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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한 여행'-김인경 조각설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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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1-12-22 18:21 조회8,7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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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한 여행’-김인경 조각설치전

    쿤스트할레광주. 2011.12.20-2012.1.21



    내적 성찰을 통한 적요 속 묵언의 메시지들을 담은 조선대학교 김인경 교수의 작품전이 아시아문화마루 쿤스트할레광주에서 열리고 있다. 연주 주제인 ‘고요한 여행’(Silent Voyage)을 전시제목으로 삼아 12월 20일부터 내년 1월 21일까지 한 달 동안 작가지원전 형태로 열리고 있는 개인전이다. 


    김인경 교수는 그동안 내밀하게 정제시킨 조형언어들을 단색조 두꺼운 천과 말끔하게 다듬은 목재들로 가방과 주머니 같은 반복형태 속에 독특한 작품세계를 ‘Silent’ ‘고요한 여행’ 같은 주제로 펼쳐왔었다. 이번 전시에서도 쿤스트할레광주의 통층으로 터진 다목적 공간에 잠수정과도 같은 거대한 설치물을 배치하고 2층 양쪽 통로를 따라 작은 작품 몇 점을 세트로 배치한 간결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가운데 주 공간에 자리한 거대 조형물은 평소 즐겨 쓰는 카키색 텐트천을 이용해 대나무로 틀을 잡은 길다란 원통형 구조물을 덧씌우고 공중에 약간 부양된 형태로 매달아 놓았다. 앞뒤는 끝부분이 잘린 원추형 모양으로 언제 어디로든 항해를 떠날 것 같은 방향성을 나타내면서, 표면에는 정교하게 박음질하고 단단한 매듭들로 묶인 주머니들이 반복배열되고, 바닥을 향해 열지어 뻗어있는 긴 멜빵 띠들은 마치 노와 같이 쉼 없이 움직이며 진공의 시공간을 가르고 있는 듯 보인다. 언뜻 작품의 형태나 시각적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분위기 때문에 바깥세상과는 전혀 별개의 다른 공간에 들어와 미지의 세계로 항해를 준비하는 여행객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작품을 소개하는 작가노트에서 김교수는
    “내 의식의 표면에 떠오르는 모든 형상과 이미지들을 다듬어내며 나는 그것을 ‘고요한 여행’(Silent Voyage)이라고 이름 붙였다. 내 삶의 지나간 과거에서 알게 모르게 내 의식과 행위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저장되곤 하였을 이 형상들은 임의로 설계되어진 내 작품세계에서는 독특한 원근을 가지고 있어서 무한한 확산과 응축의 가능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한다.


    작품 속에 주된 소재로 등장하는 주머니와 가방들은 작가이자 수행자로서 수많은 성찰과 상념과 상상들을 담아 응축시키고 어디론가 옮겨지고 나누어지며 확산될 여지를 안고 있다. 잡다한 세상의 색을 털어낸 수행자의 의복과도 같은 단색조 두꺼운 천으로 정교하게 제작된 주머니들은 그만큼 작품에 담긴 메시지들을 함축시켜주고 있으며, 조형물의 각 부재나 각각의 주머니들을 묶어주고 지탱해주는 매듭들 또한 그 끈의 속성상 각각의 물리적 덩어리들과 개체와 존재들을 연결하고 결속시켜주는 매개물이 되고 있다.

    무언가로 채워진 주머니나 가방은 그 속에 들어있는 것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데, 김교수는
    “나는 내게 떠오르는 어떤 특별한 생명력들에게 종류별로 주머니나 가방의 형상을 부여했다. 하기에 나의 작품에선 동종의 형상들이 항상 복수로 등장하며 때로는 밀집된 세포로, 때로는 세포들이 조립되어진 독립된 완성체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의미 있는 것들만 존재하는 듯한 세상에도 우리가 익히 알지 못하는 경이로운 형상들로 가득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그 실용성 없는 무명의 생명존재들에 다가가는 나의 고요한 탐험이 내갠 수행이 되는 것이다”고 말한다.


    그의 응축된 정신세계는 오랜 기간 계속해 온 생활 속 묵언정진 같은 참선수행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정신적 성찰을 통한 무한공간으로의 여행 또는 탐험은 지각된 현실세계 바깥의 또다른 세상을 향한 예술적 자유의지이자 생명존재들과의 내밀한 교감의 방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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