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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경 다시 다듬기 - 김천일 한국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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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1-04-23 18:26 조회7,9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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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위와 계속과 숲, 진경 다시 다듬기  

     


    전통 수묵모필과 진경정신을 바탕으로 우리시대 실경산수화의 세계를 펼쳐가는 목포대학교 김천일 교수의 일곱 번째 개인전이 광주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바위-계곡-숲’이라는 이름으로 4월 20일부터 26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는 1997년 이후 14년 만의 광주 나들이로 오랜만에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작품들은 대부분 2009년부터 그려 온 독도풍경과, 목포와 전남지역 일원의 산과 바위와 계곡들이 주를 이룬다. 이 가운데 <독도_탕건봉ⅠㆍⅡㆍⅢ> <독도-하늘-바다-돌Ⅱ> <독도전경Ⅱ> 등 독도 연작은 정치사회적 주된 관심꺼리가 되고 있는 독도의 실경을 여러 각도에서 화폭에 담아낸 작품들이다. 절제된 먹으로 마르고 성근 필치들을 덧쌓아 가며 바위면과 여러 주름진 골들을 이루어내고 근경이나 뼈대가 되어주는 능선들에 먹색을 더올려 강약을 조절하며 아스라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독도주변 바닷물은 중요무형문화재와 함께 오랫동안 연구해 온 쪽물안료를 먹빛과 섞어 사용하여 엷으면서도 묵직한 색감을 만들어준다.


    마르고 성근 붓질은 <장흥계곡 ⅠㆍⅡ>에서 더 뚜렷하다. 계곡을 이루는 바위덩이들과 물굽이들이 주 소재가 되어 있는데, 쓸어치듯 마르고 넓은 붓질로 바위덩이들을 다듬어내다보니 계곡의 청량감보다는 서로 얽히고 기대어 연결되는 바위들의 흑갈색 덩어리감들이 두드러진다. 크고 작은 경물들 하나하나를 충실하게 포착해내면서 전체를 이루어가는 작업의 흔적들로 보여진다.      


    그에 비하면 <소요정Ⅵ> <월출산 매봉>은 거의 채색을 배제한 채 담묵과 세필로 바위산의 형세를 치밀하게 다듬어낸 산수들이다. 마치 바위봉우리들을 초상을 그리듯 주름과 골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수목들을 올려 주봉과 주변 이어지는 능선들 전체에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어 화면의 짜임새가 단단하게 결속되어 있다. 이 같은 작화태도는 <월출산 매봉>에서 특히 더 두드러지는데, 먹과 붓질의 정도를 조절할 뿐 근경의 수목들이나 멀리 희미하게 이어지는 원산들까지도 가벼이 여기지 않고 같은 필묵법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전시 카달로그 서문에서 “현실과 민족미술에 대한 자각이 생긴 이후, 모든 예술적 충동을 유보한 채 기초공부--- 즉, 우리 산하 올바르게 그리기---를 시작하였다”면서 “변환시대에는 늘 자연을 돌이켜보면서 새 문화가 생성된다는 것이 미술사 공부에서 얻은 교훈이었고 따라서 조형활동의 원점인 돌과 바위를 소재로 하여,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작정하였다”고 말한다.


    한동안 운동처럼 번졌던 수묵사실주의 회화작업들이 현대성을 지향하는 개성 있는 작업들로 옮겨가고 실경산수일지라도 산야의 전체 형세나 주관적으로 풀어낸 기운 위주의 그림들이 많은 편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중진작가이며 대학강단에서 후진을 지도하는 입장의 작가가 돌멩이, 바위, 풀과 나무 같은 자연의 기초 소재부터 다시 다듬어 우리 진경을 새롭게 이루겠다는 의지는 되새겨볼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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