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에서 남도문화의 원형을 찾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2-08-27 20:09 조회9,086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 서미라 <혼 오름>, 캔버스에 유채, 240x120cm ▲ ▲ 윤남웅 <토질>(부분), 목각에 채색 섬-진도에서 남도문화의 원형을 찾다 격랑의 바다 그 심연으로부터 들끓어 오르는 울림이 거대한 회오리를 만들며 혼불들이 일어나 천지간 접신의 순간을 맞는 듯 바다는 몸서리치듯 요동치고 있다. 망자의 혼을 부르는 산자의 간절한 애도를 하늘로 띄워 보내는 씻김굿 소리에 몰입되어 가슴 속으로 느껴지는 피멍울을 거친 필촉들에 실어 화폭에 토해내었다. ‘남도문화의 원류를 찾아서’라는 광주신세계갤러리의 기획시리즈 중 열네 번째인 올해 ‘진도소리’(2012.8.17~9.10) 주제 전시에 출품한 서미라의 유화작품 <혼 오름>이다. 섬은 주류의 땅과는 단절된 미지의 외딴 곳이면서 일상에 부대끼며 절망하고 갈망하는 세상 사람들의 몽환 속 피안의 세계이기도 하다. 사시사철 시시때때로 천변만화하는 자연 앞에 피할 길 없이 드러내어진 맨몸의 혹독한 삶을 체감할 수 없는 뭍사람들은 이승과는 또 다른 저 건너 그 곳을 막연히 동경할 뿐이다. 진도는 섬 본래의 환경과 토박이 삶에서 체득된 내구력과 절절한 애환들이 응집되어 있는 곳이면서, 역사의 파도에 떠밀려온 뭍의 응어리들과 유입문화를 품어 안으며 독특한 섬문화를 이어왔다. 섬에 찾아든 외부의 무리나 식자들이 바깥의 문화를 묻어 들이고, 섬에서 발견한 독특한 문화들을 밖으로 알려내기도 하면서, 그런 오가는 바깥기운을 따라 뭍을 동경한 이들이 세상으로 나와 새로운 문화의 씨앗을 틔워내기도 한다. 그래서 호남문화에서 진도는 섬사람들의 생활습속과 세월의 퇴적으로부터 다듬어진 민속문화, 소리와 춤과 그림으로 예향의 뿌리가 되어 있다. 이번 기획전에 초대된 22명의 작가들은 이제 섬 같지 않은 섬이 되어 있는 진도에 사흘 동안 머물며 곳곳의 역사ㆍ문화유적, 씻김굿과 북춤, 고기잡이와 오일장 같은 삶의 현장들을 체험하고 진도의 기운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 잠시 동안의 접속을 통해 얻은 영감을 각자의 회화, 입체, 영상 등의 시각적 표현으로 풀어내고 문학적인 해석까지 입혀 저마다 ‘진도 소리’를 담아내었다. 외래자나 여행자의 시선과 로망이 아닌 진도문화의 밑바탕을 본질의 문제로 들여다보고 있는 작품이 윤남웅의 <토질>이다. 진도에서 나고 자란 그가 어릴 적부터 자주 봐왔던 꼭두의 형식과 색감을 지금 이 시대 문화 속에서 다시 각색해낸 27개 목각군상이다. 오래전 상여에 올려져 망자의 혼백을 따라 이승을 떠났을 법한 무속적인 인물상부터 현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 인물들까지 희노애락을 담은 표정과 몸짓, 복식들이 토속문화의 정겨움을 자아내고 있다. 시대와 세월을 따라 사람 사는 습속이나 양상이 변화하고 큰 기운들이 뭉쳐져 지역공동체 특유의 문화적 토양을 이룬다. 그러나 윤남웅의 작업에서 주된 관심은 그 외적 요인들이 작용하는 ‘토양’ 이전에 본래의 바탕에서 만들어져 오만 꽃을 피워내는 문화의 ‘토질’을 형상화시켜내고 싶은 것이다. 그는 삶의 조건으로서 흙과 물과 바다와 바람과 자연환경과 그 속에서 생을 엮어 온 이 땅의 사람들, 그로부터 생성된 소리와 춤과 그림과 장례문화와 음식문화 등등이 그런 토질을 이룬다고 여긴다. 따라서 진도가 거점이 된 호남 남종화의 화맥도 외부로부터 유입된 고급한 상류문화라고 본다면, 그 지식인 사회에서 통하던 여기문화 이전에 섬사람들의 본래 삶 속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지고 누려져 온 토박이 문화의 본질적 가치를 되살리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러고 보면 그가 일관되게 계속해 온 ‘바람 놀다’ 연작의 애써 다듬지 않는 투박한 필치와 텁텁한 묵맛도 그런 바탕 위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수묵 그림들 뿐 아니라 대인시장 ‘매화점(賣畵店)’을 공방삼아 만들어내는 수더분한 인물 초상들, 공간이나 주인의 특성에 맞춰 각기 다른 미감으로 만들어주는 문패들도 이 같은 생각들을 옮겨내는 작업들이라 하겠다. 이밖에도 회백색 바탕에 만장처럼 흩날리는 필촉들 위에 씻김의 의례를 묘사한 신양호의 <꼭두>, 적막의 바다에서 혼을 건져 올리는 듯한 전현숙의 애상 가득한 소복아낙 <이슬을 걷다>, 진도에서 체험한 전통적인 고기잡이를 채묵으로 그려낸 이동환의 <후리질>, 진도창과 북과 장고소리를 검은 바다 위에 백색 실루엣으로 떠올린 박수만의 <진도>, 금골산 정상부분 가파른 절벽 바위골 속에 결가부좌로 세상을 내려다보고 계신 부처의 원경을 펼쳐낸 이구용의 <금골산> 등 저마다 진도의 문화와 삶들을 옮겨내었다. 대부분의 토착문화들이 상품가치로 개발되고 무대용으로 각색되거나 이방인들의 구경꺼리로 다듬어지면서 본래의 진기가 빠져나가는 요즘의 추세에서 문화의 순수 원형질을 찾는다는 접근은 진도에서 훨씬 더한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조인호 (광주비엔날레 정책연구실장)▲ 이구용 <금골산>, 장지에 수묵채색, 35X94Cm / 전현숙 <이슬을 털다>, 캔버스에 아크릴릭, 91x116.7cm ▲ 박수만 <진도>, 캔버스에 유채, 162X130cm / 신양호 <꼭두>, 캔버스에 유채, 116x91cm / 이동환 <후리질>, 장지에 수간채, 72x91c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