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예술 기획전 ‘추상’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박현화 작성일24-11-13 11:04 조회443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무안군오승우미술관이 기획한 '추상' 전시 중 부분 시각예술 기획전 ‘추상’ 2024.10.29-2025.02.02 / 무안군오승우미술관 무안군오승우미술관에서 시각예술 기획전 ‘추상 抽象 Abstract’ 전시가 열리고 있다. “다원적이고 다층적인 의미로 확장하고 있는 동시대 추상미술의 양상이 어떻게 모더니즘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전개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마련되었다” 한다. 이 전시에는 강운, 신도원, 임남진, 정정주, 정송규, 조영대, 최정윤, 한정식 등 여덟 작가의 작품들이 초대되어 있다. 전시를 기획한 박현화 관장의 기획글과 작가 작품에 관한 설명문 중 일부를 발췌해 여기로 옮겨왔다.- 편집자 주 모더니즘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걸었던 추상미술이 요즘 소장품을 중심으로 국공립미술관이나 유수의 사립미술관 전시에서 다시 소환되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를 다양한 측면에서 재고해보는 자리로서의 역할이 가장 큰 동기로 여겨지는데, 그만큼 우리 미술에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역사가 두터워지면서 추상미술 또한 고비를 이루어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는 드라마틱한 사실을 반영해준다. 다원화된 요즘의 추상미술의 현상은 구상미술이 그래왔던 것처럼 모더니즘의 죽음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변화하면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중략) 우리의 현대미술은 전후 미국의 추상표현주의와 프랑스의 앵포르멜 추상형식이 거의 동시에 한국으로 유입되어 새로운 현대적 미술형식으로 공존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추상미술의 시작이 ‘서구의 추상미술의 영향을 받아 출발했다’는 것은 너무 단순한 접근이지 않을까? 오랫동안 우리의 의식 속에 존재해왔던 추상의 어원적 의미, 동양사상의 전통과 정체성 그리고 전후의 여러 심리적 요인들과 산업사회로의 진입으로 인해 변화된 시각적 현대성이 갈등과 기대로 교차하는 속에서 우리의 추상미술이 배태되었다는 점에 좀 더 세심하게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흔히 50년대 후반의 앵포르멜-60년대 기하학적 추상-70년대에서 80년대를 주름잡던 모노크롬 양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자리 잡은 한국의 추상미술의 계보를 좀 더 비판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중략) 세기말의 우울과 전쟁으로 인해 무너진 질서 위에 새로운 정신적 이성적 절대적 논리를 세우고 테크노피아를 열망하는 근대적 주체로의 욕망을 공격적으로 나타내며 양차 세계대전 이후 상실된 자아를 회복하고 새로운 주체로 서기 위한 실존적 이론과 모더니즘의 확장을 위해 동양의 사의적 태도의 전통과 철학을 내포하는 이러한 추상미술의 역사가 타자를 배제하는 가부장적 계보 위에 세워졌음을 비판하면서 과연 동시대의 추상이 다층적이고 다원적인 가능성을 볼 수 있을까? 강운이 그리는 형상과 색들은 이원적이지만 중의적이고 이내 합일을 이루어 궁극에는 자신에게로 다시 돌아온다. 작가의 시선은 구름이나 물방울, 공기와 같이 항상성보다는 가변적인 연약한 대상에 머물러 있으며 상처나 아픈 기억들이 작가로부터 출발하여 이러한 대상들에 투사되고 종내는 관조와 사유, 치유의 방식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의 회화에서 추상화(抽象化)의 과정은 대상을 파악하기 위한 권력적인 로고스로부터가 아니라 가장 여린 모습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대상에 잠기면서 점차 자신의 몸에 물들어가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일어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파랑> 연작은 여수의 장도라는 섬에서 진행된 레지던스기간 동안에 그려진 것이다. 이 연작은 3백여 개의 섬으로 둘러싸인 여수 바다의 색인 동시에 날씨와 바람에 따라 파도가 일고 포말을 튕기며 천태만상의 형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하나의 붓으로 그린 점이나 획이 점차 번져나가는 기법으로 그려낸 추상화이다. 신도원의 <자연생성기>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오랫동안 몇 겹의 드로잉으로 그려왔으며 컴퓨터를 이용하여 3D 미디어회화로 변환시킨 뒤 미디어아트로 완성시켰다. 구름 생성기, 코끼리, 로봇토끼, 식물이나 알 수 없는 기호와 텍스트 등이 그려진 그의 평면 드로잉은 1초에 30여 작품이 유영하듯 입체적으로 구현된다. 매우 거친 선으로 그려진 형상들은 마치 카오스적인 세계에서 이제 하나씩 생성되고 있는 듯한 원시성을 표현하고 있으며, 인간과 비인간이 평등하게 공존하고 있는 문명 이전의 순수한 생태계를 보여준다. 임남진의 <연서, 戀書>, <오래된 편지>, <든 자리 난 자리> 연작들은 그녀를 널리 알려지게 했던 세밀한 불화형식의 풍속화 시리즈 이후 추상형식으로 큰 변화를 일으키며 최근에 제작된 추상 작품들이다. 특히 시리즈는 그녀가 감로탱화에서 보여준 삶의 끝없는 이야기를 이 고스란히 접은 상징적인 쪽지 안에 감춘 채 비단 바탕에 은은하게 스며드는 분채나 주, 녹청, 군청의 깊이를 가진 채색의 색면기법으로 대체된 추상화이다. 그녀는 자신의 추상화에 대해 “지나간 시간과 사연들이 얽히고설켜서 가장 밑바닥에 놓인 나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며, 본질적인 것을 찾아내려는 욕망의 행위이다.”라고 말한다. 정정주는 건축의 창과 파사드, 기둥, 계단 등의 구조물을 통해 만들어지는 빛의 움직임과 형태를 입체적인 빛의 구조로 추상화하여 시각과 응시의 관계로부터 빚어지는 소외나 갈등과 같은 인간의 심리적 요소부터 초월적 존재인 숭고에 이르기까지 그 실재와 상징적 의미에 대해 천착하고 있는 작가이다. 는 led의 인공 빛이 직교하며 만들어내는 색으로 빛나는 별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차갑고 견고한 금속 바리케이트의 이미지를 통해 첨예한 이데올로기의 갈등을 떠오르게 한다. 또한 풍부한 자연과 태양으로 가득한 남도의 색으로 채워진 빛은 역사의 상처와 갈등을 미적 아름다움으로 승화하고 있다. 정송규의 추상화는 조각보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오랜 조형적 실험을 거친 후에 오방색의 색면들이 단색조의 색면이나 편린으로 쪼개져서 기하학적 요소인 작은 점으로 변화되었다. 처음에는 색면 속에 어머니의 초상이나 장독대 같은 형상들을 품었으나 점차 미니멀한 추상형식으로 변화되었다. 흑백 도트로 이루어진 후기 추상화에서는 수묵화처럼 넉넉한 여백이 존재하며 엄격한 가부장적 제도 속에서 살아남아 호남지역 1세대 여성 추상작가로서 어렵게 뿌리를 내린 작가 내면의 강한 기조와 자유로운 환희의 감정이 내포되어 있다. (이하 생략) - 박현화 (미술사학자, 무안군오승우미술관장)의 ‘추상’ 기획전 글에서 발췌 무안군오승우미술관이 기획한 '추상' 전시 중 부분 강운_<파랑-모개도>, 2022,_종이에 담채, 34x28.5cm 임남진 <연서>, 2024, 한지에 채색, 100x100cm 정송규 <Delight - 없는 것이 있는 것이다>(부분 1), 2015, 캔버스에 유채, 200x134cm 신도원 <자연 생성기>(부분), 2024, 비디오영상, 3840x1920cm 정정주 <metaphysical star>, 2021, 스테인리스 스틸, LED조명, 가변설치 최정윤 <The flesh of passage>, 2013, 소금, 스테인리스스틸, 400x500x280cm 조영대 <어머니의 보자기>, 2021~24, 캔버스에 유채, 125x125cm 한정식 <강원도 홍천 2>, 2012, web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