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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시립미술관 청년예술센터 전시공간 지원전 ‘단정 너머 단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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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노하은, 공윤정 작성일25-11-07 13:42 조회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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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윤정 <뒤집힌 자리; 린스의 잔상>, 2025, 중고장판, 빨래집게, 철와이어

     

    광주시립미술관 청년예술센터 전시공간 지원전 단정 너머 단서들

    2025.10.14-10.26 / 광주시립미술관 청년예술센터 전시실

     

    단정 너머 단서들은 오늘날 감정이 어떻게 규정되고 단순화 되는지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그로 인해 소외된 감정의 흔적을 조형 언어를 통해 복원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특히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감정, 지나치게 빠르게 해석되고 걸러지는 감정의 비명명성에 주목한다. 우리의 상태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특정한 구조 아래 정리되기를 요구 받지만, 정작 설명되지 않거나, 언어 체계 밖에서 흐르는 감각의 잔류와 흔적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보이지 않는 층위에 주목해 감각을 인지하고 감정의 미시적 세계를 탐구하고자 하였다.

    참여 작가들은 불안, 트라우마, 상실감, 콤플렉스 등의 다층적 결을 부정적 상태로 간주하기보다, 그 속에서 발현되지 못한 채로 축적된 심리적 에너지를 다루고자 하였다.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상하지 않고, 감정이 지닌 억압의 구조와 미학적 복원 가능성에 대해서 조형적 파편을 찾아내는 과정으로 그려냈다. 감정이 해석되기 이전의 상태, 언어가 닿기 전의 정동(affect)이 머무는 지점을 환기하며 감정의 미세한 층위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감각적 조각들이 흩어져있는 하나의 궤적을 뜻하는 이 조형적 제안은, 관객이 스스로 감각하고 응답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자 하였다. 본 전시는 이러한 비명명적 상태에서 출발하며, 미처 언어화되지 못한 심리적 에너지와 잔류 감정들을 공간 속에 배치한다. 관객은 작품과 마주하며 자신 안에 남아 있던 감각을 불러내고, 단정과 규정을 넘어가는 정서적 회복의 가능성을 탐색하게 된다.

    기획의 출발점은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복합적인 진동이었다. 언어로 잡히지 않는 감정의 다층적 결은 일상 속에서 억눌린 채로 숨겨진다. 전시는 감정을 해석하기보다 먼저 존재하게 두는태도에 집중했다. 이는 감각이 스스로 머무르고 형체를 찾아가는 시간을 존중하려는 시도이다. 공간 구성은 작품들이 서로 다른 방향과 간격으로 놓여 있으며, 여백과 빛의 밀도 변화로 감정이 응축되거나 확장되게 배치하였다. 작품 사이의 틈은 빈 공백이 아니라 감정이 머무는 장으로 작동하며, 관객은 이 공간을 지나며 자신의 감각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전시장은 해석을 제시하기보다 감각이 스스로 형태를 만들어 가는 열린 장이 된다.

    공윤정 작가는 일상의 감각과 정서를 설치적 형식으로 탐구하며, 구조적 장치를 통해 보이지 않는 내면의 층위를 드러내는 작업을 해왔다. 감정이 남긴 흔적과 장소성을 중심으로, 물리적 공간을 심리적 경험으로 전환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권동우 작가는 콤플렉스(Complex)’자기와 페르소나(self, persona)’를 주제로 작업하고 있다. 작품 모두 왜곡과 생략으로 예쁘지 않은구체관절 인형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는 작가의 작품세계 속 페르소나들로, 작가가 가진 콤플렉스와 내적 갈등 등 무의식의 영역을 다양한 매체로 구성하여 조우하는 뜻이 담겨있다.

    임은혜 작가는 일상에서 스치는 감정과 기억을 조형언어로 기록하는 작업을 한다. 일상 속에서 기능하는 소재의 특성을 연구하여 심리적 공간으로 재해석한다. 개인이 사적인 경험을 투영하여 위로받을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으며, 시리즈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작품들은 감정의 결론이 아닌, 감각적 파편의 연속으로 제시된다. 이 조각들은 관객의 시선과 몸의 흐름 속에서 연결되며 감정이 재구성되는 과정을 열어둔다. 전시는 감정을 규정하는 대신, 감정이 그 자체로 다시 흐를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단정 너머 단서들은 감정을 붙잡거나 설명하는 대신, 감정이 잠시 머물렀음을 기록한다. 명명 이전의 감각을 응시함으로써, 관객은 자신 안의 감정을 다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 노하은(전시기획), 공윤정(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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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윤정 <미완의 준공>, 2025, 혼합재 설치
    권동우,I MY ME MIME,2025,FRP,43x43x94cm.jpg
    권동우 <I MY ME MIME>, 2025, FRP, 43x43x94cm
    권동우,모순의모태,2025,FRP,73x155x76cm.jpg
    권동우 <모순의 모태>, 2025, FRP, 73x155x76cm
    임은혜,심기록-혼재편(내일,모레,다음주),2025,백자토,이중시유,산화소성,13x12x10cm,14x13x9.5cm,13x11x9cm.jpg
    임은혜 <심기록-혼재편(내일, 모레, 다음주)>, 2025, 백자토, 이중시유, 산화소성, 13x12x10cm, 14x13x9.5cm, 13x11x9cm
    임은혜,광주청년예술센터-단정너머단서들,20251014-1.jpg
    임은혜의 '단정너머 단서들> 전시작품 중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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