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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묵, 근대를 이야기하다’ - 의재미술관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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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1-07-12 18:43 조회9,9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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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로 물이 불어난 무등산 계곡과 남농 허건의 <산수화>(전남대박물관 소장)


     

    ‘수묵, 근대를 말하다’ - 의재미술관 기획전


    온 산과 수풀들을 흠뻑 적시고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들이 계곡마다 크고 작은 폭포와 소용돌이를 이루며 거세게 흘러내리는 7월 장마철 무등산길은 그 자체로 이미 생기 넘치는 산수자연이다. 자연의 세찬 기운들에 속옷까지 젖어 취하면서 산행이랄 것도 없는 산보를 살짝 즐기며 의재미술관을 찾는다. 미술관이 기획한 ‘수묵, 아름다움을 비추는 또 하나의 창’ 3부작 기획시리즈 중 1부인 [수묵, 근대를 이야기하다] 전을 만난다. 6월 16일 시작된 전시가 7월 17일에 끝나니 벌써 마감이 가까워져 있다.


    바깥 춘설헌 아래 산자락 가득한 물소리들은 [수묵, 근대를 이야기하다] 전에도 여러 그림 속에서도 화음을 이루고 있다. 전시는 “1930~60년 근대기를 겪으면서 남종화의 화풍과 기법이 변모되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기획되었다.” 이 집 주인인 의재가 화우 동료들을 초대하는 모양새인데, 상설전시실에 늘 자리해 있는 의재 허백련을 비롯, 남농 허건, 동강 정운면, 목재 허행면 등 네 분의 필묵화적을 모처럼 한 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는 기회다. 대부분 새로운 신식문물과 화법의 유입 속에서 문화환경의 변화와 함께 전통 남화의 화맥을 이으면서도 독자적인 화경을 모색하던 시기의 작품들이다.


    이를테면 전통에 바탕을 두고 정신적 예도(藝道)를 우선했던 의재의 작품에서 초년기 방작 습작 단계를 지난 <농경도>나 6폭 병풍 <화조도>처럼 사생풍의 실경이나 담채묵모란을 그리면서도 전통적인 남화화풍보다는 신감각의 화면구도나 소재배치, 필묵구사 등에서 근대기 자취를 찾을 수 있다. 남농 허건 또한 부드러운 피마준과 담먹의 여유로운 산수세계인 남화의 전통보다 농담대비가 크고 까실까실한 갈필들이 많은 <산수도>나 계절의 변화들을 담은 여덟 폭짜리 산수병풍에서 개성 강한 근대적 창의적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 시기에 남도화단에서 두드러진 개성화풍을 펼쳤다고 얘기되는 동강의 <산수화>나 <매화> 쌍폭, <춘경산수도> 등은 독창성보다는 오히려 전통적 요소가 짙게 남아 있는 예들이다. 또한 한 때 광산업에 손댔던 목재 허행면의 광산풍경을 그린 실경 <채광(採鑛)>과 무등산 자락 물방아간을 묘사한 <춘설헌>과 물안개 자욱한 계곡의 비경을 섬세하게 묘사한 <하산연운(夏山燃雲)>도 전통화맥과 당대문화 사이를 오가던 당시 과도기 화단분위기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이 전시 뒤로 2부 ‘수묵, 시대를 아우르다-현대 수묵 속의 풍류’가 7월 28일부터 9월 25일까지 이어진다.  



    목재 허행면의 근대기 시대문화를 엿볼 수 있는 실경사생 <채광(採鑛)>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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