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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존의 지도 ; 하나의 항로, 여러 갈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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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문희영 작성일25-11-03 11:54 조회1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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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로예술레지던시 결과보고전 '공존의 지도 ; 하나의 항로, 여러 갈래의 길' 전시작품

     

    공존의 지도 ; 하나의 항로, 여러 갈래의 길

    2025 미로예술인레지던시 예술로 엮어내는 공동체결과보고전

    2025.10.28.-11.07, 예술공간 집, 동구 미로센터

     

    광주의 역사와 문화를 예술가의 시선을 통해 다시금 반추해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광주 동구의 미로센터와 예술공간 집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는 전시로, <공존의 지도 ; 하나의 항로, 여러 갈래의 길>이다. 올해 미로센터의 예술인레지던시 결과보고 전시로 [예술로 엮어내는 공동체]라는 주제 아래 국내외 작가 5인이 참여하며 활동했던 내용들을 공유하는 자리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김자이, 이세현, 강미미 작가를 비롯, 인도네시아 현대미술의 중심에 있는 루앙매스56’아라컨템포러리의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낭 삽토토Anang Saptoto, 이페 누르Ipeh Nur 2인이 함께 한다.

    광주광역시 동구가 주최하고 미로센터와 예술공간 집이 공동 운영한 2025 미로 예술인 레지던시 <예술로 엮어내는 공동체>는 미로센터 3층 미로스튜디오와 예술의 거리를 거점으로 지난 5월부터 국내 작가 3(강미미, 김자이, 이세현)이 입주해 작업 활동을 진행했다. 또한 10월부터 약 한달 간 인도네시아에서 온 작가 2(아낭 삽토토, 이페 누르)이 입주하여 협업을 기반으로 동구와 인도네시아의 지역성과 역사, 생태를 반영한 지속가능한 예술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하였다.

    전시명인 <공존의 지도 ; 하나의 항로, 여러 갈래의 길>은 레지던시에 참여한 다섯 작가의 서로 다른 작품세계가 결국 하나의 맥락 안에 존재함을 드러내는 제목이다. 각자의 역사와 환경, 사회적 배경 속에서 예술을 통해 공존의 가능성을 탐색해 보고자 한 시간을 함축한 것이다. 민주화운동으로 상징되는 광주의 역사, 사회, 문화적 배경,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복잡다단한 역사와 정치적 상황 아래 현재를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젊은 작가들이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공감하며 만들어 낸 작품들이다.

    해외 작가들은 미로레지던시 기간인 10.7~11.6 한 달여 동안 광주에 머무르며 광주의 역사를 탐색하고 광주의 작가들과 함께 예술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보냈다. 광주의 민주화운동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5.18 기록관,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5.18 순례길, ()국군병원, 5.18기념공원, 5.18구묘역, 구도청 등을 방문했으며, 광주의 예술현장인 광주비엔날레, 양림동,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시립미술관, 미로센터, 예술의 거리 등에서 광주의 예술 현장들을 함께했다. 또 광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양동시장, 대인시장을 비롯, 담양 등 전남지역의 많은 장소들도 찾아갔다.

    김자이 작가와 아낭 삽토토는 올해 초 김자이 작가의 루앙메스56 레지던시를 통해 협업을 시작하였고, 이번 레지던시도 함께 협업을 진행한 작품을 선보인다. <모든 가족의 음식마다 그 집만의 맛과 삶이 담겨 있다>라는 작품은 김자이 작가와 아낭 삽토토의 공동작품으로 가족의 레시피를 탐구하며, 한 끼의 음식 안에 깃든 이야기, 기억, 희망, 그리고 기도를 담아낸다. 음식은 단순한 재료의 조합이 아니라, 가족의 연대기와 시대의 사회·정치적 맥락을 품은 기록이기도 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짧은 레지던시 기간 동안, 두 작가는 각각 하나의 가족 레시피를 선택해 예술작품으로 재해석했다. 손글씨와 바느질로 엮은 레시피북, 요리와 재료의 사진과 영상, 그리고 앞치마 형태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가족의 기억과 음식의 이야기는 참여형 경험으로 확장하였다. 또한 인도네시아 바틱 천 조각으로 콜라주된 패브릭 페인팅에서는 광주에서 발견한 나무 음식 무늬와 다양한 주방 도구들이 묘사되었다.

    이세현 작가는 전일빌딩을 촬영한 사진을 처음으로 소개한다. 작가의 에피소드 시리즈 중 하나로 전일빌딩에 새겨진 총탄의 흔적들 남겨진 물건들을 촬영한 것이다. 마치 탐정이 사건의 실마리를 발견하고 이를 추적해 나가듯, 역사적 사건을 다루며 탐정처럼 미세한 단서 하나까지 수집하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흔적을 포착해 보여준다.

    이세현 작가와 같이 예술공간 집에 전시된 이페 누르의 작품도 인상적이다. 이페 누르는 레지던시 기간 동안 한 강의 소설 속 장소들을 탐색했다. 한강의 문장에서 단편적인 문구들을 따라가며, 그녀의 글과 자신의 기억을 포개어 갔다. 광주의 국군병원 등 역사적 장소에서 채취한 흙을 개어 물감처럼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고, 또 전일빌딩의 총탄 흔적을 보여주는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기억이 어떻게 다시 떠오르고, 사라졌다가, 또다시 모습을 드러내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결코 사라지지 않는 기억과 트라우마에 대한 묵직한 울림을 전달해준다.

    강미미 작가는 자연에 남겨진 오래된 동식물의 잔해물을 다시 조합하여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존재의 움직임과 생명 순환을 또 다른 시각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네 개의 눈과 한 개의 몸이란 작품을 선보인다. 인간에 의해 버려지고 남겨진 존재들을 다시 엮어내며 그 안에 담긴 시간과 기억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다시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다섯 작가는 각자의 개별적인 삶과 작품세계를 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로 한 개인이 속한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해석해가는 다양한 관점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광주라는 중요한 키워드가 존재한다. 자카르타와 광주는 독재에 맞서 민중의 힘으로 민주주의의 탄생을 촉발한 중요한 도시이다. 자카르타의 19985월과 광주의 19805월은 국가 폭력 앞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엄청난 힘과 연대로 단결했는지 증언한다는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역사와 예술 의식들이 젊은 세대인 작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또 다른 방식으로 현재를 시각화시키는 지 그 다양성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 문희영(예술공간 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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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로예술레지던시 결과보고전 '공존의 지도 ; 하나의 항로, 여러 갈래의 길' 전시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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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로예술레지던시 강미미 프로그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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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로예술레지던시 김자이, 아낭 삽토토 프로그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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