로그 시대의 종언과도 같은 당대의 기록으로 그려둔 화첩 그림들을 영상 이미지로 구성해 여러 모니터에 띄운 <나를 드립니다>(2022), 회사 입구 <욕망의 오벨리스크>의 소품 등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업들이 모아져 있다. [Place 04]는 이번 전시의 메인이라 할 거대 물류창고로 ‘검은 심장’ 섹션이다. 넓은 공간에 상당량 쌓여있는 물품들이 수시로 반출입되고 있는 산업현장과 예술행위가 함께 어우러진 공간이다. 오래전부터 계속해 온 짙은 먹 작업의 궤적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불안정한 현대인의 삶을 떠도는 바지들로 비유한 <부유>(2000), 테이블 위 해체되기 직전 고깃덩이 같은 존재의 불안과 위태로움을 담은 <부유-욕망>(2000, 2002), 물그릇 안의 드러날 듯 말 듯 허우적거리는 <욕망>(2002), 장작난로 등 생활주변 소소한 소재들에 삶의 단상과 상상력을 곁들인 <일상>(2002) 연작, 인간 내면 탐구의 <대화가 필요해>(2003), <애증>(2003) 연작, 등받이 높은 소파나 비좁은 침대에 욕망의 흔적이 어렴풋이 묻어나는 <존재>(2010) 연작, 검은 쓰레기 봉지를 일상 현실 너머로 반전시킨 <도시산수>(2012) 연작 등등 그의 청년기 예술과 생에 관한 고뇌와 돌파구를 찾아 쏟았던 열정적 작업들을 오랜만에 다시 만날 수 있다. 또한 이들 지난날의 작업들과 함께 현재 진행형인 희미한 형상의 다색 수인회화 <존재> 연작(2015~ ), 환경생태 위기 관련 플라스틱문화를 콜라주회화와 옷의 형상으로 풍자한 <입다>(2022) 연작, 쓰레기로 채워져 검은 비닐로 감겨진 채 허공을 부유하는 거대한 몸집의 <우주를 유영하는 고래> 가족(2022)까지 압도적인 스케일로 개인전을 연출했다. 현상 너머 의식세계나 내적 성찰의 지점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매우 함축적이고 비장하기도 한 그의 메시지와 형상언어들을 읽을 수 있다. 전시 도중인 10월 6일(목) 오후에는 ‘작가와의 대화’가 있었다. 그동안 20여 년 활동을 뒤돌아보면서 힘든 현실에서도 비굴하지는 않겠다고 욕먹으면서까지 지켜온 ‘작가로서 자존심’과, 스스로를 버티게 하는 ‘작가방식’, 이번 전시에서 경험했듯이 기업인의 문화예술 참여활동과 사회환원 생각을 명예롭게 공적인 가치로 꾸며주면서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관계 만들기, 그가 생각하는 ‘이미지퍼포먼스’로서 회화와 ‘흑백’을 기본으로 여러 소재나 주제를 다뤄가는 작업의 맥락, 최근의 환경문제에 관한 조형적 발언, 수인회화를 또 다른 방식으로 펼쳐내 보려는 앞으로의 작업구상 등등을 솔직 과감하게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이제 50대 중반에 이른 중견작가로서 자신이 통과해 온 지점을 지나고 있는 후배들에게 미술생태계의 생존 현실과 경험들, 자존의식과 과감한 시도들로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당당히 열어나갈 것을 조언하였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김상연 <욕망의 오벨리스크>, 2022, 스테인레스 프레임에 플라스틱 용기, 800x250x250cm 김상연 <입다>, 플라스틱, 혼합재, 가변 설치 김상연 <존재>, 2015, 수인회화, 182.7x133.7cm / <존재-꽃>, 2021, 수인회화, 184x115cm 김상연 <나는 너다>, 2017, 철제프로레임에 목각조형, 320x500x170cm 김상연 <나를 드립니다>, <생활지음> 연작, 2022, 수인회화를 HD영상으로 변환편집 김상연의 2000년대 종이에 먹작업들 김상연 <존재>, 2010, 캔버스에 아크릴, 먹, 각 291x158cm 김상연 <우주를 유영하는 고래>, 2022, 혼합재, 240x1100x560c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