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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요(逍遙)하는 자연 - 표인부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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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1-06-25 12:59 조회9,6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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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요(逍遙)하는 자연 - 표인부 개인전









    세상만물이 밖으로 내뿜던 오만가지 색들을 털어내고 오직 무채색만으로 탈속한 산수풍경을 펼쳐 보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부산스럽고 화려한 백화점 한 켠에서 문득,, 솔바람 소리 가득한 풍경 속에 묻혀보는 이 전시는 표인부의 열 번째 개인전 - ‘소요(逍遙)하는 자연’이다.


    ‘소요’라는 연작 주제가 암시하듯 대부분 인적이 드러나지 않은, 그러나 어디에서고 만날 수 있을 듯한 평범한 나무와 산과 바람결들이 주 소재가 되어 회백색 공간을 채우듯 비우듯 열어 보이고 있다. 스산한 바람만이 스치는 듯 화면은 모두가 희미한 자연의 그림자들일 뿐 본래의 형체도 육탈하듯 투명하게 비워내고 오직 가늘면서도 거친 선들로 긁히어 윤곽만을 암시하고 있다. 본래 전공인 서양화에 수인판화 기법을 변용하여 넓은 장지에 아크릴칼라를 넓게 펴 바르고 긁어내고 덧바르고 긁어내고 먹을 올리고 닦아내기를 반복하면서 켜켜이 쌓인 무형의 공간 속에서 형상을 끌어내기도 하고, 세상의 형체를 점점 털어내 허공 같은 공간 속에 녹여 넣기도 한다. 안료를 바르고 긁어내는 반복된 작업 속에서 미세하고도 일정치 않은 표면 결들이 만들어지고, 그 질감 위에 먹을 올렸다가 닦아내고 다시 안료를 발라 말리고 먹을 올려 닦아내면서 공(空)이자 실(實)이기도 한 화면공간에 자연 생명존재나 무형의 그림자들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나무와 산과 경물(景物)들은 대부분 딱딱한 나뭇가지의 뾰족한 끝으로 순발력 있게 긁어 표현된 윤곽선묘 드로잉 작업들이다. 가느다란 선으로 암시되어 배경을 이루는 산들과 함께 그의 소나무들은 직각으로 몸이 꺾이어 성근 잎들만을 얹은 채 거센 풍상을 맞이하고 있거나 윤곽마저 희미하게 묻히기도 하고, 산자락 어느 등성이에 거뭇거뭇 작은 숲을 이루듯 무리지어 있기도 하다. 옛 산천에 묻혀 지내던 초탈한 처사나 정신적 여기미(餘氣美)를 닦던 문인들의 고풍스런 수묵산수를 연상시키는 화풍이다. 생활 중에 수시로 나다니는 현장스케치를 통해 특정한 자연의 소재를 취하더라도 이형사신(以形似神)의 정신으로 이를 소략화시키고 현상으로서 시각이미지를 심상으로 풀어내면서 필요에 따라서는 그 풍경 속에 앉은 요즘 건축물의 존재감을 낮추어 옛 초막의 형체를 빌어 오기도 하고 술잔이나 그릇 속에 한 점 풍경을 담아보기도 한다.


    “사실적 혹은 구체적 형상을 버리고, 처음 사물에서 느낀 이미지들을 내 자신의 순수한 감성으로 접근해서 표현하고자 했다… 표피적인 인식들에서 보여지는 사물의 이미지들을 하나하나 제거하고 해체해 들어가면, 그 사물의 본질에 근접할 것”이라는 동양의 전통미학 회화세계이다. 현실공간 속 사실 대상으로 존재하는 형상으로부터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는 화경을 찾아 심상 에 비친 요체만을 남겨놓는 작업이다.


    그의 전시회 카달로그 서문을 쓴 손청문 미학박사는 ‘적막한 시공을 가르는 간결하면서도 고졸한 감성의 빛깔을 유발하는 필선의 울림이 생략에 의한 개략적 묘사의 묘미를 창출하면서 화면에 속기(俗氣) 없는 고적함마저 실어내는 것이다. 거기에는 바람소리, 그늘과 같은 소슬한 기운에서 발아하는 문사(文士)적 운치와 내밀한 인격의 표상마저 현현되고 있다’고 평한다.

    이 전시는 6월 21일 시작하여 27일까지 광주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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