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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제된 침묵의 공간에서 '다시 태어나다'-이매리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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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2-05-12 19:09 조회8,7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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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제된 침묵의 공간에서 ‘다시 태어나다’-이매리 개인전



    평면과 입체, 설치, 뉴미디어 영상 등 여러 매체와 형식의 다양한 시각이미지로 현대여성의 내면 심리와 절제된 공간미를 표현해 온 이매리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5월 4일부터 18일까지 광주 예술의 거리 은암미술관에서 '다시 태어나다 Re-Birth'라는 제목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열여덟 번째 전시에서 이매리는 전시제목과 같은 연작들과 함께 ‘Into Great Silence' 연작을 대부분 100호 크기 대형 캔버스의 회화작품들로 보여주는데, 이 중에는 세 폭씩 이어 붙여 폭이 3.6m에 이르는 대작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에 보여주는 작품들도 이전의 ‘시간-멈추기’, ‘空ㆍ間 드러내기 은폐하기’ ‘비어 있음’ ‘절대공간’ ‘새벽과 공간’ 등 일련의 전시제목에서 나타나듯 꾸준한 작업 테마라 할 ‘심리와 공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를테면 인간 내적인 욕망과 자의식을 외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풀어내면서 이를 특정한 공간성과 드러나지 않는 은폐성으로 시각화시켜내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작업들은 기하학적 도상이나 입방체, 공간구조들이 즐겨 차용되면서 여기에 바코드, 하이힐, 바다 같은 상징적 아이콘을 결합시켜 내밀화된 자아의 개념과 금욕의 정제미를 담아내었다.


    이번 작품들에서 두드러지는 표현은 그녀 작품의 주된 상징이라 할 ‘화이트 큐브’들이 화폭마다 등장하면서 망망한 대해의 허공에 떠 있거나, 그 불확실한 공간에 사각으로 서있으면서 대부분 귀퉁이 틈새가 약간씩 벌어져 있다. 그리고 그 틈새 사이로는 보일 듯 말듯 붉은 하이힐 또는 상자 가득한 진주구슬들이 은근슬쩍 내비치거나, 터져 나오며 진주목걸이 형상을 이루기도 한다. 더욱이 비누방울처럼 부풀어 오른 커다란 구슬들에는 머리에 상처를 입은 비너스의 두상이 비춰지거나 익명의 검은 드레스 여인 또는 연미복 신사 같은 인물 실루엣이 투영되어 있다. 이들 이미지들이 근원적 모태와도 같은 자연 생명공간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인공의 도시, 복잡단순한 문명사회에서 만들어진 외부적 규정에 의해 잃어버린 자기존재와 그 적응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긁혀 덧쌓인 트라우마 잔영인지, 무명의 바다에 묻혀 도무지 잡히지 않는 자기존재의 반추인지 스스로에게 되물으면서 그 치유와 극복의 다음 세계를 소망하고 있는지도 무르겠다.    


    상자 속 가득한 구슬들은 어릴 적 거듭해서 꾸었던 꿈의 기억과도 연관되는데, 방안 가득 구슬이 가득 차 있고 그 안으로 도무지 한 발짝도 들어설 수 없는 가득참 속에서의 아득한 공황상태 같은 것을 여러 번 반복해서 느꼈었다 한다. 대부분의 작품들에서 등장하는- 일체의 감정을 제거해 버린 하얀 입방체, 그 엄격하게 틀 지워진 규범과 정형이 외부세계로부터 강제된 것이든 스스로의 자기규정과 절제에 의해 형성된 것이든, 이제 그로부터 일탈을 꿈꾸고 새롭게 거듭나고자 하는 또 다른 열정이 그 견고한 틀에 틈을 벌여내고 있는 것이다. 차가운 금속성 입방체 속에서 심장처럼 퍼덕이는 붉은 하이힐은 때론 허공에 떠도는 황금빛 하이힐로 변신하기도 하고, 묻히듯 가득 쌓여져 있다 터져 나오듯 열린 공간 속으로 흘러 다니는 진주구슬들이나 모두 작가 자신을 비롯한 현대 여성의 자의식의 표현이라 할 수 있는데, 작가 자신에게는 스스로 억눌러 굳어진 수많은 욕망과 창작의 열정들이 각각의 덩어리들을 터트리며 이제 새로운 무한 공간 속으로 흩어져 미지의 세계를 찾아 나서는 셈이다.


    시 평문을 쓴 장준석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존재와 실존, 유와 무, 물리적인 공간과 정신적인 공간, 시간과 공간은 작가가 항상 작품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테마이다… 이매리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아이콘인 ‘하이힐’은, 신발이라는 원래의 용도를 벗어나 화이트 박스로 은유되는 관습과 제도권의 사회로부터 정신적 공간의 확장을 통해 새로운 존재로 재탄생된다”고 평한다.


    세간사에서 만들어진 일상의 규범을 깨트리는 것이든, 거듭해서 되뇌이는 가운데 정제시킨 개념의 집약으로서 화이트 박스를 해체하고 의식 밖의 가능성을 찾아 정신의 무한공간을 찾아 나서는 새로운 출발이든 이번 전시는 작가 본인에게 의미 있는 자기성찰의 기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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